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 고대 문명의 역사와 보물 세계 10대 문명 4
마리아 안젤릴로 지음, 이영민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달력 사이즈 판형, 아트지, 풀 컬러 인쇄, 글보다 사진이 더 많음. 이 정도면 이책의 성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은 인도에 관한 개론서라기보다는 화보집으로 만들어졌다.

10권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이책이 다루는 인도를 포함해 10대 문명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책마다 저자가 다르기 때문에(10대 문명을 모두 쓸 수 있는 저자는 없으므로 당연하다) 당연히 책마다 성격이 다르다.

인도를 다루는 이책은 인도 미술사, 그중에서도 종교미술을 인더스 문명부터 무굴제국 이전의 중세까지 다룬다. 그러므로 인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 타지마할은 이책에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인도미술사에 종교예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나라이고 교역에는 당연히 예술로 분류되는 수공품들도 대량으로 거래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책에서 다루는 종교예술품들도 공방에 주문제작한 것으로 기록된 것이 포함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세속예술품은 거의 남은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은 종교예술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책에는 건축도 대량으로 다루어지고 있는데 왕궁이나 귀족의 저택과 같은 세속건축이 종교건축물만큼은 아니더라도 남지 않았다는 것은 의심스럽다. 아마도 저자의 전공이 그렇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책에는 수천년의 종교예술이 다루어진다. 그러나 이책을 덮고 나서 머리에 남는 느낌은 변하지 않는 인도란 인상이다. 인더스문명의 유물은 물론 종족이 다른 아리아인들의 작품, 그리고 불교와 자이나교, 힌두교의 유물등 이책이 다루는 범위는 광범위하다. 그러나 시대도 지역도 종족도 종교도 다른데도 머리에 남는 인상은 수천년전이나 몇백년전이나 인도미술/건축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중간에 그리스의 영향을 받은 간다라미술이 성립했고 그 이후 많은 기법적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양식은 동북아에도 불교미술을 통해 전해졌고 우리가 수학여행을 가면 보는 석굴암의 조각들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불교미술을 통해 주변에서 접해왔기에 인도미술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영향을 받은 간다라미술 이전과 이후도 전체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인도문명의 연속성 때문일 것이다.

아리아인들이 인더스문명의 잔해를 물려받아 지금의 인도문명의 기초를 만들었을 때 그들 자신의 문화는 보잘 것없었다. 그들이 만든 문명은 거의 선주문명인 인더스문명의 잔해를 재조립한 것으로 짐작된다. 가령 요가라든가 윤회란 개념 같은 인도 특유의 것들은 이미 인더스문명 시기부터 있었던 것을 아리아인들이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추정된다.

그들의 종교인 베다교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힌두교 역시 인더스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힌두교의 많은 신들은 그 역사가 오래된 것이다. 종교미술을 다루는 이책의 내용이 거의 시대와 상관없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베다교, 힌두교와 종파가 다른 불교, 자이나교의 유물들도 느낌이 별 차이가 없는 것은 왜일까? 시간을 뛰어넘는 인도의 일관성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일관성 이외에 이책의 도판을 보면서 느낀 다른 점은 수다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마치 대승불교 경전을 보는 느낌이다. 대승불교 경전의 특징은 장광설이 심하다는 것이다. 대중이 어떻고 신들이 어떻고 수라 마귀가 어떻고 등등을 떠들고 수다스런 별 의미도 없는 찬양의 수다의 홍수를 뚫고 본 내용으로 들어가기 까기 너무 오래 걸린다. 빨리어로 된 초기불교경전의 간명함과는 너무도 대조된다.

그런 수다스러움은 미술과 건축에서도 그대로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과 신, 동물들이 바글바글하기 때문에 내용 파악에 오래걸리는 조각과 그림, 그런 미술품을 바리바리 빈틈 없이 도배한 건축물. 디테일을 보다보면 눈이 어지럽다.

서구미술에 너무 길들여진 것일까? 그리스의 영향을 받은 서구미술은 고전미를 이상으로 해왔다. 즉 절제와 균형을 미덕으로 한다. 절제와 균형은 중국을 중심으로한 동북아 예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인도예술 역시 동남아에선 클래식이다. 동남아 사원들을 보면 인도의 영향을 쉽게 볼 수 있다. 클래식의 공통점은 균형미이다. 균형의 개념이 다른 것일까?

이책을 보면서 든 느낌을 적어봤다. 그러면 이책 자체는 어떤가? 그것은 이책에서 무엇을 바라는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책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화보집이다. 이책을 통해 인도 역사나 미술사의 개괄적 지식을 얻겠다면 이책은 잘못된 선택이다. 그러나 인도미술에 관한 개론서를 가지고 잇고 그 개론서의 보조로 이책을 활용하려 한다면 이책은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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