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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 - 내 안에 잠든 긍정의 추진력
마셜 골드스미스 외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 책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소설의 주인공인 자신만만한 커리어우먼의 말이다. 예쁜 얼굴이라도 끌리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왠지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매력은 외모와는 상관이 없는 그 사람의 아우라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런 아우라의 이유는 여러가지다. 이책은 그 여러가지 이유 중에서 자신감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책은 모조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모조의 의미는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하자면 자신감이 가장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자신감이란 말로는 이책이 설명하는 모조의 뜻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모조는 자신감처럼 어떤 사람의 개인적인 속성이다. 그러나 자신감과 달리 저자는 모조를 흐름으로 본다. 다시 말해 어느 순간 그 사람이 갖는 아우라이다.
“사실 우리는 모조라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모조의 순간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말에 청중들이 집중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박장대소하고 기립박수를 치도록 만들었다면 여러분은 바로 모조의 순간을 창조한 것이다. 그 순간 여러분 몸속의 모든 엔진들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으며 ‘동시에’ 청중들도 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여기서 말하는 모조의 핵심이다.”
그러나 모조는 그런 지나가는 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모조는 개인적인 성공이라는 모호한 형태로 나타난다.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성장하고 발전하고 목표를 달성하고 문제를 홰결하고 경쟁에서 이겨나간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빨라진다. 나중에는 이런 흐름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이를 ‘in the zone’이라고 부른다. 좀더 일반적인 용어로는 flow라는 말이 있다.”
흐름을 타고 있는 사람, 운을 거머쥐고 있는 사람을 알 것이다. 저자는 그런 사람을 모조의 흐름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모조의 흐름은 운의 문제가 아니라 말한다. 모조는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어떻게?
저자는 모조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발견하게 되는 행복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일을 통해 스스로 만족을 얻고 이를 다른 사람들이 분명하게 인식한다”면 그 사람은 모조의 흐름에 있는 것이다.
저자는 행복과 의미란 개념을 이용하여 모조를 다음과 같이 조작적 정의로 규정한다.
“내면에서 우러나와 외부로 드러나는, 바로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얼른 머리에 들어오는 정의는 아닐 것이다. 저자가 모조의 반대 개념으로 제시하는 Nojo(no joy)의 정의를 보자. “노조를 가진 사람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지루하고 못마땅하게 여기며 지금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잇는 불만과 스트레스를 다른 이들에게 거리낌 없이 얘기한다.”
모조가 어떤 의미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그러나 아직 모조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할 수는없을 것이다. 저자는 모조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4가지 개념으로 분해해 설명한다: 정체성, 성취, 평판, 수용.
지금 자신의 위치와 자신의 정체성이 일치할 때 그리고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것들이 그 정체성을 강화할 때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성취를 인정할 때 그리고 그 3가지가 지금 자신의 현실과 일치할 때 모조의 흐름은 만들어진다.
대략 자신감과 비슷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감과 모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조는 주관적인 느낌이 아니며 언제나 현재의 문제이기에 하루에도 여러 번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모조를 말할 때 ‘순간’ 또는 ‘흐름’과 같은 유동적 의미의 말을 함께 쓴다.
모조란 무엇인가는 알았다. 그러면 나도 모조의 흐름을 탈 수 있는가? 저자는 이책에서 모조의 정의를 내리는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어떻게 모조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는가에 관해 이책의 대부분을 할당하고 잇다. 저자는 앞에서 말한 정체성, 성취, 평판, 수용으로 모조를 조작적으로 정의한 다음 그 4가지 변수의 점수를 올리면 모조의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이책은 실제에 있어서는 모조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그 4가지 변수의 점수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에 관한 책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자기계발서와 그리 차이가 없지 않은가? 모조라는 거창한 개념을 말하면서 실제 내용은 뭐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이책에서 4가지 변수를 높이는 방법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책에서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체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4가지 변수라는 큰 틀이 있다는 점에서만 체계가 잇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선 용두사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은 상당히 유용하고 재미있다. 저자의 이전 저서인 ‘일 잘하는당신이 성공을 못하는 20가지 비밀’을 보앗다면 저자가 어떤 식으로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기업의 간부들을 상대로 개인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다. 저자의 직업이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동원할 수 있는 경험은 무궁무진하며 구체적이고 재미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처방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프레임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단지 4가지 변수라는 큰 틀만 있고 그 밑에 이런저런 처방을 나열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세상사가 원래 그런 것을 어쩌겠는가? 이책의 구성이 나열식에 가까운 이유는 세상사가 원래 그렇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책은 위에서 지적한 문제가 분명히 있다. 다시 말하자면 4가지 변수의 큰틀과 저자의 구체적 처방 사이의 중간을 이어주는 프레임이 비어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제시하는 처방의 구체성과 유용성, 그리고 4가지 변수라는 큰틀로 자신의 삶을 보는 관점을 얻는다는 것만으로도 이책의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