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경영학 - 당신의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경영학의 진실
매튜 스튜어트 지음, 이원재.이현숙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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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君子不器, 이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말이다. 논어에 나오는 이 구절은 남 위에 서는 자 즉 리더는 어떤 기술에 매인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리더를 그렇게 본 것은 중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영제국 시절 영국인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

영국의 정치가들은 공자의 말(君子不器)대로 정치는 직업 정치가가 아니라 비전문가가가 해야 한다고 믿었다. 정치에만 묶이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며 경험의 폭과 인품의 넓이를 문제 삼는 것이다.

처칠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프로급 화가였으며 대처의 정적인 히스는 요트 애호가이자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 취미의 다양함은 정치가의 됨됨이를 말했다.

정치는 정치의 기술자가 아니라 경험의 폭과 인품의 넓이를 갖춘 ‘신사’가 하는 것이라는 것이 영국의 전통이었다.

이책의 저자는 경영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영자는 세상에 대한 폭럽은 지식을 가지고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좋은 경영자는 타인을 어떻게 존중하는지 아는 사람이다. 좋은 경영자는 솔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좋은 경영자는 자신을 잘 알고 세상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다. 이런 뜻에서 당연히 좋은 경영자는 좋은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경영대학원에 있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훈련이라고 말한다.

교육과 훈련은 다르다. 전통적인 교육은 군자나 신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시험의 과목이나 옥스캠의 교과목은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치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선 쓸모없는 교양을 가르쳤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은 군자나 신사가 될 교양인을 목표로 하지 않고 전문가가 될 기술자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그런 기술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맥킨지에서 컨설턴트 경력을 시작했던 저자는 MBA 학위를 받지 않았던 것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맥킨지와 같은 일류 컨설팅 회사에선 MBA에서 배우는 지식은 3주면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 업무를 하면서 배우는 것이 더 실제적이라 생각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학문 자체가 쓸모없고 오히려 위험하기 까지 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책은 왜 경영학이 위험한가에 관한 길고 긴 진단서이다.

저자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인 테일러부터 시작해 테일러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인간주의 경영을 제시한 메이오 그리고 전략적 경영을 제시한 앤소프와 포터 그리고 경영학의 대중화 시대를 연 탐 피터스를 검토하면서 경영학은 과학이 아니라 신학이라 불려야 한다고 말한다.

경영학이 대학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분투하던 19세기말, 테일러의 등장은 복음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원가회계를 제시하면서 기업을 수치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작업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재조직하여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테일러의 주장은 과학이기를 원하고 그렇게 보이기를 원하던 신생학문, 경영학에 복음이었다.

테일러의 주장은 점점 관료화되어가고 있던 당시 기업경영의 흐름과도 맞아떨어졌다. 이후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라는 주장은 포드의 컨베이어 시스템에서 정점에 달한다.

그러나 갈수록 테일러주의의 한계가 분명해진다. 기업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의 효율만 주장하고 통제만 주장하는 테일러는 경영현실의 일부를 말할 뿐 전부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관료적 통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테일러의 관점은 기업의 현실과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기업은 사람이며 의사소통과 신뢰 위에 서야 한다는 메이오의 인간중심주의가 각광을 받는다.

그러나 메이오의 인간중심주의는 진정한 인간중심주의가 아니었고 그렇기 때문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저자는 말한다.

테일러주의가 환영받은 것은 경영자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경영자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이데올로기로서 였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계획하고 생각하는 두뇌로서의 관리자와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이기만 하는 노동자를 구분하는 테일러의 주장은 이데올로기적이다.

메이오의 인간중심주의는 그런 테일러주의의 경직성에 대한 대안인 것처럼 보엿다. 그러나 메이오가 실제적으로 주장했던 내용과 그 내용이 받아들여진 것은 회사를 더 인간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문화를 말하고 동기부여를 말하고 열정을 말할 때 메이오와 경영자들이 생각한 것은 당시 갈수록 반항적이 되어가던 노동자들을 어떻게 하면 더 유순하게 말 잘 듣게 할 수 있는가라는 조종하는 대상으로서이지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대상으로서가 아니었다.

물론 조직은 의사소통과 신뢰 위에 서야한다는 메이오의 주장은 부정할 수 없는 자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논리는 경영자들의 이기적인 동기에서 왜곡된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의사소통과 신뢰라는 가치는 2년짜리 훈련으로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MBA 교육시스템에서 그것은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2차대전 이후 등장한 전략적 경영은 경영학을 진정한 과학으로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전략적 경영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공허한 탁상공론일 뿐이엇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앤소프와 마이클 포터의 전략론은 과거의 사례를 분석할 때는 뛰어나다. 그러나 실제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데는 소용이 없다. 그 이유는 전략적 분석이 현실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현실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략론의 화려한 차트와 도표, 목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현실에 대한 정보가 완전하다는 가정이 충족되어야 하며 현실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보가 완전하고 현실이 안정적이라면 왜 전략이 필요한가? 화려한 기획안이 실제 경영에선 무용지물이 되는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불확실한 현실에서 전략은 단순할수록 더 유용하고 효과적인 이유이다. 불확실성을 전제한다면 전략 역시 현실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에 맞춰 변할 수 있게 단순하고 유연해야 한다.

그러면 그렇게 무용한 전략론이 왜 그렇게 각광을 받았는가? 그 이유는 테일러주의가 각광을 받은 것과 같은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략론이 등장한 것은 사업부로 나뉜 M형 조직이 등장한 때와 같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자원을 분배하고 사업부간의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 최고경영진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으로 주어진 것이 전략론이었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진을 고객으로 하는 전략 컨설팅이 각광을 받고 최고의 수수료를 받은 것은 그들의 역할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역할을 해주엇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테일러주의, 인간중심주의, 전략경영 모두 경영자의 입장을 정당화하고 그들의 존재를 변호하는 신학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실에 대한 과학으로서 그들은 기껏해야 현실의 일면만을 보여주면서 현실을 왜곡할 뿐이었다고 말한다.

과학으로서 경영학은 실패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과학이란 주장을 철회하고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한다면 경영학은 많은 것을 줄 수 잇다고 저자는 말한다. “경영 과학에 대한 공헌자라는 측면에서 테일러는 실망만 준다. 그러나 (계급갈등이라는) 사회적 곤경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내놓은 엄격한 작업 분석에 관한 메시지는 철학적으로 아주 흥미롭다. 엘턴 메이오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약속한 조직 과학은 사기이다. 그러나 경영에서 사람이 제일 중요갛고 신뢰가 협동의 기반이라는 그의 주장은 너무나 옳다. 전략 이론가도 대체로 마찬가지이다. 전략에 대한 과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큰 그림을 그리고 아퓨날을 내다보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경영이론가들이 제기하고 그들이 제공한 통찰에 대한 질문은 그럴듯한 실제적인 경영 학문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역사에 속한다. 그리고 경영학은 철학으로 가르키고 연구해야 한다.”

이상이 이책의 논리를 정리해본 것이다. 이책의 구성은 위에서 본 것과 같이 논리구성물로서 경영학의 과거 핵심이론들을 역사적으로 이론적으로 검토해보고 그 헛점을 지적하고 그 경험과학으로서의 한계를 저자 자신이 컨설턴트로서의 경험과 컨설팅 업계의 허위의식을 보여주면서 경험적으로 논증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영학서적은 많고도 많다. 그러나 이책처럼 그 한계를 메타이론적으로 검토하는 책은 드물고 그 희소성이 이책의 가치이다. 그러나 그 경험적 논거에서 많은 한계가 있다. 주요 이론틀에 대한 논리적 공격에서 저자는 그리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잇는 논증을 하지 못한다. 물론 자신의 직업적 경험을 근거로 제시하고 잇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논거로서는 한계가 잇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책에 제시된 저자의 경험을 일반적 증거로 생각하기에는 보편성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며 이론틀에 대한 저자의 일반론적인 공격과 기껏해야 간접적으로 연결될 뿐이다.

그러나 이책의 그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읽는다면 이책의 논지를 자신의 경험에서 증명해 나가야 할 가설로서 과제로서 받아들여야 할 문제제기로 생각한다면 이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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