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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전쟁 - 금융 위기 이후 중국 경제석학의 미래 보고서
취엔위엔치.량치똥 지음, 김준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지금 보니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미국은 단지 경상을 입었을 뿐이고 유럽은 중상을 입었는데 중국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이책에 소개되는 관점이다. 중국의 입장에 치우친 견해이긴 하지만 타당성이 있는 관점이긴 하다. 중국경제의 모델이 바뀌어야 하는 강요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제는 예컨데 (원자재 공급원과 제품 판매 시장이라는) 양 끝을 밖에 두고, 크게 들어오고 크게 나가는 (대량으로 수입하고 대량으로 수출하는) 외향적 경제발전 모델로, 외수(외부 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중국이 택한 모델 자체의 한계와 모델의 내재적 한계 두가지를 해결해야만 하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중국 경제는 고비용 시대로 들어섰다. 중국은 지금까지 값싼 원자재와 인건비를 비교우위로 삼아 성장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저비용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올라 베트남 등의 나라에 뒤지고 외수도 예전같지 않을 것이므로 성장을 이끌었던 투자는 예전 같은 속도를 낼 수 없다.
이젠 소비가 투자를 대신해 성장을 이끌어야 하지만 수요가 단기간 내에 성장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아마도 구조조정 시기에 들어설 것이다.”
기존 모델의 효율은 한계에 달한 듯 보인다. “중국은 국제시장에서 심각하게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 중국이 무엇을 사든 그것은 가격이 오른다. 중국이 무엇을 팔든 그것은 가격이 떨어진다.” 70%에 달하는 대외의존도 덕분이다. 경제의 외형은 커졌지만 그 덕분에 비용이 올라간다. 더군다나 그 외형은 실속이 없다. “미국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낮은 저축률로 70% 이상의 고소비를 지탱한다. 중국은 50%의 높은 저축률로 30% 내외의 낮은 소비를 유지한다.” 결국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으며 경제적 위기는 언제든 사회적 위기로 바뀔 수 있다.
모델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적기라고 저자들은 생각한다. “교육, 의료, 양로, 주택, 사회보장 등은 경제발전의 기본 동력이 될 수 있다. 만일 이 문제들을 남겨두었다가는 사회와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무거운 부담이 될 것이다. 지금 내수 확장을 이끌어내는 사회사업을 충분히 중시하지 않으면 발전의 찬스를 잃어버릴 것이다.”
중국이 구조조정의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외향적 경제모델 자체의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의 국제분업 측면에서 본다면 하이테크 영역과 기술집약형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경쟁력은 미국을 넘어서지 못한다. 전통적인 공업과 노동집약형 상품 분야에서 일본의 경쟁력이 신흥 공업국을 넘어서지 못한다. 21세기에 둘어선 일본은 어떤 영역에서도 절대적으로 우세한 산업이 없다.
새로운 세기에 들어선 이후에는 인터넷을 대표로 한 정보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 제조업을 대표로 하는 일본은 기존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일본 기업들은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수 없었고 일본의 공산품이 세계시장에서 1등을 독점하던 상황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정보산업을 주축으로 한 미국 경제가 다시 우뚝 솟았다. 정보 시스템에 대해 말하자면 미국의 산업과 상품이 세계를 주도하고 1등을 독점했고 일본은 정보혁명의 낙오자가 되었다.”
일본의 현재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버블붕괴의 후유증이기도 하지만 경제가 방향을 잃었다는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그들이 방향을 잃은 것은 대세를 놓쳤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정보화에 낙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모델의 문제이다. 일본의 캣치업 모델은 따라갈 방향이 분명할 때는 잘 작동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그 방향을 개척해야할 때는 헤메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면 일본의 모델을 따라했던 한국 그리고 중국은 어떨까?
일본의 현재는 일본을 따라갔던 한국 그리고 중국의 미래이기도 하다. 일본식 모델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것이 한국은 물론 중국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문제였다고 저자들은 생각한다.
금융위기의 결과 “네 마리 호랑이는 모두 죽었고 네 마리 용은 두 마리 반이 죽었다. 수입대체와 수출주도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성공을 가져온 모델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경제발전이 일정단계에 도달한 뒤에는 그 모순이 밖으로 드러난다. 경제발전이 일정단계에 도달하면 생산원가가 높아져 수출이 억제되고 국제수지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이 수출주도 전략이 수많은 나라들의 발전전략이 되면 각국 간의 상호 경쟁이 형성된다. 상품의 단계적 진보는 수출주도를 계속 실행하기 위한 필수조건인데 값싼 자원과 노동력에만 의존해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아시아 국가들은 고석 성장을 실현한 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지금 국제적으로 유행하는 관점 하나는 바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시아의 수출주도형 발전모델이 철저히 끝났음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모델의 한계는 내생적인만큼 이제는 외생적으로 시효가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동아시아 모델은 내생적으로 과잉투자를 부른다. “생산능력 과잉은 중국경제ㅐ의 고질병이자 난치병이다.” ‘고투자, 고소모, 고오염, 저산출’이라는 ‘3고 1저’는 대량의 과잉생산능력을 낳았고 자원의 낭비를 불러왔다. 그 낭비는 정부의 투자로 만들어진 것이다.
“계획경제 체제의 타성은 생산능력 과잉의 주원인이다. 이는 방대한 중공업 체계를 적절하게 전환하지 못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진입한 후에도 정부의 중심 작업은 여전히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었고 운영 모델은 어느 정도 계획경제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었다.
계획경제 시기에 ‘협상가격차’ 정책을 실시해 농민의 이익을 박탈하고 도시의 발전과 공업 건설을 지탱했다. 현재 농민들은 요 몇 년 사이 자주 나타나는 경기과열로 여전히 손해를 입으며 농촌은 시장위축을 보이고 잇다. 동시에 기업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지나치게 낮아 소비능력을 떨어트리고 의료 주택 교육 분야에 대한 정부의 방대한 지출은 소비 전망을 불확실하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히 소비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이처럼 경제성장의 트로이카 가운데 소비라는 말 한 필이 힘이 없으면 결국 투자에 기대러 경제성장을 끌어당길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생산능력 과잉을 도리어 격화시켰다.
현행 관리체제의 결함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첫번째는 세금제도의 결함이다. 중국의 세수는 간접세를 위주로 하는데 이런 세수구조는 정부가 온 힘을 다해 경제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게 해서 특히 2차 산업을 강조해 재정수입을 확보하게 한다.
두번째는 관리승진 시스템이다. 관리승진 심사의 주내용은 아직도 GDP나 세수, 투자유치 등의 경제지표인데 현실절으로 이들 지표를 초과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버은 바로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관리들이 공공자원을 사용해 제조업 발전을 가속화시키고 빠른 전시행정을 추구하게 하여 생산능력 과잉을 부른다.”
“국유자본은 생산능력 과잉을 억제한다며 민간자본을 억압한다. 대형 국유기업이 더 많은 융자와 토지점용, 특별금융, 정책적 우대특권을 누리며 더 많은 과잉을 낳고”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민간자본을 몰아내고 시장의 수요에 부합하며 더 높은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 하이테크 산업과 서비스업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과잉생산능력 자체가 바로 일찌감치 도태되어야 할 낙후된 생산능력이라는 것이다.” 기초산업과 첨단산업이 지나치게 부족한데도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 과잉상태인 전통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간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
“경제구조의 불합리는 무역구조의 불합리에 집중적으로 반영된다. 중국의 수출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2008년 그 비중은 41.1%였고 많은 수출상품이 OEM인데 대부분의 이윤은 외국 브랜드업체가 가져가고 오염과 저원소모는 국내에 남는다.”
그러나 고비용구조로 중국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 이상 ‘로우엔드 제조 + 염가수출’의 모델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과잉투자가 자원의 낭비로 그친다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지만 중국의 문제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
“경제 대공황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지금 중국이 직면한 것은 마치 1929년의 미국과 서방세계가 직면했던 문제와도 같다. 중국 경제는 세계 경기순환의 본질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에 생산과잉의 위기가 출현한 것이다. 미국의 자산 불리기와 과소비는 중국을 대표로 한 ‘세계의 공장’에 매우 큰 생산력을 만들어냈고 이는 중국이 매년 수출과 무역흑자가 증가한 것으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미국의 소비수요가 위축되고 이어 더 많은 외부 수요가 사라져 버리면 중국의 과잉생산능력은 기업 도산이나 실업률 증가 등 심각한 문제를 양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