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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숏 Big Short - 패닉 이후, 시장의 승리자들은 무엇을 보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이책의 제목에서 short는 short selling 즉 공도매를 말한다. 주식의 하락에 베팅하는 거래말이다. 그러나 이책으ㅢ 주인공들이 베팅한 것은 자잘한 주식종목이 아니라 시장 자체의 몰락이었다. 이책은 이번 금융위기 이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전체의 붕괴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의 이야기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어떻게 세계경제를 무너트렸는가는 이제 상식에 속한다.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이책에 등장하는 헤지펀드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몰락을 예견했다는 것을 빼면 이책의 내용은 새로울 것이 없다.
이책은 모기지 시장이 어떻게 채권시장의 주류가 되었고 서브프라임 시장이 다시 그 시장의 주류가 되는 과정을 다루면서 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붕괴가 세계금융시장을 무너트렸는가를 추적해간다. 그러나 그 내용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이책이 나왔을 당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전에 쓴 책들에서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재주가 잇다. 그 재주의 비결은 월 스트리트 내부의 시점에서 사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요 몇 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책은 홍수처럼 쏟아졌다. 그중에는 뛰어난 책도 많았다. 그런 책들은 대개 두가지 관점을 갖는다. 첫째 부류는 경제학자들이 쓴 책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위기를 분석한다. 둘째 부류는 위기의 진원지가 된 미국투자은행 관계자의 회고록 형식이거나 위기를 봉합하기 위해 분투한 정부기구 관계자의 회고록 같은 부류이다.
첫째 부류는 큰 그림을 그린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둘째 부류는 사건의 미시적 관점에서 구체성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장일단이 있다. 그러나 위기의 속살을 들여다보기에는 부족하다. 이책은 두 부류의 빈 중간을 메워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전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위기에서 시장 즉 월 스트리트 전체가 어떻게 움직였는가를 시장참여자들의 구체적인 행적을 따라가며 서술한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같다. 물론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범인이 누구인지는 이미 다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왜 그런 결말이 났는지 범인이 왜 그인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그리 잘 알려진 것은 아니다. 이책은 추리소설처럼 사건을 파헤치면서 범죄의 현장을 재구성한다.
물론 이책이 그려내는 위기의 과정을 요점만 본다면 다른 책들과 다를 것은 없다. 추리소설의 줄거리를 알아봐야 작품의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다른 책들이 간과 또는 잘 모르기 때문에 보여주지 못했던 점이 하나 있다: 어떻게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이 거대한 사기극을 꾸밀 수 있었는가?
사기의 요점은 쓰레기 채권을 비싸게 파는 것이었다. 모기지를 채권으로 포장해 파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채권은 팔아봐야 그리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문제있는 채권을 문제가 없는 채권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면 거대한 이익이 만들어진다. “드러난 위험을 부정직하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낮추어 트리플B등급으로 바꾸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골드만삭스가 하는 일이엇다.” 위기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었다.
납을 금으로 보이게 하려면 먼저 아무도 그것이 납인지 알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만이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의 투자 설명서를 읽을 수 있죠.”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과 신용등급평가기관들이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불투명하고 복잡한 증권을 창조햇다. 그것은 바로 서브프라임모기지 합성증권인 CDO 혹은 부채담보부증권이었다.
저자는 금융의 탈규제 명분으로 주장되었던 금융의 혁신이란 것이 실상은 이런 것이라 말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에 주택저당채권의 본래 목적은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위험을 재분배하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주택담보대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어서 주택소유자들이 지불하는 금리가 하락했다. 이러한 혁신의 목적은 간단히 말해서 금융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엇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반대의 목적을 위해 혁신을 꾀하는 사태가 벌어졋다. 시장을 복잡하게 만들어 위험을 숨기려 하는 것이엇다.”
월가 회사들은 문제가 있는 쓰레기 대출을 싸게 사들여 트리플B등급 트란셰란 이름을 붙이고 “채권 탑을 쌓았다. 그것이 바로 CDO엿다. 월가 회사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신용평가기관들이 부실한 대출 집합에 기초한 채권 더미를 받아서 그 중 80%에 트리플A등급을 부여하기 때문이었다. 월가 회사들은 그렇게 프리플A등급을 받은 채권들을 신용등급이 높은 증권에만 투자해야 하는 연금펀드와 보험회사 같은 투자자들에게 팔 수 있었다. 모두가 트리플A등급만 믿고 자신들이 안고 있는 위험을 무시한 것이었다.”
“월가의 대형회사들인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그밖에 다른 회사들은 제조업체와 동일한 목적을 추구했다. 최대한 값싼 원자재-주택대출-로 최대한 비싼 최종상품-모기지채권-을 내놓는 것이엇다. 이때 최종상품의 가격은 무디스와 S&P로 선정된 등급에 좌우되엇다.”
신용평가회사를 속이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월가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무디스에 입사하죠.’ 일곱 자리 연봉을 받는 사람들로 꽉찬 월가의 트레이딩 부서들은 다섯자리 연봉을 받는 멍청이들을 속여서 최악의 대출에 최고등급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이비리그 출신답게 치밀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을 처리햇다.
신용평가기관들의 모델은 갖가지 기회를 낳았다. 누구보다 먼저 그 기회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은 모두 무디스에서 부여한 등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었다. 트리플A등급 조각은 모두 동일한 가격에 거래되엇고 프리플B등급 조각도 모두 또 다른 동일한 가격에 거래되었다. 각각의 트리플B등급 조각이 확연하게 차이 났음에도 모두 일괄적인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이처럼 등급이 잘못 부여된 채권들은 대부분 월가 회사들이 신용평가기관들을 속여서 얻어낸 것이었다.”
그러나 속여서 얻은 등급도 등급이었고 그 등급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 업계 전체가 신용평가기관을 믿고 잇음을 알아차렸어요. 모두가 신용평가기관만 믿었죠.” 스티브가 말햇다. “신용평가기관 사람들은 모두 공무원 같았어요. 그들은 박봉에 시달렸어요. 영리한 사람들은 월가 회사로 떠나 예전에 근무했던 신용평가기관들은 교묘하게 조종하는데 일조할 수 ㅇㅆ죠. 무디스의 애널리스트가 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최고영예가 되어야 합니다. 무디스의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로서 이보다 더 높은 자리는 없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그런데 실제로 그들의 지위는 바닥이엇죠! 골드만삭스가 GE의 증권을 좋게 평가한다고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러나 무디스가 등급을 낮추면 그 여파가 엄청나죠. 그런데 왜 무디스 직원은 골드만삭스에서 일하고 싶어할까요?” 스티브가 말햇다.
그러나 아무리 신용등급을 속일 수 있더라도 CDO는 쓰레기다. 상환이 안될 것이니까. 그러나 상환이 안되더라도 그것을 누가 대신 갚아준다면 문제가 없다. 여기서 사기극의 봉이 하나 더 등장한다. AIG가 봉이 된다. AIG가 봉이 되지 않았다면 “새롭게 발생할 위험들은 숨을 곳이 없어서 은행 규제자들에게 완전히 노출되었을 것이다.”
AIG는 기업대출, 자동차대출이나 신용카드 매출채권 등에 대한 보험을 팔아왔었다. “마이클은 신용부도스왑CDS라는 상품을 발견했다. 신용부도스왑은 반기별 프리미엄 지불과 기한부 조건으로 기업 채권의 상환을 보장해주는 보험증권이엇다. 예컨대 매년 20만 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GE의 채권 1억 달러를 보장해주는 10년 만기 CDS를 구매할 수 있다. 이 경우 신용부도스왑 구매자의 최대 손해액은 20만 달러씩 10년간 지불하는 200만 달러다.
GE가 10년 내 아무 때나 부도를 내고 채권보유자가 채권을 상환받지 못해도 CDS 구매자는 1억 달러를 상환받을 수 있다. 이것은 CDS 구매자가 1억 달러를 얻으면 CDS 판매자가 1억 달러를 잃는 제로섬 베팅이었다.”
AIG 관계자들은 “거의 10년 동안 다루어왔던 것과 기본저긍로 동일한 위험을 보장해주고 보험 프리미엄을 받는다고 생각햇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파크는 소비자대출에 대한 CDS 중에서 몇 퍼센트가 서브프라임모기지인지를 담당자에게 물어보았다. 런던의 위험분석가는 20%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모기지 비율이 95%에 달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죠.’”
“이제 그들은 사실상 세계 최대의 서브프라임채권 보유자가 되엇다.” “알고도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일개 보험회사가 연간 몇 백 달러를 받고 200억 달러가 한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엄청난 위험을 떠안았으니 말이다.”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와의 회의에 참석햇던 AIG FP의 트레이더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기계를 떠받치는 사상이나 분석이 얼마나 미미한지를 깨닫고 충격을 감추지 못햇다. 서브프라임모기지 거래는 주택가격이 일시에 하락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가정에 기초한 것이었다.” AIG는 더 이상 그와 같은 상품을 보장해주지 않기로 햇다. 그러나 트리플A등급의 다양화된 소비자대출로 포장된 트리플B등급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 500억달러 규모를 신나게 매수한 후였다.
“서브프라임시장은 두단계를 거쳤다. 첫단계에서는 AIG가 대부분의 시장붕괴위험을 떠안고 2005년말까지 명맥을 이어갔다. AIG가 태도를 바꾸었을 때 AIG FP의 트레이더들은 자신들의 결정으로 시장이 폐쇄될 것이라고 추측햇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월가는 이미 CDO를 이용해 부실한 트리플B등급 서브프라임채권을 위험없는 트리플A등급 채권으로 만들어 너무나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그일을 그만둘 수 없엇다ㅓ. 여러 회사에서 CDO 기계를 운영했던 사람들은 너무나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춤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돈이 나오는 동안 월스트리트는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주식시장은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과 규제로 통제되는 세계이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의 세계인 채권시장은 주식시장을 압도하는 규모인데도 규제를 피해왔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법망에 걸릴 염려 없이 내부정보를 이용할 수 있었다. 채권 테크니션들은 정부 듀제에 신경 쓸 필요없이 보다 더 복잡한 증권을 개발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채권에서 파생되는 상품이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채권시장의 불투명성과 복잡성은 월가의 대형 회사들에게 크나큰 이점이 되엇다. 채권부서들은 점차 월가 수익의 원천으로 성장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아직도 고객들의 무지와 두려움을 이용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한 이유였다.”
“채권이 주식을 위축시켰다. 주식시장은 채권시장에 비교했을 때 뾰루지처럼 성가신 존재엿다. 일류 채권회사 살로먼브러더스가 엄청난 수익을 올려 완전히 다른 산업을 창출한 것 같았던 1980년대 이후로 채권시장은 큰돈이 생겨나는 곳이 되었다.” 이후 20년 동안 채권시장은 월스트리트의 호황을 주도하면서 다른 모든 것을 압도했다.
“월가는 구시대적 사업의 수익이 점차 감소하자 구조화금융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창조했다. 주식중개 수익과 그보다 훨씬 전통적인 채권중개 수익은 인터넷과의 경쟁으로 크게 감소햇다.” 그런데 서브프라임시장이란 손쉬운 먹이감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단 몇 년 사이에 서브프라임모기지시장은 월가의 수익과 고용을 좌우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월스트리트의 입장에서 서브프라임 시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엇고 굴러가야만 하는 시장이었으며 굴러가게 만들어야만 하는 시장이었다.
“월가는 신용도가 낮으면서도 대출을 하는 미국인들이 충분하지 않자 최종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러사는 스티브의 베팅을 이용해 더욱 많은 상품을 합성했다. ‘자격이 없는 대량의 채무자들에게 감당할 수도 없는 집을 살 돈을 빌려주는데서 만족하지 않았죠. 허깨비 같은 대출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100배나 많이 말이죠! 그래서 서브프라임대출보다 금융시스템의 손실이 훨씬 컸어요.’ 스티브가 말했다.”
“그때 옵션원은 엄청난 손실을 발표했다. 옵션원은 원래 위험을 떠안지 않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채무자가 최초 불입금을 내지 못할 경우에는 월가가 대출을 옵션원에 되돌려준다는 조항이 있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 최초불입금도 내지 못하죠?’ 대니가 말햇다. ‘최초 불입금도 집할 수 없는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인간들은 대체 누굽니까?’ 스티브는 이렇게 말햇다.”
“월가 사람들이 서브프라임대출 문제가 미국 시민들의 거짓말과 재정적 무책임 때문에 발행햇다고 주장할 때마다 스티브는 이렇게 말했다. ‘뭐라고요? 미국인 전체가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대출신청서에 거짓정보를 기록할 것에요’라고 말했다고요? 맞습니다. 그들은 거짓말을 했죠. 그러나 거짓말을 하라고 지시받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겁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시장은 마르지 않는 샘물일 수는 없었다. “(2005년 기준으로) 지난 3년동안 주택가격은 과거 30년 동안 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상승햇다. 주택가격은 아직 하락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첫해에 놀라운 속도로 부실해져 채무불이행율이 1%에서 4%로 상승했다. 주택을 사려고 대출을 받았다가 12개월 만에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2000년 이래로 자기 소유의 주택가격이 1%에서 5% 사이로 상승한 사람들의 채무불이행 확률이 10% 이상 상승한 사람들의 채무불이행 확률보다 거의 4배나 높았다. 수백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경우 대출금을 갚지 못해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소리였다.
주택가격 하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조차 필요없었다. 과거 몇 년동안 이어졌던 주택가격의 이례적인 상승세만 멈춰도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리프만은 그 차트를 보고 또 보았다. 그조차도 그 차트의 수치에 충격을 받았다. ‘주택가격이 하락할 필요도 없잖아. 지금처럼 빠르게 상승하지만 않으면 돼.’
주택가격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지만 채무불이행 비율은 4%에 육박하고 잇었다. 7%까지만 상승하면 저투자등급인 트리플B마이너스 채권은 휴지조각이 된다.
리프만은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왑을 보유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용부도스왑은 보험이 아니라 도박이었다. 리프만은 승산이 있음을 알자 이제는 공매도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서브프라임 시장이 사라졌을 때 “리먼브라더스는 사라졌고 메릴린치도 무너졌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텐리는 투자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투자은행가들은 이제 멸종됐다. ‘월가의 몰락은 정의의 심판이야.’ 스티브가 말햇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