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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아트 앤 더 시티 - 예술가들이 미치도록 사랑한 도시
양은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이책은 뉴욕 가이드북이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여행 가이드북과 달리 이책은 한가지 주제에만 포커스를 맞춘다. 뉴욕의 미술이라는.
이책은 뉴욕의 경제/문화의 중심이랄 수 있는 맨하튼의 거리를 따라 미술과 관계된 흔적들을 따라간다. 그 순서는 뉴욕미술사의 타임라인을 따라 그리니치 빌리지, 소호, 첼시 그리고 그 미술을 후원했던 부호들의 거리인 백만장자 거리, 그리고 뮤지엄 거리를 훑어간다.
뉴욕미술사의 흐름이 그러한 괘적을 따르게 된 이유는 경제 더 구체적으로는 부동산경제학에 따른 것이다.
미술가들은 가난하다. 그들 중에서 성공해 부와 명성을 얻게 되는 사람은 1%도 되지 않는다. 당연히 수입이 별로 없는 그들이 집세를 내기 쉽지가 않다. 돈은 없는데 직업이 미술가이니 넓은 작업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들은 집세가 싼 곳을 찾아 모여들게 된다. 그런 거리로 유명했던 곳이 ‘마지막 잎새’의 무대로 유명한 그리니치 빌리지였고 소호였으며 지금은 첼시이다.
“1970년대 이후 소호는 뉴욕 미술계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까지 굳건하게 그 역할을 잘 수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첼시가 그 역할을 넘겨 받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호도 그렇고 첼시도 미술가들이 모여들었던 것은 집값이 저렴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가들이 모여들면서 화랑이 들어서고 동네가 변하고 그러면서 상권이 만들어지고 주거환경이 바뀐다. 그러면 집세가 올라가고 돈이 없는 미술가들은 다른 동네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상권이 들어섰다가 빠져나가 폐허가 된 소호에 다시 상권이 들어서 상업지구로 변모한 것이다.”
그 과정을 저자는 이렇게 묘사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싼 값에 얻은 작업실을 공들여 고치고 수도관을 잇고 화장실을 개조하면서 만든 예술가들만의 독특한 동네 분위기가 문제엿다. 겨우 살 만한 곳이 됐다 싶으니까 새로움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어울리면서 식당과 카페가 하나둘 생겨났다.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의 생활용품, 주방제품, 인테리어 가구, 옷을 파는 가게들도 생겼다. 원가 특이한 것을 구하려면 이곳에 가면 된다는 소문도 퍼졌다. 주말이면 화랑에서 열리는 전시를 보려고 몰려드는 사람들은 상권이 좋아하는 짭짤한 손님들이엇다.
유동 인구는 계속 늘어났고 소로는 번잡한 곳으로 변했다. 이렇게 되면서 1990년대 히우 소로는 관광, 쇼핑, 레스토랑 사업이 주를 이루는 뉴욕의 주요 상권으로 빠르게 변모했다. 한때 예술가들이 살던 로프는 고급 주거 공간으로 수백만 달러에 팔렷다.
그러자 건물을 소유하지 못한 화랑들은 올라가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작업실을 가진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소호에서 밀려난 화가와 화랑들이 첼시로 모여들었다. 소호가 그랫던 것처럼 이곳도 빈 공장들의 자리엿고 버려진 곳이었다. 당연히 집세가 싸다. “소호에 있던 갤러리들과 화랑들이 이제 이곳에서 뉴욕 화랑과 뉴욕 현대미술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3백 개가 넘는 화랑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잇는데 이 정도 숫자면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갤러리 집성촌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첼시도 소호의 전철을 밟아가는가 보다. “처음에는 싼 임대료 때문에 이곳으로 이주했는데 5년 전에는 1평방피트에 월 20달러였던 임대료가 벌써 50달러를 넘어 더 오르고 잇다. 그래도 같은 규모에 월 100달러가 넘는 소호에 비하면 아직도 천국이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같다. 맨하튼을 벗어난 퀸즈, 브루클린 지역까지 저자가 다루고 잇는 이유가 그것이다. 소호를 떠난 미술가들과 화랑들이 여기로도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이책은 뉴욕의 미술사의 괘적을 기본 줄거리로 거리 거리에 있는 유명했던 작가들의 흔적과 현재 뉴욕미술의 현장들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해도 이책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북 스타일이다. 뉴욕미술사를 목표로 하는 책도 아니고 뉴욕미술이 어떻다고 말하는 책도 아니다. 단지 뉴욕미술계가 어떤 공간에서 살아왔고 살고 잇는가를 보여주고 그 장소들에 얽힌 에피소드들을들려주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책 한권을 읽고 뉴욕미술계가 어떻다는 감을 잡을 수는 없는 책이란 말이다.
그러나 다른 책과 함께 본다면 이책은 그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은 책은 요 근래 나온 것으로 ‘세계의 크리에티브 공장, 뉴욕’이다. 이책은 미술만을 다룬 책은 아니다. 미술가들은 물론 패션, 디자인, 광고, 문학, 언론, 음악과 같은 분야의 사람들이 어떻게 네트웤을 맺으며 그런 네트웤이 그들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분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사는 공간과 어울리는 공간에 대한 분석이 자세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네트웤 분석에 치중하기 때문에 이책처럼 실제 그들이 살고 어울리는 공간이 어떤 곳이며 어떤 느낌의 공간인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두권을 같이 읽는다면 왜 뉴욕에 예술가들이 몰려들며 그들이 실제 살아가는 뉴욕이 어떤 공간인가를 아는데 좋은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