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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프레드 캐플런 지음, 허진 옮김 / 열림원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이책은 특이한 책이다. 링컨에 대한 전기는 수도 없이 나와있다. 그러나 이책 같은 전기는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이책이 대상으로 하는 것은 링컨의 생애가 아니라 링컨이 읽고 썼던 종이들이다.
의아해질지도 모르겠다. 문인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고 정치가에 대한 책이 그가 읽었던 그가 썼던 것에 관한 것이라니?
그러나 저자는 최소한 링컨에 관한한은 그런 책이 써질만한 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링컨의 힘은 그의 언어능력이었고 링컨의 정치적 힘은 그 언어로 말해지는 메시지에 신념때문이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링컨의 출신은 보잘 것없었다. 일자무식의 서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가방끈이라고는 아예 없었던 아버지보다 나은 것이라고는 기초적인 산수와 읽기/쓰기를 가르치는 시골학교를 2-3년 다닌 것이 전부였던 링컨이었다. 부모도 이웃들도 링컨이 아버지와 달리 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 링컨이 아버지와 달라질 수단을 발견한 것은 짧은 가방끈이 준 능력. 읽고 쓰는 능력이었다.
어린 시절의 사르트르가 그랬듯이 어린 링컨은 언어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같다. 어린 시절 학자집안인 외가(슈바이쳐는 가까운 친척이었다)에서 컸던 사르트르는 책에 포외된 환경에서 컸고 그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책의 매력을 숨쉬며 자랐다. 그러나 책이 가리키는 세계가 아니라 책 자체에 빠져 성장한 후에도 실제 세계보다 말이 만든 세계에 갇혀 관념의 세계에 살았던 사르트르와 달리 링컨에게 책은 수단이었다.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수단이었다.
지금과 달리 책이 귀하던 시절이었기에 어린 시절 링컨이 구할 수 있었던 많지 않은 책들을 외울 정도로 읽었다. 저자는 그렇게 링컨이 구할 수 있었던 책들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분석하면서 링컨이 그책들에서 어떤 것을 배웠는가를 자세히 설명한다.
링컨이 읽었던 책들은 성경과 17세기 영국에서 학생들을 위한 독본으로 편집된 명문선들이었고 셰익스피어, 번즈, 바이런과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었다. 저자는 링컨이 그런 책들을 통해 17세기 계몽주의의 사고방식을 링컨이 체화한 것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성경을 외우다시피 했지만 링컨은 계몽주의의 이신론을 평생의 신념으로 갖게 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도 그랬고 당시 교양있는 계층에선 널리 받아들여졌던 종교관이었으니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링컨의 어린 시절 청교도적인 환경에서 독학으로 그런 신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특기할만한 일이다. 링컨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사고를 독자적으로 구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링컨의 독자성은 그의 문체에도 나타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인의 언어로 미국인의 삶을 처음 다룬 문학가는 마크 트웨인이다. 마크 트웨인이 최초의 미국적 작가로 대접받는 것은 그가 미국인의 삶을 미국인의 구어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크 트웨인 이전에 미국인의 언어를 글로 구사한 사실상 최초의 작가는 링컨이었다.
저자는 문장가로서 링컨과 같은 대통령은 전무후무했다고 말한다. 링컨은 자신의 연설문은 스스로 작성했다. 물론 링컨처럼 글재주가 있었던 대통령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이나 재선 취임연설문처럼 후대에 남겨지는 명문을 작성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말한다.
링컨의 문체적 특징은 링컨이 어린 시절 이웃들이 구사하던 구어적 표현이 많고 그들의 언어적 습관처럼 간결하고 명료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문체는 링컨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문체가 가능했던 것은 그가 독학을 했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영국식의 정규교육을 받았다면 그런 문체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링컨의 그런 문체가 가능했던 이유를 그의 기질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라 암시한다. 저자는 링컨이 우울하고 사색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런 기질 때문인지 링컨은 원고 없이 즉흥연설을 하지 못했고 (유머감각은 뛰어났지만) 감정적으로 감동시키는 재주는 없었다.
당시 휘그당의 스타였던 “클레이의 연설 양식은 정확한 단어 선택과 친밀함과 당당함의 조합을 바탕으로 했다. 그의 연설은 때로 오만하게 느껴졌고 구어나 일화 같은 것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방식은 정확성과 형식성의 조합, 하원이나 상원과 같은 공식적인 단체 앞에서나 중요한 때에 하는 연설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에 강점이 있었다. 클레이의 연설은 논리적 주장과 사실적 증거보다는 매끄러운 흐름과 수사적 구조에 의지했고 항상 권위 있는 사람의 주장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클레이는 링컨과 달리 합리적인 분석보다 달변을 더 중요시했고 공적 담화에 적합한 양식을 썼으며, 자신의 카리스마적인 존재와 극적 연설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클레이의 연설은 자신감을 과시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특히 효과적이엇고 과시적 표현은 그의 연설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클레이는 설득을 할 때조차 명령조로 말했다. 미 공화국의 1인자였던 클레이는 자신의 우월함, 자석처럼 때어놓을 수 없는 자신의 존재와 말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러나 링컨은 그가 존경했던 클레이와 정반대의 스타일이었다. 변호사로서 정치가로서 링컨의 호소력은 클레이와 달리 못 생겼다는, 키가 커서 오히려 우습게 보인다는 그렇기 때문에 친근하게 가깝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비존재감 때문이엇고 보통사람들과 같은 구어로 말하고 유머를 섞어 쉽게 말하고 일화를 섞어 말하는 스타일이었으며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스타일은 정치는 설득과 이해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즉 언어의 힘으로 움직인다는 그리고 언어가 담는 진실의 힘이 통한다는 링컨의 신념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엇다. 그리고 그러한 언어의 힘에 대한 신념이 링컨의 정치적 힘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