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브레인 - 행복.사랑.지혜를 계발하는 뇌과학
릭 핸슨 & 리처드 멘디우스 지음, 장현갑.장주영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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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뇌과학의 입장에서 불교교리를 해석한 것이다. 이책에서 해석하는 교리들은 계정혜 3법, 탐진치 3독, 자비, 인상(보통은 아상을 말하지만 원래 아상은 atman에 대한 것이지 자아에 관한 것이 아니다) 등이다.

이책에서 해석하는 人相을 예로 들어보자. 저자는 우리가 ‘나’라는 말로 표현하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어디 있는가 묻는다. 신경학적으로 저자는 우리가 ‘나’라는 말로 표현하는 자아란 대상은 허깨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의식은 뇌의 여러구역에서 일어나는 처리과정을 한데 모아 놓은 흐름에 불과하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자아의 개입없이도 일을 잘 처리해낸다. 저자의 비유에 따르자면 자아는 줄을 맞춰 잘 되어가고 있는 퍼레이드의 끝에 걸어가면서 자 이게 다 내덕이야 라며 뻐기는 허풍쟁이에 불과하다.

자아라는 느낌은 사후적으로 의식이 만들어내는 가상적인 구성물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느낌에 불과한 자아가 실체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회성의 진화와 관련되었을 것이라 저자는 추측한다.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이 ‘지금 여기에서 사랑이란 감정이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사회라는 집단의 단위로서 자아라는 느낌은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그러나 자아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저자는 말한다. 환경과 원만하게 상호작용할 때 자아라는 느낌은 전면에 나오지 않는다. 자아라는 느낌의 근원적 현상은 내 신체와 환경의 공간적 분리이다. 환경으로부터 고립될 때 그러한 분리감은 강화된다. 그리고 그러한 분리감은 거의 부정적인 감정을 강화한다. 소외감, 슬픔, 자괴심, 열등감, 부러움, 위협감, 공포, 원한 등의 부정적 감정이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이 불교에서 말하는 고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불교 교리의 苦를 탐진치의 3독을 중심으로 해석한다. 배고픔, 신체적 아픔, 피로 등은 물론 괴로움이다. 그러나 이러한 괴로움은 불교에서 말하는 고는 아니다. 저자는 장자의 우화를 예로 든다.

쪽배에 누워 자고 있었다고 하자. 그런데 아이 둘이 당신의 배를 흔들어 뒤집었다. 당신은 화가 날 것이다. 배를 뒤집은 것이 아이들이 아니라 파도였다면 당신은 화가 날까? 그렇지 않다.

불교에서 말하는 괴로움은 배가 뒤집혀 물에 젖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당신이 내는 화이다. 붓다는 물에 젖은 것을 첫번째 화살이라고 당신이 화를 낸 것을 두번째 화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신이 두번째 화살을 날리게 하는 것을 3독이라 말한다.

저자는 탐(욕심)과 진(분노)를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는 쾌락원리, 그리고 그 쾌락원리에 따라 프로그래밍된 뇌의 회로로 해석한다. 탐욕과 분노의 감정은 스트레스 회로인 교감신경을 흥분시킨다.

교감신경은 fight or flight라는 우리 조상들의 생존원칙을 실천하는 회로이며 부정적 감정들의 회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이상 호랑이에게 쫓기지도 않고 사슴을 사냥할 일도 없는 우리에게 교감신경의 프로그램은 스트레스 회로로 불린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그렇듯이 우리의 부정적 감정들은 우리를 지치게 하고 우리를 불행하다고 느끼게 할 뿐 별 쓸모가 없다.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은 첫번째 화살보다 두번째 화살이다.

3독의 치(어리석음)은 그런 이치를 배우려 하지 않는 또는 배우지 못하는, 지혜를 거부하는 무지이다.

계정혜 3법에서 계는 우리가 두번째 화살을 날리지 못하도록 말과 행동, 생각을 통제하는 것을 말하며 정은 계를 지킴으로서 얻는 마음의 평화(또는 행복)을 말한다.

저자는 호흡수련에서 숨을 들이쉬는 것은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숨을 내쉬는 것은 (교감신경의 긴장을 억제하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면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 해석한다

명상수행에서 얻으려는 것은 두번째 화살을 날리는 부정적 감정의 회로를 억제하는 것이며 그런 화살을 날리는 것을 그만둘 수 있도록 혜(지혜)를 얻기 위한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이상에서 이책의 일부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책은 불교교리의 일부를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과정으로 해석해 보여줌으로써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기 쉬운 교리와 수행법에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가 해석하는 교리의 내용은 사실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그 교리에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교감신경이라든가 의식의 구성물로서의 자아라든가 처럼 구체적인 근거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책의 가치이다. 그러나 이책은 그 이상은 아니다. 교리적으로 어떤 깊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의 불교에 대한 이해는 그리 깊은 것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는 달라이 라마나 틱낙한의 책들에 비해 교리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 그러나 이책에서 그런 이해를 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책은 어디까지나 신경과학과 불교(특히 명상수행) 둘 다 아는 사람이 썼다는 점이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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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2010-09-1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는 9월 28일 화요일 오후 7시, 번역자 장현갑(한국명상치유학회 명예회장)이 역서『붓다 브레인』으로, "뇌를 바꾸면 삶이 행복해진다"를 주제로 무료 강연을 서울 마포 불교방송 건물 3층 다보원 법당에서 진행합니다. 신경 과학과 명상 수행과의 관계를 알아보는 자리예요. 자세한 정보는 대한불교진흥원 웹사이트(http://www.kbpf.org/insiter.php?design_file=4840.php&article_num=23)를 참조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ulu 2010-09-13 17:16   좋아요 0 | URL
정보 감사합니다 ^^ 참석해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