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잘 쓰인 책이다. 그러나 제목과는 상관이 없다. 이책의 제목만 보면 Good to Great나 Built to Last가 생각날 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위대한 기업이나 성공한 기업을 보고 어떤 배우자는 것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책이다. 이책의 주제는 기업경영의 일반론과는 상관없는 일본유통업의 역사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20년이 그리고 어쩌면 30년이 될지도 모르는 일본의 유통업은 비참함 그 자체이다. 얼마전에도 도쿄 도심의 백화점이 폐점한다는 뉴스가 들렸었고 이마트와 비슷한 양판점의 산 역사인 다이에는 90년대는 물론 2000년대 내내 구조조정 중이었다. 20여년간 진행되고 있는 디플레이션과 소자고령화는 아무리 맷집 좋은 거인도 쓰러트리기에 넘치도록 충분했다. 그러나 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 근래 경영서적의 화두였던 유니클로와 같은 패스트패션, 100엔샵, 세븐일레븐 등과 같은 새로운 업태가 이전 유통업을 대표하던 백화점과 양판점의 빈자리를 채워간 것이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유통이엇다. 이책은 90년대를 경계로 이전의 우세종이엇던 백화점과 양판점의 역사와 함께 이후 유통업의 지도를 만들어가고 있는 편의점, SPA, 카테고리 킬러 들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너무 방대한 주제가 아닌가? 하나씩만 따져도 책 한권으로 될까 말까한 주제가 아닌가? 내용이 부실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책은 일본 유통업의 교과서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각 업태의 대표적인 업체가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전성기를 맞았으며 그리고 어떻게 쇠퇴했는가를 살펴보면서 왜 어떤 업태가 흥하고 망했는가 그리고 그 빈자리를 왜 다른 업태가 파고들게 되었는가를 요령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창업자를 중심으로 그 업체의 역사를 그리면서 읽는 재미가 있게 그려간다. 그런 식이다 보니 약점도 잇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기초로 가필하여 다시 책으로 엮은 것이기 때문에 일관성이 결여되기 쉽다. 그러나 이책을 읽어가다 보면 일본 유통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저자가 그리는 일본유통업의 역사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잇을 것이다. 일본에서 근대적 유통이 시작된 것은 백화점과 함께 이다. 100년도 더 전에 미쓰코시가 처음 백화점 선언을 했을 때 처음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미국에서 개화한 백화점의 역사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당시 백화점은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고급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의 범위로는 오히려 오늘날의 양판점과 더 가까웠다. 그러나 일본에선 백화점을 연 것이 기모노를 팔던 업체들이었고 고급품을 중심으로 햇다. 그런 백화점 영업을 바꾼 것을 저자는 오사카의 한큐백화점이라 말한다. 전철회사였던 한큐가 백화점을 시작한 것은 회사의 전철노선을 따라 거주하는 가정주부들이 도심까지 가지 않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쇼핑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였고 세계최초로 터미널 백화점을 개점한다. 목표가 그랫기 때문에 대중을 상대로 한 저가격 정책이 채택된다. 이후 이런 대중노선은 일본 백화점의 모델이 된다. 이후 백화점과 재래시장으로 양분된 유통업에 다이에가 양판점이란 업태를 소개하면서 유통의 지도가 바뀐다. 60년대 이후 일본내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대중시장이 들어섰고 그런 시점에서 양판점이 확산될 수 잇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디플레이션과 소자고령화로 시장 자체가 축소되면서 확대되기만 하는 대중시장을 배경으로 탄생한 백화점과 양판점은 축소균형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시장 자체의 축소보다 더 심각한 것은 100년전, 50년전 만들어진 업태의 기본모델에서 벗어나지 않고 구태의연하게 관성대로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유통업의 우세종인 백화점과 양판점이 무너져갈 때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업태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패스트 패션과 같은 카테고리 킬러나 편의점, 100엔숍 같은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 업태들이 혁신적이기는 하지만 백화점과 양판점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한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을 하나의 타임라인으로 다시 정리해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약으로는 이책의 맛을 알기는 어렵다. 그리고 사실 잡지에 연재된 것을 묶은 것이기 때문에 각 편마다 나름의 호흡이 있고 그 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프레임이 빈약하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식의 타임라인으로 정리되는 어떤 주장이 있다기 보다는 각 업태의 대표업체들의 역사를 듣는 이야기의 재미가 이책의 맛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유통업의 역사와 현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책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