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정신의 지도 - 당신이 지극히 정상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발칙한 정신분석학
만프레드 뤼츠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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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내용은 30년이 넘게 정신과의사로 살아온 저자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병원 밖의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정신과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을 제대로 알려면 이 정도의 얄팍한 책으로는 어림도 없다. 저자의 말로는 그런 교재들은 '1미터 높이에서 떨어트리면 발등이 깨질 정도로 무겁다.' 그리고 그런 책들은 무거운 만큼 많기도 하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책들과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 이책은 정상인 사람들에게 비정상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려고 쓰여졌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미치도록 정상인' 사람들의 '독재'를 그만두도록 하고 싶어한다.

저자는 무엇이 정상인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20년전까지만 해도 독일과 미국의 정신병동에서 다루는 병리현상의 목록은 같지 않았다. 저자는 정신의학의 역사에서 진단이 먼저였지 정신병이 먼저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백년이 약간 넘는 정신의학의 역사는 논쟁과 학파간의 패권전쟁의 역사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를 들어 정신의학계 밖에선 고전의 대우를 받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파는 태어날 때부터 정신의학계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전쟁을 해왔고 그런 전쟁을 벌이면서 교조적인 이념성을 드러내며 모든 것을 성적으로, 유아기의 상처로 해석하는 오만함을 키웠다.

그러나 정신의학계 내에서 가장 효과가 낮은 것이 정신분석학적 접근이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정신병리가 성적인 것도 아니고 유아기가 원인인 것도 아니다. 관점을 바꿀 능력이 없는 것을 광기라고 할 때 교조적인 결정론은 광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육체적 병에 대해서 그런 것처럼 정신과의사의 목표도 가능한 빨리 환자를 병원에서 내보내는 것이지 긴의자에 앉혀놓고 길고긴 의존관계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정신과에선 어떤 이념에 휘둘리는 방법은 쓰이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정신과에서 치료방법의 선택은 그 방법이 효과가 있느냐이지 자신이 어느 학파에 속하는가는 아니게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전까지 정신의학은 병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정신병을 진단하는데 더 관심이 있었다고 혹평한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바람직한 치료법의 예로 해결중심치료의 예를 든다. 이 치료법은 '문제와 해결책은 별개다'고 전제한다. 문제는어떤 식으로든 외부에서 온 삶의 사건이다. '불운은 그냥 생긴다.' 이미 일어난 불운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경우에든 해결책은 환자 자신의 내부의 능력에서 나와야 한다고 본다.

이 접근법의 창시자인 스티브 드 세이저에게 한 여성이 찾아왔다. 그녀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는 한데 너무 창피해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세이저는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환자'도 받아들였다.

그는 문제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어떻게 도울지를 발견해내는 것은 환자의 몫이 아니라 치료사의 과제라고 세이저는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물었다.  "0은 너무 심각해서 그보다 더 나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10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상태예요. 현재 당신은 어느 지점에 있나요?" 환자는 2라고 말했다.

"어떻게 0에서 2까지 올 수 있었죠? 0이 아니라 2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세이저는 대답하고 싶지 않으면 대답을 상상으로 떠올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과거에 아주 짧게 3이나 4였던 적이 있었다면 언제였나요?" 환자가 생각하도록 시간을 주고 세이저는 이렇게 말했다. "3주 후까지 당신의 삶에서 그리고 당신의 행동에서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을 상상해 보세요."

세이저는 환자가 지금을 바꾸는 것보다 유용한 것에 관심을 두게 했고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면담에서 세이저는 '기적의 질문'을 했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상상해보세요. 갑자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요. 기적이 일어났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될까요?"
"좋아졌으니까요."
"좋아졌는지 어떻게 아세요?"

'기적의 질문'은 환자 자신이 치료목료를 묘사한다는 것이다. 환자는 문제보다 치료의 원동력인 해결책을 더 많이 얘기하게 된다. 몇달 후 세이저는 "저는 지금 12에 있어요!"란 엽서를 받았다.

정신과의사 역시 다른 의사들처럼 환자를 도와줄 뿐이고 최대한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정신과의사의 의무라고 말한다. 다른 병들 처럼 정신병 역시 고칠 수 있다.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해결이 중요하다. 저자는 정신의 병리현상 역시 병리현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그냥 아픈 사람이다. 그 아픈 것이 정신일 뿐이다.

그러나 미치도록 정상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기에 공포를 느끼고 따돌리고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볼 뿐이다.

정상인 사람들에게 정신병자는 막연한 공포이다. 어쩌다 정신병자가 사건을 내면 사람들은 들끊는다. 관심도 없던 정신병원에 보도차량이 넘쳐난다.

그러나 정신병자가 정상인에게 위험한 것보다 정상인이 정신병자에게 더 위험하다.

사건사고 기사를 보면 거의 대부분은 정상인이 정상인에게 하는 범죄이고 정신병자가 관련된 사건의 경우는 정상인이 정신병자를 강간하거나 어리숙함을 이용해 착취하는 내용이 거의 다이다. 그러나 정신병자가 정상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온 세상이 들끊는다.

정신병자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보아온 정신과의사들은 대개 사회에 대해 정상이라 자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움과 분노를 터트린다.

정신병자들의 고통은 그들에게 닥친 이상한 현상 때문만이 아니다. 정신병자들은 대개 자신만의 세계에 꽁꽁 숨는다. 그들은 아무도 자기를 이해하지 못할 것라 확신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두려워한다. 그들의 진짜 고통은 정상적인 세계와 소통하지 못하는 장애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정신분열증, 우울증, 조울증과 같은 흔한 정신병의 경우는 신체적 질병과 다를 것이 없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부조화가 원인이기에 약리치료로 쉽게 회복되는 '질병'이다.

물론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병도 많고 유체적 병들 이상으로 병자 본인은 물론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분명한 병리현상이다. 알츠하이머 병 또는 치매가 그런 경우이다.

치매는 초기단계에서 진행을 늦추는 정도이지 진행을 막을 수 없는 불치병이다. 치매는 단기기억력이 사라지고 계산이나 추리력, 환경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 쇠퇴하는 증상을 보인다. 분명 정상은 아니다. 그렇기에 본인은 물론 주변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

그러나 정상이 아니라고 그들이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다. "치매 환자가 되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오늘 날짜는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자기를 사랑하는 아내와 자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집에 있다는 사실은 기억한다. 도움을 받는 것은 도움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인간의 특징말이다."

물론 그들은 자신을 책임질 능력이 없다. 그러나 스스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삶을 살아야만 인간다운 것인가? 치매환자는 돌봐 주어야 하는 사람이고 그들을 돌보는데는 돈이 많이 든다. 아주 많이 든다.

그러나 자립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재화생산을 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사람이 아닌가? 저자는 묻는다. '도움을 받는 처지가 되지는 않겠다'고 들 한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다. 사회가 치매 환자와 어떻게 지내느냐 이것이 그 사회의 휴머니즘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신병자들 그리고 더 흔한 치매환자에 대한 정상인들의 폭력에 저자는 분노한다. 도대체 '미치도록 정상'인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휘두르는 정상이란 잣대는 얼마나 정상인가 라고 저자는 묻는다.

저자는 중독자들의 예를 든다. 대부분의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처럼 알콜 중독자들도 다정다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삶의 중압감과 상처에 힘겨워하다 술에 자유를 뺐긴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볼 때 중독은 약자의 병이다. 그런 중독이 극단이 된 경우가 마약중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돈이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만들어준다는 소위 정상인들의 믿음이 극단에 이르면 인생이 어디로 향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마약중독자는 짜릿함을 자기 힘과 돈으로 마약으로 즐길 수 있다고 믿는다. 마약은 기껏해야 불안을 피하려는 일시적인 대답이며 점차 허무하게 사라지는 인생의 의미에 대한 회의적인 대답이다." 그러나 정상인들은 자신들이 내린 정상에 대한 정의를 추종했던 중독자들을 간단하게 선을 그어 사회에서 배제하려 한다고 저자는 분노한다. 중독은 정상인들이 만든 유토피아적 행복을 쫓은데 대한 대가일 뿐이며 '미치도록 정상'인 기준에 모두를 맞추려 한데 대한 부작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제정신이 아닌 혹은 심지어 반사회적인 사람, 유난히 짜증나는 사람, 그리고 괴짜 같은 기인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또 이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되면 분명 다른 시각으로 이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단지 다양한 많은 사람들 중 그 독특함이 도를 넘은 경우일 뿐이다. 너무 독특해서 본인도 주변 사람도 괴롭다. 치료와 진단은 이런 실제적인 고통이 닥쳤을 때 해야 한다. 고통의 원인과 치료의 목적 없이 진단을 남용할 경우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이상한 사람들에게 무조건 단정한 정상 사회의 유니폼을 입히려는 행위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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