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Giants 대한민국 강소기업
이장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혁명을 겪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변했다. 이책은 그 변화 중에서 기업생태계의 가장 뚜렷한 변화에 관한 것이다.

“’99, 88’이란 구호가 있다. 중소기업이 대한민국 전체 기업 수의 99%, 종업원 수의 88%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대기업들이 한국의 수출과 GDP를 선도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없는 대기업은 존재할 수 없고 중소기업이 취약하면 대기업도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다. 중소기업은 경제의 뿌리이며 줄기이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대기업은 중소기업이란 뿌리없이 줄기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위한 부품 공급처에 지나지 않았고 서자 취급을 받아왔을 뿐이다. 없는 살림에 투자대비 효과를 따질 수 밖에 없었고 대기업을 우선 지원해 경제의 규모를 키울 수 밖에 없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보조하는 차원에서 키워졌을 뿐이다.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경제에 떨어지는 것은 없다. 고용도 늘지 않고 소득도 늘지 않는다. 더 문제는 소수의 대기업에 의존하는 식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처럼 기업 역시 수명이 잇다. 지금 잘 나가는 대기업이 앞으로도 잘 나간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 잘 나가는 소수의 대기업에 국가의 명운을 거는 것은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해야 한다. 거목이 쓰러져도 빈 자리를 메울 나무가 얼마든지 자라는 숲처럼 기업 생태계 역시 다양성이 있어야 건강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1990년대 중반 드디어 강한 중소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스닥과 벤처기업 육성제도가 갖춰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중소기업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 정책들이 시작된 지 만 10년 만에 2만개의 기술집약적 벤처기업들이 생겨나리라고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그리고 또다시 10년이 지난 오늘날, 스몰 자이언츠라는 더욱 강력해진 중소기업들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1997년 1천개의 벤처 인증 기업 수가 2007년에는 1만 4천 개가 되었다. 코스탁 시장의 시가 총액도 1997년 7조에서 2007년 72조 원으로 급상승햇다. 매출액 1천억 원이 넘는 벤처기업들도 이 기간 동안 200개가 넘게 생겨났다.”

이책은 9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스몰 자이언츠 즉 강소기업들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를 유형으로 나눠 분석하고 그들이 앞으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를 분석한다.

이책이 대상으로 하는 강소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고 차별화에 성공한 업체들이다. 이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천에 따라 저자는 4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강소기업들은 기술, 마케팅, 비전 3가지 원천에서 경쟁력을 얻는다.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3가지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세가지를 다 고루 갖춘 기업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시작할 때는 어느 하나가 특출하다. 그리고 그 하나를 받치는 하나가 더 있으면 성장이 가능하다. 세가지 중 어느 것이 지배적인가는 그 기업의 DNA가 되고 앞으로 그 기업이 어떤 성장경로를 밟을 것인가를 결정한다. 저자는 경쟁력의 3가지 원천에 따라 강소기업을 4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기술개척자. 혁신적인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목표이다. 기술개척자로서 제품 혁신 능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능과 앞선 기술을 먼저 적용함으로써 차별화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한다. 저자는 이 유형의 대표적 예로 애플을 들며 TLI, 잉크테크, CNS테크놀로지 등이 예이다.

“혁신은 그야말로 그들의 유전인자이다. 그러나 신기술을 창출하는 능력은 시장우위를 점하기에 유리하지만 점차 혁신 자체를 위한 무리한 투자로 이어지면서 소비자를 무시한 비현실적인 돈키호테형 기업으로 전락한다.. 신제품 개발에만 집중된 경영은 마케팅이나 원가 관리에는 취약한 체질로 만든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이노베이션의 귀재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초기에 그는 퍼스널 컴퓨터 개발에 주력하여 애플 검퓨터를 만들었고 이는 IT 업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켯다. 성공한 스티브 잡스는 만족하지 않고 모든 기술력과 자금을 동원하여 매킨토시를 발표햇다. 하지만 매킨토시는 다른 소프웨어와의 호환성에서 IBM에 밀려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한다. 매킨토시의 실패와 스티브 잡스의 독선적인 경영 방식으로 애플은 한동안 경영난에 시달리게 되었고 결국 스티브 잡스는 이사회로부터 애플을 떠나라는 통고를 받는다.”



둘째 장인기업. 이 유형 역시 기술 드라이브형 기업이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기존 틈새시장에서 설계와 생산기술의 우위를 축적하여 품질과 가격을 경쟁력으로 핵심역량을 구축한다. 대부분 B2B 부품 전문 기업들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차지하는 히든 챔피언들은 대부분 이 유형에 속한다. 안철수연구소, 에이스테크놀로지, 바이오스페이스 등이 예이다.

“장인 기업은 품질에 대한 열정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원가절감에 대한 남다른 노력으로 가격 경쟁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품질에 대한 몰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때 큰 실패로 이어진다. 자질구레하고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거나 틀에 갇혀 오직 기존의 것을 지키는 데만 집중하면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을 만드는 유아독존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애초에 기업의 성공요인이었던 전략목표들이 집착으로 변하면서 쇠퇴의 원인으로 작동한다. 성공한 장인 기업은 기존에 했던 틀 안에서 매우 제한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기술 혁신마저도 등한시하기 쉬운데 이런 상황을 ‘집중형’ 성공 함정에 빠졌다고 말할 수 있다.”

셋째 마케팅 기업. 시장기회를 포착하는 능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가지고 시장에서 새로운 틈새를 발굴하거나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진입해 자리를 잡는다. 이들의 경쟁력은 기술보다는 시장기회 포착력이다. 진입한 시장에서 사업기반을 확보한 후에는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성장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관성이 없는 분야로의 다각화도 망설이지 않는다.

이들의 힘은 뛰어난 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 창출 능력, 공세적인 시장전략이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전략, 광고와 매력적인 홍보 마케팅은 경쟁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마케팅만 잘하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식의 자만은 상품의 내용보다 광고라는 외양에 집중하게 만들고 고객에게는 과도한 상술 정책으로 결국 스스로를 위기에 빠뜨린다. 비슷한 상품을 대량 출시하여 판매 부실을 초래하거나 너무 많은 시장에 눈을 돌리고 과도하게 매장을 개설하는 등의 확장 욕심으로 시장표류형 기업이 될 수 있다. 무리한 마케팅 전략과 이어지는 리더십 부재, 매너리즘에 빠진 조직 시스템은 서로 악영향을 미치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ㄷ. 시장 니즈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시장으로부터 괴리되어 실패를 자초하는 것이다.”

넷째 건설가 기업. 이들의 힘은 기술도 마케팅도 아닌 비전이다. 저자는 아이폰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며 국내에선 인터파크와 김영사를 그 예로 든다. 이들의 차별화 원천은 비전과 경영철학에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거나 도전할 수 없었던 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든다. 모르는 분야하도 비전으로 투자자, 수요자, 공급자를 설득하여 자원과 시장기회를 얻는다. 이런 유형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잡는다.

“건설가 기업들은 사업적 상상력이 풍부하다. 게다가 뛰어난 자금 조달과 투자 관리 능력도 갖고 잇다. 재무 능력을 토대로 사업확장을 위해 인수합병과 사업 다각화에도 관심이 많다. 인터파크는 사내 벤처팀으로 출발해 국내 최고의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설득력 있는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불과 창업 2년 만에 코스탁 입성에 성공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가지고 인터넷 쇼핑몰뿐만 아니라 여행 사업과 공연 사업에도 진출했다. 코스닥 등록 이후에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투자한 여파로 오랫동안 적자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비전 잇는 사업 계획을 제시해 외부 자금 조달에 또다시 성공했다.”

“건설가 기업은 재무 분야에 관심이 많고 자본을 늘리기 위해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기업을 팽창하는 유형이다. 일단 사업의 기초를 잡는 데 성공하면 계속해서 인수 합병이나 사업 확장의 기회를 꾀하려 한다. 그러나 때 이른 성공은 그들을 지나치게 과감하게 만들어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계속된다. 마치 제국주의와 같은 오만하고 통제가 힘든 기업으로 전락한다. 이것이 모험형 위헙이다.”

저자는 이렇게 4가지로 강소기업들을 분류한 후 자신이 직접 조사한 기업들을 이 유형에 따라 분석해나간다. 이책의 장점은 간단 명료한 유형과 그 유형이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로 그것도 한국의 사례를 분석하며 보여준다는 데 잇다.

저자는 단순히 자신의 유형론을 적용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런 유형이 있고 그런 유형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유형의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장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바로 그 장점이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으며 그 약점이 어떻게 그 기업들에 나타나는가 그리고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를 다루는 것이 이책의 내용이다.


평점 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