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모르는 5년 후 한국경제 - 세계경제 전쟁에서의 생존전략
조명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를 쓰는 날 보도를 보면 11월 연평도 공격에 대해 UN 안보리에서 어떤 합의도 나오지 않았다는 기사가 보인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북한을 규탄하는 안을 제출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번 만이 아니라 천안함 사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신양극체제라는 말로 정리한다.

냉전이 끝난 후 미국 주도의 1극체제에서 친미성향의 NATO+태평양 동맹국들의 네트웤과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양극으로 하는 구도로 국제질서가 재편되었다는 것이다.

양대세력은 냉전시절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지정학적 요충지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발칸의 보스니아 사태를 시작으로 아프카니스탄, 중동, 아프리카에서 양대 세력의 이해관계가 충동해왔다. 냉전시절에 이어 신양극체제에서도 한반도는 두 세력의 각축장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묘하다. 냉전시대와 달리 이번의 양극체제에서 한국은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군사적으로 한국은 PATO(친미조약기구)에 속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더 가까워져 있다. 정치와 경제가 모두 친미진영에 속했던 냉전시절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 시절 친중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미국은 지는 해이니 중국에 붙으면 될까? 그것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미국의 헤게모니가 예전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경제위기로 미국의 저무는 속도는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냉전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신양극체제도 1.5 체제라는 것이 문제이다. 소련도 그랫고 지금의 중국과 러시아도 친미 서방진영의 반쪽에 불과할 뿐이다.

조지프 나이에 따르면 국제세계의 헤게모니는 3차원 입체 체스판과 같다. 1층은 군사력의 차원이다. 2층은 경제력, 3층은 문화적 영향력의 소프트 파워의 차원이다. 헤게모니란 아래층을 기초로 위층의 체스판을 지배하는 게임의 결과로 얻어진다.

그 결과 얻어지는 헤게모니는 무력이란 벌거벗은 힘( naked power)으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헤게모니란 말대신 내비 파워(Navi-power, 방향을 알려주는 Navigation power)란 말을 쓴다.

미국의 헤게모니가 저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실력은 지역패권국이라면 모를까 세계의 패권국이 되기에는 턱도 없다.

저자는 그 이유를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신뢰는 3차원 체스판에서 3차원의 게임이다. 그러나 3차원의 체스판에 뛰어들려면 1차원과 2차원을 지배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실력은 어느 차원도 지배할 실력이 되지 않는다.

특히 2차원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경제력의 핵심은 금융 지배력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논할 가치도 없고 중국도 금융강국이 되기에는 턱도 없다고 저자는 본다.

요 몇 년 동안 중국에서 나온 경제서적들을 보면 금융강국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 이유는 피해의식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을 유대인 자본의 화교자본에 대한 견제에서 시작되었다고 중국인들은 생각한다. 홍콩이 반환된 다음 날 태국에서 위기가 시작되었고 그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동남아의 화교자본이었다. 그 이후로도 유대 자본의 중화경제권에 대한 견제는 계속되고 있다고 중국인들은 생각한다. 이런 논지의 대표적인 서적이 ‘화폐전쟁’이다. 화폐전쟁의 저자는 일본이 몰락한 이유를 화폐전쟁에서 졌기 때문이라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이 일본처럼 몰락하지 않으려면 금융대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나온 ‘자본의 전략’은 “중국이 제조 대국에 이어 무역 대국이 되었고 이제는 금융 대국을 향해 가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가? 저자는 회의적이다.

저자는 금융대국은 신용 위에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중국이 외국 기업의 상해 증시 상장을 허용하면서 금융 개방화 정책을 펴는 것은 금융산업의 주요 부분인 증시를 키우는 데는 일조하지만 금융의 허브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인 국가 신용도와 정치의 안정성은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돈만 모여든다고 금융 허브가 되는 것이 아니다.”

“2010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은 중국농업은행이다. 그러나 금융 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은 증시 거래 규모와 은행의 수익만이 아니다. 중국이 금융대국으로 가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세계적인 보험회사의 운영이다.

보험회사를 믿고 만일을 대비해 돈을 맡기는 것은 신뢰의 표현이며 신용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거래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중국은 과연 그만한 신용이 있는가?’” 그다지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중국인들 스스로 믿지 않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현재 중국에는 1조 위안 이상의 부호가 5만 5000명에 달란다. 이 중 많은 부호들은 해외이민을 생각 중에 있는데 2009년 미국 투자이민은 전년대비 2배가 넘었다. 대부분의 부자들이 해외이민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자녀교육’, ‘안전감(중국 내 투자환경의 잦은 변화와 부에 대한 원죄’ 추궁문제로 신변 안전에 대한 불안감 고조), ‘선진 생활환경 추구’라고 한다. 이는 중국인들 스스로 자국에 대한 신뢰가 낮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국제무대에서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서는 군사력에 앞서 미국과 EU처럼 기축통화로 공인받을만한 화폐가 있어야 한다. 달러와 유로화에 대한 신용은 바로 조직적으로 짜인 신뢰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이 지속 성장 가능한 경제 그리고 신용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구축이 바로 달러와 유로를 받쳐주기에 가능한 것이다. 중국은 자본, 노동력, 기술력만 있으면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인 것은 아시아와 아랍 그리고 러시아의 거부들은 그들의 자산을 미국이나 유럽계 은행에 맡겨야 안심한다. 중국이 아무리 많은 외화를 보유해도, 중국이 최고의 공산품을 만들어도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중국의 신용도가 공고해지지 않으면 금융 패권은 요원하다. 중국이 금융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자국의 자본을 해외에 투자하는 지금의 패턴이나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본의 유입에서 탈피해 타국의 개인자본이 중국의 보험상품을 사고 중국이 운영하는 신용카드를 세계인이 사용할 때 가능한 것이다.

통제불능으로 넘쳐나는 달러로 세계 금융시스템이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신양극체제가 태어났다. 그리고 달러의 종말도 멀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서구의 금융 패권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