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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홀 2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2권은 주인공 크롬웰이 국왕의 총신이 된 순간부터 국왕의 죽마고우이자 총신으로 전 대법관이엇던 토머스 모어가 처형되는 순간까지 이야기가 진행된다.
“가드너는 여전히 국왕비서관이었지만 요즘 국왕을 거의 매일 만나는 건 크롬웰이었다. 헨리가 충고를 원하면 그가 충고를 줄 수 있고 그의 분야를 벗어나는 일일 경우에는 그 일을 할 누군가를 찾아낼 것이다. 국왕에세 불만스러운 일이 있으면 그는 자기에게 맡겨두라고 말할 것이고 외람되지만 계속 진행시켜도 되겠느냐고 의향을 물을 것이다. 국왕이 기분 좋을 때 그는 함께 웃어줄 준비가 되어 있고 국왕이 우울할 때에는 다정하고 세심하게 대할 것이다.”
크롬웰은 유능했다. 그러나 그의 유능함은 단순히 그의 법률지식이나 회계지식, 무역업무의 지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를 헨리 8세가 총애하게 된 것은 국왕의 뱃속에 들어가 본 것처럼 국왕의 의중을 헤아리는 그의 능란한 처세술때문이엇다. 그러나 왕이 그에게 보내는 신뢰는 그러한 능력과 처세술 이상을 그에게 보았기 때문이다.
“난 배은 망덕을 싫어해. 불충함도 싫고 내가 그대 같은 이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이런 거야. 그대는 옛 주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그에게 잘해주었어. 바로 그점이 가장 내 마음에 들었지.”
그러나 크롬웰은 국왕의 말을 들으며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국왕은 마치 추기경을 곤경으로 몬 사람이 자기가 아닌 것처럼 말햇다. 울지의 물락이 마치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진 탓인 것처럼.” 그리고 이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크롬웰은 자신이 모시던 울지 추기경보다 더 비참하게 버림받아 죽어야 햇다. 그것은 주인공이 인용하는 말처럼 “호모 호미니 루푸스(Homo homini lupus),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이기 때문이다. 왕도 신하도 결국은 서로에게 늑대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헨리와 루비에 대해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국왕은 그가 뒷골목 속임수를 쓸거라고 상상했다. 오래전 그가 큐피드 상을 고미술품처럼 꾸며 추기경들에게 팔아넘기던 시절에 즐겨하던 짓을 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런 억측에 항변을 해봐야 제 발 저려한다는 의심을 살 뿐이다. 헨리가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놀랄 일인가? 군주는 혼자다. 자문회의실에서도 침실에서도 하느님 앞에 심판을 받기 위해 알몸으로 대기실에 있을 때에도 군주는 혼자다.”
사람은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왕은 더더욱 혼자일수 밖에 없으며 누구도 믿지 못하는 가련한 처지이다.
“헨리는 당신을 무서워해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잉글랜드의 사자가 대체 누굴 무서워하겠는가?
“맹세코 정말 그래요. 당신이 칼을 손에 들고 전장에 나갈 거라고 말했을 때 헨리의 얼굴을 보았어야 해요.”
총신을 두려워해야하는 왕. 그런 왕은 사실 다정다감하고 여린 사람이다. “난 국왕이 그렇게 다정한 분인줄 몰랐어요. 캐서린이 왜 그렇게 국왕을 얻으려고 애썼는지 알 것같아요. 그러니까 단지 왕비가 되려고 그랬다기 보다는 국왕을 남편으로 두려고 했다는 말이에요. 나는 국왕이 정말 사랑받을 만한 남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에요.”
“헨리는 폭군이 아니었다. 헨리는 법의 틀 안에서 다스리는 군주였다. 헨리는 말을 타고 런던 시를 지나는 동안 백성들이 자신에게 환호성을 지르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들에게 베풀줄 알고 여자에게 친절하며 백성들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왕. 그러나 정상의 위치에서 그런 애정은 진실될 수 없다. 그는 절대 진실된 애정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홀로 지켜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난 존재이다.
“’타우튼 전투 얘기 들어본 적 있나? 국왕이 말하길, 이만 명이 넘는 잉글랜드 사람이 죽었다더군.’ ‘상대가 어디였는데요?’
‘자기들끼리. 양쪽 모두 잉글랜드 사람이엇지.’
1461년 종려주일이엇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두 왕이 부딪혔다. 이 전쟁에서 승자를 논할 수 있다면 현 국왕의 할아버지 에드워드 왕이 승자였다. 시체가 강을 메워 깔딱거리는 다리가 생겼다.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피로 뻘겋게 물든 강에서 엉금엉금 기어 빠져나가기도 했고 뒹굴거나 거꾸로 처박히기도 했다.
앤의 자궁 속에 있는 아이는 더 이상 내전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보증수표였다. 이 아이는 시작이자 출발점이었고 예전과 다른 국가가 탄생할 거라는 약속이엇다.”
왕은 캐서린 왕비에게 싫증이 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캐서린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에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적통의 자식이 필요햇고 그것도 왕자가 필요햇다. 그러나 캐서린은 계속 사산을 할 뿐이었고 그에겐 새로운 왕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왕자를 얻기 위해 이혼할 수 밖에 없었던 왕. 그 이혼을 하기 위해 종교개혁이란 소란을 일으켜야 했던 왕. 그리고 그렇게 얻은 앤에게선 왕자를 얻을 수 없었던 왕. 헨리8세의 이야기는 황당함의 이야기이며 그 황당함은 그의 처지에선 어쩔 수 없기도 한 그의 숙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