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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 리셋 - 동경대 출신의 신세대 스님이 들려주는 번뇌 청소법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이혜연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전에 스즈키 선사에 관한 글에서 그를 ‘삶을 예술처럼 살았다’는 평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을 읽을 당시에는 그 말이 왠지 좋게 들렸지만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삶을 어떻게 살면 예술이 되는가? 그 말이 나온 문맥은 깨달음과 삶을 즐기는 것이 같다는, 깨달음이란 삶을 즐길 수 있는 기술(art)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엇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입장에선 아직도 ‘삶의 예술’이란 말이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책의 저자는 그말의 의미를 이렇게 풀고 있다. “깨달아 버리면 ‘기분 좋아’ 같은 것이 전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깨달음이 열리면 ‘기분 좋아’를 느껴도 욕망의 번뇌에너지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기분 좋아’를 보통보다 훨씬 깊고, 섬세하게, 있는 그대로 맛보게 됩니다.
깨달음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잡념에 묶이지 않고 그저 오직 ‘기분 좋아’를 남김없이 그대로 구석구석까지 맛보는 것입니다.
욕망이란 요컨데 눈, 귀, 코, 혀, 몸, 생각의 육감에 들어오는 자극에 대하여 ‘더 갖고 싶어, 맛보고 싶어’라는 것입니다만 극히 쇼킹한 일은 욕망으로 물든 마음으로 무언가를 느낄 때 본래 그것이 지닌 자극을 오히려 대충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맛보고 싶어’라는 잡념 탓으로 도리어 맛을 다 못보고 맙니다.”
저자는 무엇을 바라는 것 자체는 건강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무엇을 바라는 자체가 아니라 바라는 무엇을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게 하는 번뇌 즉 잡념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 잡념을 털어버리고 ‘무엇’을 그대로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삶을 예술처럼 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이책 역시 비슷한 시기에 번역된 저자의 다른 책인 ‘생각 버리기 연습’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바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바라는 것이 채워지지 않을 것이 되어버리는 ‘욕망’이 될 때가 문제이고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苦’가 된다는 것. 불교의 기본교리이며 ‘생각 버리기 연습’의 내용이기도 하다.
이책 역시 마찬가지 논리를 말한다. 그러나 이전 책보다 좀 더 불교의 논리로 확장되어 설명하고 잇다는 점이 다르다. 가령 불교에서 말하는 선악이란 윤리적인 기준에 맞춰 기준에 맞으면 선이고 악인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 있는 것을 ‘악’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전 책에선 스트레스나 화와 같이 보통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를 불교적으로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책에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는 무엇을 말하는가,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등과 같은 불교교리를 우리가 매일 매시간 매초마다 겪는 심리적 일상의 맥락에서 알기 쉽게 실감나게 그리고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맥락으로 소개하는 면이 더 강하다.
다시 말하자면 ‘생각 버리기 연습’처럼 불교교리를 생활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같지만 이책은 좀더 불교교리를 더 많이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하겠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