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 -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비상식적인 일에 대처하는 86가지 대처법
앨버트 번스타인 지음, 전미옥 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책의 요즘 경향을 보면 뚜렷한 변화가 보인다. 미국식 성공학의 퇴조이다. 그 이유는 말이야 맞는 말인데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남을 배려하라 겸손하라 칭찬을 하라 다 맞는 말이다. 그래야 인맥을 만들 수 있고 인간관계가 좋아야 성과를 낼 수 있고 성과가 쌓여야 성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책을 주말에 읽고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보라. 책 내용과는 도저히 맞지 않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미국식 성공학의 문제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시크릿이다. 나는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라 그러면 성공할 수 있다. 이 말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아무 내용이 없다. 그러나 성공이 그렇게 쉬우면 생각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면 누가 성공하지 못하겠는가?

직장에서 성공하는, 아니 성공은 고사하고 생존이라도 하려면 그런 류의 책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을 견디고 살아남는 기술이 필요하다. 성공하려면 자신감이 필요하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그러나 자신감이란 어느날 아침 나는 자신감을 가질 거야라고 생각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감은 무수한 실패를 겪고 작은 성공을 하면서 나는 이런 아수라장을 뚫고 나왔다는 경험에서 얻어지는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식 성공학은 무대포 낙관주의에 불과하며 현실의 난장판을 무시하는 비현실적 공리공론에 불과하다. 성공도 좋고 부자도 좋다. 그러나 성공하고 부자가 되려면 현실의 아수라장을 견딜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이책의 저자가 알려주려는 것이 그런 기술이다. 이책이 그리는 직장은 제정신이 아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난장판이다. 이책이 그리는 직장에서 사람들은 남을 이용하고 조종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대고 일이 나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남탓하기 대장이며 남의 뒷담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남에게 일을 떠넘기며 게으름을 부리며 상사에게 아부를 하기 바쁘고 부하에게 부정을 저지르도록 획책한다. 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회사문화 자체도 말과 행동이 다른 착란증에 걸려있다. 유행하는 경영이론에 따라 배려, 감사, 칭찬, 창의성 존중, 권한이양, 자율성 존중을 말하지만 실제 회사가 돌아가는 것은 전혀 딴판이다. 그런 이론들이 나오고 그런 이론을 구호로 외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이책은 그렇게 미쳐돌아가는 회사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기술을 알려준다.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일개 직원인 내가 회사를 바꿀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내가 바뀌면 된다. 상황을 나에게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면 되는 것이다. 이책은 그런 기술들을 말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말하는가? 예를 들어 당신의 상사가 꼬치꼬치 디테일에 신경쓰는 참견쟁이 흔히 마이크로매너지먼트라 부르는 관리 스타일이라고 하자. 이런 사람은 작은 일 하나까지 자기가 확인하고 통제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이다. 그러나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그런 사람치고 큰 그림을 놓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이고 내 문제는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그를 만족시켜라. 그가 지시를 할 때 눈앞에서 메모를 하라. 자신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나중에 말이 달라질 때 근거로 내세울 수 잇다. 그리고 그를 정보의 바다에 빠트려라. 과다한 정보는 그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참견의 손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도록 할 수 있다.

이책의 내용은 이런 식이다. 이런 식의 테크닉을 86가지 상황별로 4-6 페이지 정도로 설명하는 것이 이책의 구성이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86가지나 된다고? 4-6페이지라고? 책에 일관성이 없겠군 그리고 내용이 불충분하겠어. 그러나 그런 생각은 기우이다.

물론 86가지나 되는 상황에 대한 테크닉을 담다보니 내용간에는 어떤 일관성이 없다. 이책은 일종의 사전이나 매뉴얼이라고 보면 된다. 그때 그때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게 되어 잇고 처음부터 통독할 필요는 없게 구성되어 있다. 다루는 상황에 대해서는 목차에 알기 쉬운 제목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아주 유용하다. 4-6 페이지에 불과한 지면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겠나 싶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요약한 참견쟁이 상사의 예에서 처럼 이책의 내용은 상황에 대한 명료한 정의와 함께 그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짧고 간명한 언어로 분명하게 쓰여져 있다. 버릴 것이 없는 간명한 언어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수십 페이지로 쓰여진 다른 책들보다 내용이 더 풍부하다.

이상에서 이책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런 정도로는 이책에 대해 제대로 파악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이책은 요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책에는 일관된 저자의 생각이 깔려있다. 예를 들어 도마뱀의 뇌에서 일어나는 분노나 짜증 두려움 같은 즉각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전두엽으로 생각을 하라. 그래야 상황에 더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는 사내정치는 더러울 수도 잇지만 내가 하려는 일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얻으려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라거나 아부는 비위를 맞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상사를 사람답게 대우한다고 생각하라든가 여러가지 일관된 저자의 생각이 있다. 그러나 이책의 전체를 일관된 스토리 라인으로 요약할 내용은 이책에 없다. 그러나 이 정도로도 이책이 어떤 책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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