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플레이어 - 왜 우리는 열광하고 그들은 세상을 지배하는가
매슈 사이드 지음, 신승미 옮김, 유영만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박세리 선수는 내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었어요. 당시에 나뿜난 아니라 내 또래 많은 여자아이들이 골프를 알게 됐고 박세리 선수처럼 됙고 싶어했죠.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열렸는데 잠이 덜 깬 상태였던지라 재방송을 여러 번 봤어요. 중계방송이 수없이 재방송됐거든요. 나는 박세리 선수가 한국 국민에게 해준 일이 정말 기뻐요. 내게도 큰 영감을 줬고요.”

2008 US 오픈에서 우승한 박인비의 말이다. 박세리 이후 한국 출신의 여자선수들을 ‘박세리 키드’라 부른다. 저자는 비슷한 사례를 여러가지 들고 있다. 그리고 저자 자신이 그런 예의 하나이다.

“이런 패턴은 1980년대 내 고향 레딩이 탁구에서 거둔 경이로운 성공에서도 나타난다. 1970년에 레딩 출신의 어린 소년 사이먼 힙스가 유럽 유소년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땃다. 10년 후 레딩의 작은 거리인 실버데링 로드에서 배출된 베스트 플레이어ㅓ들은 영국 전 지역에서 배출된 수보다 더 많았다.” 저자도 그중의 한명이다. 저자는 영국대표로 올림픽에 두번 출전했고 영연방 탁구 단식에서 3차례 우승을 했다.

저자는 이러한 패턴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를 동기라 말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를 준다는 것이다. 박세리 키드들이 처음부터 재능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저자가 살던 빈민가 꼬마들이 재능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웃집 누구가 할 수 있다면 내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그런 동기화는 ‘고정형 사고방식’을 깨버린다고 말한다. 탁월함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사고방식 말이다. 저자는 눈에 보이는 재능은 ‘빙산의 착각’이라 말한다. 저자는 묻는다 “마이클 조던의 나이키 광고를 기억하는가?

“나는 9,000개 이상의 슛을 실패했다.
거의 300개의 게임에서 패배했다.
승리에 쐐기를 박을 26개의 슛을 놓쳤다.
나는 아주 많은 실패를 거듭한 삶을 살았다.”

마이클 조던의 화려한 전적 아래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실패가 깔려 있다. 바닷물 아래 숨겨진 빙산처럼 말이다. 빛나는 성공과 재능에는 실패가 있다. 그리고 성공은 재능은 실패가 있어야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베스트 플레이어와 평범한 플레이어의 차이는 “유전이나 개성이나 가족배경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의 차이는 훈련에 있었다. “사람들은 난이도가 높은 점프를 하면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히 어려운 점프를 시도한다고 뛰어난 경지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베스트 플레이어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훨씬 어려운 점프를 시도한다.” 바로 실패를 의도한다는 말이다. “최고의 스케이팅 선수는 훈련을 할 때 보통 선수보다 훨씬 자주 넘어진다. 기량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실패라는 기반 위에 쌓인다.”

저자는 실패의 결과로서 눈에 보이는 빙산의 일각을 타고난 것이라 ‘착각’하는 사고방식, 재능을 타고난 소수가 베스트 플레이거가 된다는, 재능은 고정되어 있다는 사고방식을 ‘고정형 사고방식’이라 부른다.

이런 사고방식은 지능이라든가 체력이라든가 운동신경이라든가 타고난다고 생각하는 것을 칭찬한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재능이 많아서 힘을 들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면 열심히 훈련할 필요가 없잔아?” 그리고 그런 칭찬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그리고 그렇ㄹ게 자란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신의 ‘재능’을 부정하는 실패를 기피한다.

“엔론은 재능을 완전히 신뢰함으로써 불행을 자초하는 일을 저질렀다. 재능을 숭배하는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비범한 재능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행동하라고 강요한 셈이다. 엔론은 직원에게 고정형 사고방식을 강요했다. 그러나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거나 바로잡지 않는다. 그저 곧바로 거짓말을 할 뿐이다.”

저자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클 조던처럼 수많은 실패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타고난 능력보다 지금의 능력보다 노력을 칭찬해야 한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실패를 하더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 자체를 칭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능보다 노력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저자는 ‘성장형 사고방식’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영리하게 문제를 풀었구나’라 말하지 말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라고 말해야 한다고 본다.

“시도해봤는가? 실패해봤는가? 문제없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멋지게 실패하라.” 저자는 베케트의 말을 인용한다.

평범한 삶에선 고정형이든 성장형이든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베스트 플레이어가 목표일 때이다. 저자는 베스트 플레이어의 길은 베케트의 말을 따라가는 길이라 말한다. 그 길은 “가파르고 험난하며 고되다. 지나치게 길고 장상에 다다르려면 수천에서 수만 시간 동안 애간장 태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실패를 성장할 기회로 보는 성장형 사고방식이 아니면 그 길고 긴 고난의 길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에겐 재능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은 숨겨진 실패의 결과이며 따분한 연습의 결과라는 것을 인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최고의 골프 선수 아홉 명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이 국제대회에서 첫 우승을 한 시기는 골프를 시작하고 평균 10년이 지난 스물다섯 무렵이었다. 이와 동일한 결고가ㅏ 수학, 테니스, 수영, 장거리 경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났다.

이는 학계에도 적용된다.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과학자 120명과 가장 유명한 시인 및 작가 123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처녀작을 낸지 10년 뒤에 최고의 성과물이 나왔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10년 이란 시간은 1만시간의 연습량으로 환산된다. 베스트 플레이어와 보통 플레이어를 나누는 것은 그 시간이지 유전이 아니다. 그 지루하고 답답하고 힘든 시간을 견뎠는가가 최고와 평범을 나눈다.

그러나 그것만이 최고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간을 견뎌내면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뛰어난 경지에 오르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하려면 경쟁의 순간에 자신의 기량을 최고의 상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숙달하기 어려운 기술이며 종종 베스트 플레이어와 평범한 사람을 나누는 요소가 된다.

이런 요소는 단박에 감지된다. 베스트 플레이어는 걱정과 불안, 의심과 긴장을 모두 초월해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고 상대 선수를 무력하게 만든다. 베스트 플레이어는 기술의 안정감과 정신의 예민함을 유지한다. 깊고 복잡한 이 기술은 수천 시간에 걸쳐 형성되며 경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저자는 이 능력을 자신을 속이는 플라시보 효과라 본다. 구체적으로 이 능력은 증거를 무시하는 ‘낙관주의’이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데 대한 ‘근거는 없지만 유용한 믿음’이다.

“선수 시절 나는 팀 회의에 수십 번 참석했는데 그때마다 팀원들이 부정적인 일을 마음에서ㅓ 금세 떨쳐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후 뛰어난 경지에 오른 수십 명의 선수를 인터뷰할 때도 그들이 증거에 맞춰 믿음을 바꾸는 게 아니라 믿음과 일치하도록 증거를 조작하고 최고 기량에 방해가 될 경험을 걸러내는 것을 보며 그 능력에 감탄하곤 했다.

그러ㅓ면 그 능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1단계에서 선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보호하는 ‘긍정적인 점’을 찾아낸다. 2단계에서는 이전 시합에서 드러난 부정적인 면을 통합해 약점을 강화하는 훈련을 한다. 3단계에서는 다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는 방향으로 초점을 바꾸어 다음 시합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도록 한다. 프랑스 아스날 축구팀의 감독 아르센 웽거는 “활동 주기 동안에 자신의 믿음을 변경할 능력이 없ㅇ르면 운동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고ㅗ 말했다.”

“누구나 살다보면 현실과 다른 믿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때때로 긍정적인 점을 강조하고 부정적인 점을 억눌러야 하며 과거의 충격적인 경험을 차단해야 한다. 또는 현실과 다른 그럴싸한 이야기를 꾸며내기도 해야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생존하기 위해서다.”

이상이 이책의 주된 골자이다. 이외에도 이책에는 약물남용이라든가 중요한 경기에서 얼어버리는 초킹현상이라든가 운동선수들의 자동화된 암묵지와 직관에 대한 것이라든가 여러가지가 나온다. 이책의 주된 내용은 스포츠 심리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내용 중에서도 이책은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심리적 메커니즘에 집중한다.

그리고 저자 자신이 베스트 플레이어 였기 때문에 저자의 설명은 현실감이 풍부하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들 그리고 스포츠 심리학의 연구결과들이 다양하게 인용된다. 그러나 저자 자신이 최고 경지의 선수였기 때문에 그 인용들은 단순한 인용에 그치지 않고 저자의 경험을 통해 해석되면서 생생하게 살아나며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이해된다.

그런가? 재미있고 쉽다는 말이군. 그러면 이책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책의 가치는 다른 분야에도 스포츠 분야의 논리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데 있다. 위의 요약에서 언급했듯이 재능이 만들어지는 논리는 스포츠나 예술이나 학문이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최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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