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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피고아 - 어떤 조직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의 비책
장동인.이남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세상 이치가 그렇기 때문이다. 공자는 60에 귀에 거슬리는 것이 없게 되었다(耳順)고 했다. 살다보니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구나 알게 되고 허허 웃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인의 지혜란 그런 것을 말한다.
이책은 지혜로워 지라고 말한다. 남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고(攻彼顧我) 말한다.
직장은 스트레스의 장이다. 하루에도 수십번 스트레스 쌓일 일이 널려 있다. 퇴근하면 어깨가 뭉쳐있고 몸은 무겁다. 일의 피로보다는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큰 이유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해가 진다고 화를 낸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이책은 말한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한다. 그러나 무엇을 알아달라는 말인가? 내 능력은 남달라서? 내가 한 일을 몰라줘서?
이책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분노하기 전에 내가 교만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라고 말한다. 당신은 능력이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이 능력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조직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것은 조직의 일은 한 사람만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당신이 없어도 회사는 돌아간다. 알아달라고 하기 전에 당신은 자신을 정말로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었었는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했었는지 돌아보라고 이책은 말한다.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조직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직을 중심으로 나를 움직이면 당신은 정말로 필요한 사람으로 생각될 것이고 당신을 알아줄 것이다고 이책은 말한다.
배신감에 치를 떠는가? 남이 나를 배신했다고 분노하기 전에 나는 그 사람들에게 무슨 이익을 주었는가를 생각하라고 이책은 말한다. 어차피 인간관계는 이해관계이다. 단 맛이 안나면 떠나게 되어 잇다. 너무 각박한 말이라고? 그렇지 않은 죽마고우도 있고 가족도 있다고? 그런 관계도 이해관계이다. 나와 함께 있으면 이익이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다. 같이 잇으면 편안하다 즐겁다도 이해관계이라고 생각하면 사는 것이 더 편해진다고 이책은 말한다.
아무리 전에 대단한 것을 해주었더라도 지금 별 볼일이 없거나 앞으로 별 볼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멀어지게 되어있는 것이 인간관계이다. 의리를 말하기 전에 자신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라고 이책은 말한다.
이책의 내용은 이런 식이다. 뻔한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지혜는 뻔한 말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뻔한 말이 상황에 맞게 말해질 때 지혜롭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책은 바로 그렇게 직장이란 환경에서 그런 누구나 아는 뻔한 말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런가? 그러나 그런 책은 많지 않은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책은 아름답지 않은 현실을 아름다운 말로 가려버리는 책들과는 거리가 멀다.
위에서 언급한 겸손이나 배신과 의리에 대한 내용은 다른 책들이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직장의 현실에 대한 분명한 전제가 있다. 직장은 민주주의가 왕정사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잇지만 직장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주의보다는 예전에 사라진 왕조국가와 더 가깝다.
회사가 민주주의라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최대한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동료나 부하에게 아무리 인기가 많아보았자이다. 물론 유능한 관리자로 여겨져 인사고과에 반영될 수는 있지만 정말 중요한 관계는 당신의 윗선이다. 윗선으로 올라갈 수록 더 많은 자원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책이 전제로 하는 것은 그런 조직의 현실이다. 이책이 말하는 덕목들은 윗사람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이지 만인을 전제로 한 도덕론이 아니다. 이책이 말하는 것은 윗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며 그 생각을 어떻게 읽어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리고 내가 윗사람인 상황에서 아랫사람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와 같이 상하관계에서 자리를 지키는 방법을 논하는 것이고 그 방법의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에선 왕조시대의 고사들이 예로 사용된다. 오히려 평등하지 않은 사회라는 것이 분명한 시대의 사례가 조직이란 사회의 생리를 더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책은 적나라하다. 위에서 겸손하라고 하는 것은 전략으로서이지 사람이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논리에서 말해지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책은 실용주의자의 책이다. 어떤 도덕이든 도덕 자체로서가 아니라 그 효과로서 논해야 가치가 있는 자의 책이다.
이런 류의 직장이란 사회에서 생존술에 관한 책이 올해는 특별하게 쏟아진다. 살기가 팍팍해지면서 생존을 구체적으로 논하는 책이 많아졌다. 얼마 전에 리뷰한 랜덤에서 나온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도 그런 류의 책이다. 올해 나온 직장 생존술에 관한 책 중에서 이책은 그 책과 어깨를 겨룰 수준의 몇 안되는 책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책은 랜덤의 책과는 다른 책이다. 랜덤의 책은 직장 생존술 전반에 대한 것이라면 이책은 상하관계에서의 생존술에 특화된 책이다. 그리고 부사장 직책까지 오른 사람의 시야에서 상하관계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의 현실감각이 돋보인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