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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경제학 (반양장)
누리엘 루비니 & 스티븐 미흠 지음, 허익준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의 책도 적지 않다. 읽은 것만 해도 아타리, 실러, 아글리에타의 책들이 그중의 일부이다. 그러나 루비니의 책은 지금까지 나온 책들 중에서도 특별하다.
우선 루비니의 이책은 분량에서 다른 책들을 압도한다. 이책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행과정에 대해 어느 책보다 폭넓게 다룬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선 이제 상식에 가깝다. 이책의 원서가 나온 2009년에도 그것은 상식이었다. 그러나 이책 이전에 나온 책들은 아직 사건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었고 위기가 아직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이책이 갖는 시야의 폭을 가질 수는 없었다.
이책에서 저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생했고 정책당국의 대응은 어떠했으며 어떻게 정부의 대응에 의해 사태가 진정국면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자세하게 그려나간다.
물론 저자가 다루는 내용은 이미 익숙한 것들이고 낯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3년간의 사태를 다시 정리해 개관한다는 점에서 이책은 지금까지 나온 책들 중 단연 최대의 폭을 자랑한다.
저자는 이번 위기가 과거의 금융위기들과 그 성격에서 전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금융위기는 민스키가 말하듯 어디까지나 거품이 커지고 거품이 터지는 단순한 사이클을 따를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위기가 달랐던 것은 세계화 때문에 전 세계의 금융시장이 하나로 묶여있었기 때문에 그 충격파가 어느 위기보다도 거대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위기가 대공황과 비교되는 것은 대공황 역시 세계화로 세계경제가 만들어져 있었던 시기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위기에선 대공황이 재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들의 의지가 강력햇고 재빠르고 강력한 조치들이 있었기 때문에 대공황과 같은 사태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대공황의 충격은 너무나 거대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합의가 쉽게 이루어졌고 그 합의에 따라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선 위기가 재빨리 진화되었기 때문에 그런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렵게 되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저자는 이번 위기의 원인이었던 글로벌 불균형은 균형을 찾아 조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결과 미국의 경제적 패권은 무너질 것이고 달러의 지위도 무너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위기는 그 과정에서 계속 재발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일어날 위기들의 충격파를 줄일 제도적 장치를 만들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몇가지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문제가 된 증권화 상품들의 표준안을 만들고 파생상품을 공개적인 거래소에 등록하는 장치와 같은 금융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며 이번과 같이 단기적 이익을 쫓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금융업체의 보수체계를 회사의 장기적 이익에 연동되도록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중앙은행들이 망해야 할 회사들을 구제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문어발 불사(too interconnected to fail) 문제를 풀기 위해 글래스-스티컬 법과 같은 제도가 다시 부활되어 거대금융사들을 분할해 작게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책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책들보다 더 자세하게 이번 위기를 개관하고 있다. 후에 이번 위기에 대한 기본서적을 꼽는다면 이책이 포함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저자의 목적은 경제사를 쓰는 것에 있지는 않다. 저자의 목적은 위에서 요약한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말하기 위해 이번 위기가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하고 그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를 말하기 위해서 이책을 썼다. 저자는 대공황의 비극으로 만들어진 규제 시스템이 그후 80년의 안정을 제공했듯이 이번 위기는 그런 제도적 안정을 만들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