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산책 4 - '프런티어'의 재발견 미국사 산책 4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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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공식적으로 미국의 프론티어는 사라졌다. 더 이상 개척할 서부는 없다는 정부의 발표였다. 프론티어의 종언과 함께 미국은 내향적 제국에서 외향적 제국으로 바뀌어야 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계급의식이 없는 나라이다. 19세기 내내 유럽대륙을 괴롭혔던 계급투쟁으로부터 미국은 자유로운 나라였다. 그 이유는 모두가 말하듯이 '기회' 즉 프론티어의 존재때문이다.

계급투쟁은 간단하게 말해서 제로섬 게임이다. 나눠먹을 파이가 한정되어 있을 때 그 파이를 어떤 비율로 나눌 것인가를 놓고 다투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놓고 한국인은 시기심이 강하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제 사촌이 땅을 사면 내가 탈이 나기 때문에 그렇기도 했다. 땅은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이 몇몇 사람의 손에 집중된다면 나머지 사람들에게 탈이 나게 된다.

그러나 임자 없는 땅이 널려 있었던 미국에선 그럴 이유가 없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니까. 싫으면 서부로 떠나면 되는 것이다.

땅만 많은 것은 아니었다. 기회도 많았다. 한국전쟁 이후 80년대까지 한국이 그랫듯이 나라의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시절이었던 19세기 미국에는 기회가 많았다.

록펠러, 카네기 같은 이름은 역사상 가장 부유한 75인의 명단에 드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포함해 19세기 중반에 태어난 미국인이 14명이나 포함된다.

그들 모두는 1830년대에 태어났다. 그 시절 태어난 사람들이 성인이 된 1860-70년대는 미국경제가 팽창하던 시절이었고 넓어지는 시장은 차지해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1890년대 프론티어는 사라졌다. 열려있던 기회의 땅이 고갈된 것이다. 기회가 고갈되면서 미국에도 제로섬 게임이 시작되었다. 농부들은 월스트리트 은행들과 싸웠고 노동자들은 자본가와 싸웠다.

프론티어의 종말에 대한 미국의 대답을 상징하는 사람이 이오도어 루즈벨트이다. 루즈벨트는 '혁신의 시대(189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를 이름)'를 상징했다. 록펠러의 석유제국은 그의 손에 조각이 났고 자본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산업질서가 재편되었으며 농민에 대한 보호가 시작되었다.

저자는 루즈벨트의 혁신주의는 더 강하고 위대한, 밖으로 뻗어나가는 미국을 만들기 위한  제국주의의 뒷면이었다고 말한다.

터너의 '프론티어 종말론'를 마음에 새기고 있던 루즈벨트는 해군차관보 시절 스페인 전쟁을 주도했고 사비를 들여 의용대를 조직해 참전하기까지 햇다.

내부의 프론티어가 사라졌으면 다른 제국들처럼 밖에서 찾으면 그만이다. 스페인전쟁과 하와이 합병은 밖으로 뻗어나가려는 미국의 시도였다. 그러나 미국은 너무나 서툴렀다. 인디언을 학살하며 손쉽게 제국을 만들던 시절과 바다를 건너 팽창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스페인전쟁으로 얻은 필리핀의 반란을 어떻게 미국이 대응했는가는 그들이 어떤 마인드로 제국을 건설하려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필리핀인과 관련되어 성립되는 논거는 하파치족과 관련해서도 성립된다. 아기날도(필리핀 반군지도자)를 두고 할 수 있는 말은 시팅 불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루즈벨트의 말이다. 실제 미국은 그렇게 했다. 필리핀인들을 인디언처럼 학살햇다. 그러면서 루즈벨트는 그의 선임자들이 인디언을 죽이며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미국 정부가 야만적인 민족들과 전쟁을 한 것은 평화를 깨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인류 행복을 윟여 슬프지만 꼭 해야 할 국제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전쟁은 부도덕하다. 그러나 필리핀전쟁은 가장 부도덕한 전쟁 중의 하나였다. 20만명의 미군이 참전해 4만3000명이 사망했고 6억달러라는 큰돈을 썻으며 2811번에 이르는 전투를 벌렸다. 필리핀 전사자는 16만명 이상이었고 민간이 20만명이 기근과 전염병으로 죽어갔다."

당시 영국은 수억명의 인도를 통치하기 위해  단지 천단위의 영국인을 파견했을 뿐이었다. 제국은 무력이 아니라 동의 위에 건설된다. 미국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루즈벨트는 정치세계의 톰 소여다. 항상 과시하고 과시할 기회를 찾아다닌다. 그의 광정 상상력에서 위대한 공화국은 거대한 서커스단이다." 마크 트웨인의 평이다.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사람들이 꼽는 '최고의 대통령' 명단에서 언제나 상위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인종주의자이자 전쟁광에 제국주의자였는데도 무슨 영문인지 늘 그 명단의 상위를 차지한다." 이후 루스벨트의 서툰 제국주의는 미국의 기억에 큰 상처로 남았고 미국을 다시 내향적으로 만든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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