인생사전 - 당신의 운명을 바꿔줄 위대한 질문 100
좌우명연구회 지음, 박혜령 옮김 / 토네이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국민학교 다닐 때 교문을 들어서면 수위실 옆 공터에 신문팔이들이 앉아있엇다. 요즘은 나오지 않는 소년신문을 팔기 위해서였다. 그때 그 신문을 사서 본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그러나 집에서 꽤 오랫동안 소년동아일보(제호가 맞는지는 모르겠다)를 구독햇었다.

당시 그 신문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여러가지가 실려 있었는데 즐겨 봤었던 것은 연재만화와 과학상식이라든가 역사상식 등이었던 것같다. 애들용답게 삽화가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외에도 챙겨봤던 것이 오늘의 명언 (제목이 아마 맞을 것이다)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날 그날 짧막한 명언들이나 속담 또는 4자성어등이 실렸는데 영어원문이 같이 실리는 것이 기본 포맷이었다. 그때 외었던 것으로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Everybody’s business is nobody’s business 정도이다.

그 당시는 명언을 모아 편집하는 책들도 상당히 많았다. 지금도 집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백과사전 크기에 1000 페이지가 세계명언사전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왜 그런 기획이 당시에 많았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 사이 소리소문 없이 그런 기획이 사라진 이유도 모르겠다.

글쎄 왜일까?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진 것이 아닐까? 명언 같은 짧은 말은 내용을 담기에는 너무 가볍다. 가벼운 말이기에 내용이 있으려면 무게를 읽는 사람이 채워넣어야 한다. 그러기엔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나부터가 뜬 구름잡는 듯한 아포리즘 형식은 읽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늘의 명언을 읽던 어릴 때를 지나면서 무언가를 읽는다는 것은 소화불량과 연관된 것이었다. 최대한 많이 우겨넣고 소화되지 않는 것은 그냥 흘려버리는 식이었다. 아포리즘 같이 되새김질을 하면서 소화될 때까지 씹는 것은 논외의 일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소화불량이 걸린다. 정보는 늘지만 정보로 받아들일 지식이 지혜가 없는 말은 그냥 배설되어 잊혀지는 것이다. 읽어도 읽어도 현명해지는 것과는 성장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조금만 느리게 살 때가 된 것일까.

막상 느리게 살려고 해도 어디서 무엇부터 해야할지 막막하다. 생각을 느리게 하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보통 시간에 대해 과서는 뒤에, 현재는 지금, 미래는 앞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데스산맥에 살고 있는 인디언 부족들은 반대로 생각한다. 아이마라족은 과거의 위치를 물으면 시야의 앞쪽을 가리킨다고 한다. 과거의 사건들은 이미 경험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볼 수 있는 앞쪽에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래의 사건들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등 뒤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간개념은 아이마라족의 생활에 깊숙이 배어 있다. 그들에게 ‘내일’은 ‘사람 등 뒤의 어느 날’이다. 오랜 조상은 앞쪽 멀리 있고, 미래 세대는 어깨 뒤 저편에 있다. 그러므로 자신보다 앞서 있는 조상들의 지혜에서 인생을 배우고 깨닫는다.”

‘시간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란 챕터에 실린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 앞에는 10여개의 아포리즘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시간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 역류하지 않고 흘러가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책은 이야기와 아포리즘들을 편집한 책이다. 예전에 많이 나오던 책들과 달리 아포리즘만 담은 것이 아니라 이야기도 같이 편집한 것이 특이하다. 그러나 아포리즘에 해설이 없듯이 이야기에도 해설은 없다. 이야기가 위에서 보듯이 아포리즘과 내용적으로 연관은 있지만 딱히 해설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아포리즘을 나열하듯이 이야기도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행간을 읽으면서 메워넣으라는 말이 된다. 목차를 보면 주제별로 아포리즘을 편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모아놓은 아포리즘들은 서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

엉성한 편집이다. 그러나 엉성하기에 이책은 가치가 있다. 엉성하게 짜인 사이 사이를 띄엄 띄엄 천천히 읽어가면서 의미를 메워넣다보면 그 가치를 알게 된다.

느리게 읽어갈 수 밖에 없기에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을 하면서 여유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읽기의 명상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덮고 나면 여전히 바쁠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스스로에게 느리게 느리게를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점이 이책의 가치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