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쿠바 - 시네아스트 송일곤의 감성 스토리
송일곤 글.사진 / 살림Life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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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쿠바란 단어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이책의 제목처럼 ‘낭만’일 것이다. 최고의 시거라는 궐련의 향기처럼, 아바네라, 맘보, 살사, 손, 룸바, 구아히라, 구아라자, 파창가, 등등 쿠바에서 만들어진 리듬들 처럼 아니면, 체 게바라의 빛 바랜 사진처럼 무언가 일상의 것이 아닌 이미지.

그런 이미지가 실제의 쿠바와 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낭만의 이미지는 쿠바라는 동전의 한면일 뿐이다.

“한 때 쿠바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자였다.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건물이 올드 아바나에 가득하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화려한 조각들로 수을 놓은 문양들이 과거의 영화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창을 보라. 유리를 끼울 돈이 없어 낡은 합판으로 덧대어 햇빛을 막고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슬레이트판을 얼기설기 얹어 놓았다. 회벽의 페인트는 벗겨지고 부식되어 폐허 직전의 색을 드러내고 잇다. 그러나 여전히 쿠바의 슬픈 건축은 쿠바다. 아무리 가난해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건물들은 기묘하게 어울리고 칠이 벗겨지고 나무로 덧댄 창들 또한 하나의 질서처럼 정연하다. 그래서 올드 아바나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리라. 과거의 영화를 고스란히 견뎌낸 이 공간.”

이 책은 쿠바에 대한 안내서가 아니다. 이책은 저자가 영화를 찍기 위해 쿠바를 찾았을 때 찍은 사진들을 모은 사진집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사진을 보다보면 세피아 톤이란 말이 떠오른다. 흑백의 투톤을 갈색톤으로 처리하는 기법 말이다. 저자가 본 올드 아바나처럼 쿠바는 열대의 섬답게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는, 우리가 쿠바란 말에 떠올리는 ‘낭만’이란 말에 어울리는 땅이엇다.

그러나 가난에 허덕이는 오늘의 쿠바는 예전의 색채를 잃어버렸고 과거의 영광은 흔적만이 남았다. 그러나 그 흔적은 묘하게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게 한다. 시간이 박제된 오래된 사진처럼 시간의 벽을 넘어 과거를 엿보는 느낌이다.

“이 나라의 경제는 최악이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건축물들으ㅢ 색칠과 보수를 하지 못하고잇지만 20세기 초반에는 아메리카에서 두 번째로 잘 사는 나라였다는 것을 믿게 만든다.”

그 모순의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의 쿠바 자체가 모순이긴 하다. “ 쿠바 수입의 절반이 관광산업이다.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는 혁명 성공 후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하며 자봊주의 탐욕을 통렬히 비판했다. 그러나 쿠바는 점점 가난해졌고 외국의 자본이 없으면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햇다. 자본과의 타협만이 생존이라는 답을 내렸다. 쿠바인 모두의 것인 바라데로 해안 중 가장 아름다운 곳에 유럽인의 돈으로 만들어진 리조트와 호텔이 들어섰고 그곳에서 쿠바인들이 유럽인과 캐나다인을 위해 침대의 시트를 갈고 청소를 하고 경비를 허며 노래를 불러주고 춤을 춘다. 기막힌 아이러니가 천국과 닮은 해안에서 차차차처럼 벌어지고 잇다.”

그러면 그 리조트와 호텔을 찾는 사람이 찾는 낭만의 이유는 무엇인가? 이책의 사진들이 보여주는 세피아 톤의 쿠바에서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시에스타의 거리가 아닐까? 모두가 쉬어야 하는 시에스타의 시간, 태양을 견지지 못해 모든 것이 비어버린 거리의 풍경에서, 그늘 밖의 뜨거움을 피해 즐기는 죽음처럼 달콤한 낮잠의 시간 같은 나른함. 포기의 나른함. 이책의 사진들이 보여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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