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1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이책이 그리는 내년 소비자의 모습은 정신분열증이다. 저자들은 내년의 트렌드를 Two Rabbits, 두 마리 토끼로 요약한다. 동시에 잡을 수 없는 것을 동시에 잡으려 한다는 말이다.

가격은 싸야 되지만 질도 높아야 한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만 프라이버시도 지켜져야 한다. 여가가 많아야 하지만 그렇게 주어진 여가시간엔 평소보다 더 바쁘다. DIY를 외치며 스스로 하겠다고 하며 그만한 전문지식을 쌓지만 터무니 없는 돈을 주면서도 전문가의 손길을 원한다.

저자가 말하는 소비자의 모습이다. 사실 그렇게 낯선 모습은 아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악몽 같은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랜 모습일 뿐이다. 저자들이 전망하는 내년 트렌드 하나 하나는 책소개에 이미 나와 있으므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부사항들은 이미 다른 경영서적에 많이 반복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보다는 왜 그런 트렌드가 나타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면 왜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것일까? 저자들은 거기에 대해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들이 올해 트렌드를 전망했던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같다.

저자들이 전망했던 올해 트렌드 역시 내년 트렌드에 대한 전망처럼 여러가지이다. 그러나 올해 트렌드 처럼 일정한 경향성이 있었다. 그 경향성은 개인주의 정도로 요약될 수 있다.

동성애, 성적묘사, 폭력성, 막말 등 대중매체의 금기가 사라져가는 것은 사회를 묶어주는 문화의 접합력이 약해지는 것을 말한다.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던 공통의 사회적 코드가 무너져 가면서 개인이 우주의 중심이 되어 간다. 저자는 ‘소비자는 나르시스트’란 말로 그런 경향을 요약한다.

“최근 가요계를 휩쓴 신세대 아이돌 그룹의 가사는 하나같이 자신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이제 겸양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우리 대중가요가 이별의 아픔, 헌신적 사랑, 삶의 애환 등의 ‘겸손한’ 주제로 일관했던 점을 상기한다면 놀라운 변화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사의 범람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들 아이돌 그룹은 트렌드를 잡아내고 그것을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는 기획사의 작품이다. 그들이 내놓은 곡에 공통적인 주제가 이렇게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면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히트곡의 가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당당하고 자기애가 강한 세대’의 자신감이다. 그들의 히트곡은 모두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 있게 자기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신세대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잇다. 바꿔 말하면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스트 소비자들이 이런 당찬 가사에 환호는 것이다.”

그런 나르시스트들은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데 과감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한다. 자신을 표현하는데 돈을 주저없이 쓴다.

“나르시스트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들이 ‘개인’으로 자라난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형제가 적어 어릴 때부터 방을 혼자 썼고 성인이 돼서도 원룸을 선호한다. MP3 플레이어, 핸드폰, PMP 등 개인화된 기기로 무장하고 온라인 게임을 하며 혼자 논다. ‘자기’가 세상의 중심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들은 소비문화의 세례를 받은 행운아들이다.”

이런 소비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공급이 수요를 만성적으로 초과하는 시장에서 그들을 쫓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파고 들 틈이 많다. 그들의 나르시즘은 연약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당한 세대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맞고 잇다. 한껏 높아진 자존심을 채워주기에는 결코 호락호할하지 않은 기성사회의 높은 벽, 그 아래에서 젊은이들은 셀프-홀릭 상품으로 무너진 자존심을 달래고자 한다. 그래서 물과 기름 같아 보이는 아이돌 그룹의 자기도취와 가수 장기하가 읊조리는 ‘루저 문화’는 서로 묘하게 닿아 잇다.”

그들의 자기애는 현실에선 깨져나가는 연약한 유리벽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스타에 열광한다. 현실에선 가짜일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자기애와 달리 스타는 현실에서 진짜이기 때문이다. 스타들이 무엇을 입고 어디를 다니며 무엇을 하는지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이유이다.

현실 앞에서 부서져 나갈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자기애가 비현실적이듯 그들이 사랑하고 드러내고 싶어하는 자신 역시 얄팍한 언제든지 깨져나가는 진짜이면서 가짜일 뿐이다.

“왜 소비자들은 이렇게 자신의 소소한 일상까지도 올리고 공유하고 싶어할까? 이는 일차적으로 개인 소비자들이 거대한 시장경제체제에서 소외되어 가는 과정에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을 다른 사람과의 공유와 공감을 통해 해소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소소한 일상을 고유하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과 처지에 있는 타인들을 만나면서 상실감을 달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온라인을 통한 인간관계는 개방성을 통해 확장되어 간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도 그만큼 진전되고 잇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온라인의 인간관계는 실제의 인간관계보다 깊이도 강도도 약하다. 그렇기에 깨지기도 쉽다. 그런데도 그런 관계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답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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