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속치마를 벗기다 - 구석구석 만져보는 인도이야기
오화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이책은 인도에 대한 체계적인 소개로 쓰인 책은 아니다. 이책은 저자가 인도의 사회과학 명문인 네루대학에서 2년동안 강의를 하며 겪은 인도에 대한 단상들을 책으로 모아놓은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쏟아지는 인도여행기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차이가 있다. 우선 저자는 전에도 인도에 관한 책을 냈었다. 이책이 처음이 아니고 저자가 인도를 알아온 세월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말이다.

둘째 저자는 인도경제 전문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여행을 하며 스치는 인상을 적어놓은 다른 책들과는 차별된다. 과거와 달리 요즘 인도 서적은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종교, 문화, 인도인/인도사회론 등 주제별로 차별화된 책이 많이 나온다. 이책도 그런 트렌드를 따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책이 다루는 주제는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단상들도 나오지만 인도의 정치, 경제, 사회에 여러가지 주제를 다룬다. 가령 파키스탄과 인도는 같은 영국식민지를 겪었으면서 왜 인도는 군부 쿠테타가 일어나지 않았는가? 인도인들은 영어를 잘한다고 하던데 왜 그런가? 인도에서 운전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인도에선 매춘이 정말 없는가? 온순한 사람들인 인도인들이 왜 군중이 되면 폭력적이 되는가? 와 같은 주제들을 다룬다. 대개 인도를 다룬 영미권 매체의 특집기사들에서 나올 법한 주제들로 가볍다면 가볍지만 나름 진지한 주제들이다.

여기선 맛보기로 독립 이후 인도의 경제사를 다룬 부분을 요약해보려 한다.

“”세계 10대 억만장자’ 순위에 가장 많은 갑부 명단을 올려놓은 곳도 인도이다. 미국도 다른 선진국도 아니다. 10명 가운데 4명이 인도인으로 미국92명0보다 2배나 많다. 큰 부자뿐 아니라 작은 부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00년 연간 소득이 1천만 루비(약 2억 5천만원) 이상인 가구는 총 2만가우였다. 그러나 이 숫자는 3년 후 2005년에는 5만 3천가구, 2008년에는 10만 5천가구로 급증햇다. 금융소득 100만 달러 이상인 백만장자도 2008년 14만명에 달했다.”

“일부 한국인들은 인도의 국민소득이 1천달러에 불과한 것만 보고 인도에 와 돈 자랑을 한다. 이 돈이면 인도 시장을 흔들어놓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투자처를 문의한다.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인도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한국에도 잘 알려졌다. 대도시에선 부동산 값이 한 해 몇 배씩 뛰는 곳도 많다. 바닷가인 뭄바이의 반드라웨스트, 말라바힐 등은 국내외 부자들의 최고 투자처로 각광받는다. 이들 지역 주택값은 서울 강남을 호가한다.”

인도의 성장률은 경제개혁이 시작된 90년대 연 5-6%, 2000년대에는 연 8-9%에 달했다. 그런 성장률이라면 위와 같은 결과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인도경제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유는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4가지 변수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첫째 노동. 인도는 12억 인구대국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인구의 크기가 아니라 그 인구의 60%가 25세 이하라는 것이다. 물론 인도의 문맹률은 30%에 달한다. 문맹률이 높으면 노동인구 연령층이 자동으로 쓸만한 노동인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도의 굥육열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것에서 저자는 장래를 낙관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 자본. 경제성장세를 타고 자본이 빠르게 축적되고 있고 해외자본의 유입도 급증하고 있다.

셋째 기술. 인도는 기술후진국이다. 그러나 인도는 해외기업을 M&A해 기술격차를 해소하는 전략을 택하고 잇다.

넷째 정책. 3가지 조건을 갖추어도 정책이 올바르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요원하다. 그러나 현 수상이 재무장관으로 있었던 91년 경제개혁을 주도한 이후 인도의 정책은 올바른 방향을 가고 있다.

그러면 91년 이전엔 어떠했다는 말인가? 인도경제를 언급하면 반드시 나오게 마련인 라이선스 라즈가 문제엿다. 저자는 라이선스 라즈로 상징되는 간디와 네루의 유산이 인도경제의 족쇄였다고 말한다.


간디하면 물레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실제 간디의 삶도 철학도 그랬다. 독립운동 기간 내내 간디는 산업화를 비판하고 반대했다. “산업화는 인간에게 저주가 될 것이다.” “산업화는 농촌 사회에 치열한 경쟁을 초해하기 때문에 반드시 농촌사람들에 대한 착취로 귀결될 것이다.”

“간디가 산업화에 반대한 이유는 인간의 이상적 삶의 형태가 목가적 시골생황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간디의 반 산업화, 반 테크놀로지, 반 도시화, 반 외국상품 운동은 인도인을 자각시키고 독립을 달성하는 힘이 되었다.”

네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네루는 더 부정적인 유산을 남긴다. 그는 생각만이 아니라 수상으로서 국가정책 차원에서 인도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간디의 반감은 결국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이었고 그 제국주의가 상징하는 문명의 방식에 대한 반대엿다.

네루 역시 그런 반감을 공유햇고 간디의 목가적 농촌에 대한 이상도 공유했다. “네루는 간디의 ‘농촌이 인도 사회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정책으로 충실히 수행했다. 그는 인도 면화 산업을 부추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면화? 하품이 난다.

네루는 간디의 낭만적 이상에서 한술 더 떳다.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택하게 했고 시장경제를 온갖 규제로 조이고 간섭했다. “사업에 대한 극심한 규제로 빈곤자와 실업자는 더욱 늘어났다.”

독립 이후 91년까지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2-3%였다. 보통 힌두 성장률이라 비아냥댄다. 그러나 라이선스 라즈란 족쇄를 차고도 그런 성장률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술주정뱅이 남자가 있어 해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랫더니 그는 소송을 제기했고 우리가 이기기까지 15년 동안 경영진의 시간을 빼앗지요.”

“그래서 기업들은 기업을 확장하면서도 직원 채용을 꺼린다. 경기가 후퇴하면 직원 해고를 못해 파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가는 물론 농민들조차 높은 세금과 규제정책으로 피해를 호소할 정도였다. 사업에 대한 극심한 규제로 빈곤자와 실업자는 더욱 늘어났다.”

농촌의 이상도 좋고 자립경제도 좋다. 그러나 가난은 어쩌란 말인가? “인도의 가난은 끔찍하다. 하루 500원도 안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극빈 인구가 자그마치 8억명이나 된다. 이들이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려면 산업화가 절실하다. 그리고 산업화가 이루어져야 수천 년간 내려온 카스트도 해체될 수 있다.”

경제의 목을 죄는 라이선스 라즈를 벗기 까지 인도는 1966년과 1991년 두번의 외환위기를 겪어야 했고 IMF에 손을 벌려야 햇다. 경제정책의 실패로 무역과 재정, 자본수지의 트리플 적자 때문이엇다. 그리고 두번의 위기를 겪고 나서야 인도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결국 2차례에 걸쳐 루비화를 평가절하했고 다시금 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립경제란 자존심은 만싱창이가 됐다. 제2차 외호나위기를 계기로 인도는 자립경제정책을 벗어던지고 개장적 시장경제로 대전환을 시도한다. 네루 이후 40년간 이어져온 스와데시와의 결별이엇다.”

인포시스의 전 CEO 닌단 닐레카니의 말이다. “인도 엘리트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농촌부락에 미련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 중 아무도 농촌에 살고 잇지도 않으면서요. 인도는 지금보다 빠르게 그리고 바람직한 도시화의 길을 가야 합니다. 이것이 중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잇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는 지구의 모든 선진국에서 이미 일어난 일입니다. 인도는 이런 역사적 추세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항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왜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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