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스웜 -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세상을 뒤바꾼 가장 영리한 집단
피터 밀러 지음, 이한음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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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나온 '히든 브레인'에 나온 이야기이다(읽은 분은 인용문을 건너 뛰십시오)


"1995년 8월 셋째 주 금요일 밤은 전형적인 여름 밤이었다. 디드로이트에서 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젊은이들이 다리를 건너 벨아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었다. 어느새 자정이 지나갔다. 군중 속 어딘가에서 서른세 살의 한 여인이 마리화나를 한 모금 빨았다.가족들 사이엔 리사로 불렸던 데레사 워드는 키가 약 150센티미터에 몸무게가 52킬로그램이었다. 그녀는 식료품점에서 일하면서 마케팅으로 학위 과정을 마칠 예정이었고 열세 살짜리 딸이 있었다.


한 젊은 남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여자에게 치근덕 거리는 남자엿다. 그는 마르텔 웰치로 키가 185센티미터에 몸무게가 136킬로그램에 달했으며 전엔 고등학교 미식축구선수로 활동했다.


작은 몸집의 데레사는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 열아홉 살 먹은 젋은이는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손을 뻗어 데레사를 만졌다.


데레사는 자신의 차로 가 달아났다. 그 남자도 차에 뛰어들어 뒤쫗아왔다. 디트로이트로 가는 다리에 이르렀을 때 병목 현상이 있었고 추격전은 거기서 끝났다. 마르텔은 그녀의 차 바로 뒤에 멈췄고 그와 차에 같이 탄 세명의 젊은 남자들이 그녀의 차로 가 창문으로 여자를 움켜잡았고 차 밖으로 끌어냈다. 그러면서 주먹으로 그녀를 난타햇다. 여자의 모은 연이은 주먹질에 사시나무 떨듯 했다.


교통정체에 걸린 사람들은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 폭력사태가 일어난 걸까?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걱정되었다. 그러나 하무도 휴대폰으로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튼 여긴 사람이 많고 누군가는 신고했을 것이다.


방관자들은 충격과 공포를 느끼며 현장을 둘러쌌다. 마르텔은 그 순간에도 여자를 구타하고 있었고 여자를 끌어내고 그녀의 팬티를 벅기며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여자는 머리채를 잡힌 채 다리를 따라 끌려가고 있었다. 마르텔이 여자를 마치 인형처럼 마구 뱅뱅 돌리자 그녀는 팔과 다리를 연신 버둥거리며 몸부림쳤다. 마르텔은 여자의 머리를 남의 차 보닛에 마구 내리쳤다. 사람들은 입을 벌린 채 지켜보았다.


그가 벌거벗은 그녀를 번쩍 들어올리더니 "이 망할 년을 원하는 사람 없소? 이년은 내 차에 진 빚을 갚아야 하거든.' 그리고 다리의 바닥에 그녀를 내동댕이쳤다. 마르텔은 타이어를 빼는 데 쓰는 지랫대를 꺼내 친구들과 함께 데레사의 차를 박살냈다.


그녀는 멍한 상탤고 사람들 사이를 비틀거리며 지나갔다. 그녀의 일에 끼어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폭행이 시작된지 반 시간이 지났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50미터를 걸어갔다. 데레사는 어깨 너머로 뒤쪽을 쳐다보았다. 마르텔이 지렛대를 들고 다시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다리 난간을 기어올랐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강 위 9미터 높이에 매달렸다.


'넌 그쪽으로 도망칠 수 없어' 마르텔이 비웃었다. 그가 지렛대를 들어올리고 한발짝 다가갔을 때 수영을 못하는 그녀는 난간에서 손을 놓았다. 그녀는 다음날 한쪽 다리가 없어진 채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사건이 알려지고 사람들은 분노했다.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고 30분동안 폭행이 진행되었다. 심지어 마르텔은 그날 아무 일 없이 집에 돌아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히든 브레인'의 저자는 그날 다리에 모여던 100여명의 사람들이 비정하거나 겁쟁이들이 아니라 말한다. 그들은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자신들이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앗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랬던 자신에 대한 죄의식에 시달렸다.


데레사가 13살 딸의 어머니란 말을 들은 티파니란 여자는 괴로움에 못이겨 행동에 나섰고 마르텔을 지목해내고 법정에서 증언을 햇다. 그런 사건에서 누구도 사람들의 비난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을 때 말이다. 증언이 끝나고 그녀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가발을 쓰고 다녔다.


그런데 왜 100여명 중 아무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을까? 저자는 그때 아무도 마르텔에게 맞서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말한다. 누군가 맞섰다면 곧 다른 사람들도 같은 행동에 나섰을 것이다. 문제는 집단의 모두가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사람이 많을수록 기꺼이 도움을 주는 사람도 많아야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큰 집단은 보통 더 적은 수의 '착한 사마리아인들'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보통 개인을 신뢰하거나 책망한다. 그러나 그 다리에선 개인의 자율성을 넘어서는 또 다른 층위가 존재했다는 곳을 보여준다."


이책의 저자는 그 '또 다른 층위'가 집단역학이라 말한다. 저자는 이책에서 집단역학의 4가지 원리를 설명한다. 디트로이트 강 위에 있었던 100여명의 사람들에게 작용했던 원리를 저자는 '적응 모방'이라 말한다.


적응 모방은 참새 들이 리더없이 떼를 지어 날고 물고기와 순록들이 떼를 지어 다닐 수 있게 하는 원리이다.


"풀밭의 상당히 넓은 면적에 걸쳐 짙게 그늘을 드리울 정도로 빽빽하게 모인, 적어도 200-300 마리, 그 이상일 수도 있는 새 떼 전체가 바람에 사로잡힌 어떤 검은 조각처럼 한순간에 날아올랐다. 참새들은 깜짝 놀라서 날아오른 것이 아니었다. 총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그들은 단숨에 한꺼번에 이륙햇다. 보이지 않는 철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그들 무리는 마치 모두가 한 생물의 일부인 것처럼 갈색에서 회색으로 밝은 색으로 변하면서 방향을 바꾸고 선회하고 비행순서를 뒤바꾸었다."

참새 떼 거의 동시에 움직이면서 공중에서 대형을 맞추고 행동을 일치시킬 수 있는 이유를 저자는 '적응 모방'이라 부른다. 적응 모방은 한 집단의 개체들이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자신이 뭘 알아야 할지를 단순하게 가장 가까이 있는 6-7 마리의 이웃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자신의 이웃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전체 집단은 정확히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웃으로 분절된 네트웤을 통해 먹이가 있다든가 포식자가 나타났다든가에 대해 집단의 개체들이 얻은 정보는 빠르게 집단 끝에서 끝까지 전달된다.


참새 떼와 물고기 떼, 순록 떼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관한 단서를 계속 서로에게서 포착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이것은 불확실한 순간에 손쉽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저자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것은 비행기에서 맨 처음 내린 승객들이 실제로 그럴 생각도 없는데 나머지 승객을 수화물 찾는 곳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실험에서 주목할 점은 (수화물이 어디있는지) 아는 사람이 대단히 적게 필요했다는 것이다. 5%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것은 적극적인 신호 전달 없이도 집단 전체로 정보가 대단히 빨리 아주 효율적으로 전파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바로 그렇게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집단역학이 디트로이트 강 위의 비극을 낳은 '또 다른 층위'였다. 그 다리 위에 있었던 사람들은 집단의 마법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집단에서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을 가만히 있으라는 무의식적 결정을 내리도록 만든 것이다. 저자는 적응 모방의 원리가 효율적인 정보전달을 위해 진화되었지만 "유행이나 어리석은 금융 계획에 휩쓸릴 때처럼 군중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도록 유혹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외에도 다른 집단역학 3가지를 이책에서 소개한다. 개미 집단의 자기조직화, 꿀벌 사회의 정보다양성, 흰개미의 간접 협동을 자세히 소개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들의 단순한 원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환경이란 복잡계의 불확실성을 제어해내는지 그리고 그 원리에 따라 인간이 만든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사회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 원리에 의해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가 소개하는 4가지 원리는 오랜 진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그 오랜 시간을 견뎌온 만큼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온 원리들이다. 그리고 인간의 행동 역시 그 원리를 따른다. 위에서 본 디트로이트 강 위의 비극처럼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결론에서 인간은 동물들의 사회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 강 위에서 누군가가 감히 맞설 용기가 있는 한 사람만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이 드물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쁜 것일 수도 잇다고 말한다.


"좋든 나쁘든 인간은 같은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우리의 딜레마를 대단히 단순화한다면 우리는 공동체에 소속되기와 자기 개인의 행복을 최대화하기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우리는 타고난 본능 외에 공통의 목표를 향해 일하도록 우리를 도와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우리는 합법적 계약, 세금, 혼란을 막는 법률, 차례를 기다리고 영화 상영 때ㅑ 떠들지 않는 드으이 사회 규범 같은 것들 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사회계약은 대단히 허약하다. 그것을 깨는 데는 그저 몇 사람이 속이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왜곡하거나 규칙을 지키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개미나 벌과 달리 우리는 집단의 요구에 무조건 봉사하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다.


그것이 동물 집단이 그렇게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잇다는 데 우리가 그토록 놀라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복잡성을 갖고 씨름한다. 이런 개인들로서는 올바른 일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게 보면 적어도 사회적 차원에서는 인간이 벌이나 개미보다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바로 그런 약점이 인간의 강점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디트로이트 다리 위에 있었을 수도 있는 집단 압력에 저항할 수 있는 그 누군가처럼 "우리는 맹목적으로 남을 모방하거나 남을 이용하거나 더 나은 본능을 무시할 때가 아니라 확실하고 독창적인 것 즉 자신 만의 독특한 경험과 재주로부터 도출되는 것을 가져올 때만 집단에 가치 있는 무언가를 추가한다."


저자는 이렇게 이책을 끝맺는다. " 아무튼 인간의 행동이라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당신은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결코 확신할 수 없다. 집단은 올바로 기립 박수를 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당신은 실제로 즐겁지 않은 일에 박수를 치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진정으로 굉장한 무언가에 환호할 완벽한 기회를 지나치고서 후회하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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