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에게 중국을 답하다 - 유광종 기자, '회색'이란 색감으로 중국 문명의 속내를 그리다
유광종 지음 / 크레듀(credu)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책은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쓰여졌다. 연암의 질문은 왜 중국에는 “3리마다 城이요 5리마다 廓”이 있는가였다. 중국을 대표하는 유적은 만리장성이다. 한 나라 아니 한 문명을 대표하는 유적이 성벽인 것은 왜일까? 단지 그뿐이 아니다. 조금만 길을 가다보면 성을 두른 도시가 나오고 곽을 두른 마을이 나온다.

저자는 중국인들이 두르는 성벽은 도시와 마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한다. 중국의 사무실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파티션이라 저자는 지적한다. 물론 중국인들만 파티션을 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을 열자 마자 사람을 압도하는 파티션의 배치와 사람과 책상을 완전히 가리는 파티션의 높이는 중국에서만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도시와 마을을 둘러치는 성곽과 사무실의 파티션은 같은 것이라 말한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단절하는 중국인의 폐쇄성이 그렇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한 폐쇄성은 철저하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것으로 나타나며 개인주의로 나타난다.

누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개인주의와 남이 뭘 하건 신경쓰지 않는 무신경함이 중국인의 특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이 축구에 약한 이유를 저자는 개인주의에서 찾는다. 축구는 팀의 예술이다. 개인기보다는 팀웤이 우선하는 스포츠이다. 그러나 중국선수들은 공을 가지고 갈 수 있을 때까지 물고 늘어지다 어쩔 수 없으면 패스를 한다. 이런 개인주의로는 축구에서 이길 수 없다. 중국이 잘 하는 종목은 개인종목인 이유가 바로 개인주의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의 음악은 진정한 전통음악은 독주이다. 중국음악에선 박자가 발달하지 않았다. 중국음악에선 멜로디가 중요하다. 박자는 다른 악기와 합주를 할 때 공통의 약속으로서 필요하다. 그러나 독주가 발달한 중국에선 박자감각이 발달할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은 물론 타이완에서도 대기업이 발달하지 않은 이유를 저자는 개인주의에서 찾는다. 중국에서 대기업은 국영기업이나 민영화된 국영기업만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은 세상을 나의 영역과 나를 뺀 나머지로 나누는 개인주의자들이 모인 사회이다. 그러나 사회는 사람이 모여 이루어지는 곳. 모래알이 모여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방법은 누구나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분명한 명분으로 사람들을 묶는 것이다. 그것은 유교이다. 그러나 아무도 반대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것은 형식적일 수 밖에 없다. 개인주의자들이 모여 겉으로 하나가 되려면 내세울 수 있는 공통분모는 극도로 형식적인 것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명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더더군다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불신하는 현실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중국인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겉으로 보이는 명분의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비공식적인 관시(關係)의 네트웍이며 그 네트웤을 움직이는 원칙은 개인의 이익의 연결이다. 밖으로는 유교를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도가의 둥글둥글한 처세술, 더 실질적으로는 법가의 권모술수의 세계라고 저자는 말한다(外儒內法). 중국인들이 (사람의 심리를 능란하게 읽어야 하는) 마작에 열광하고 (궁중의 권모술수를 그리는) 사극에 열광하는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노자를 법가, 병가와 묶어 열전을 지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도가를 중국인들은 법가의 관점에서 이해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外儒內法이란 중국인의 성격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저자는 중국의 길고긴 혼란의 역사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중국의 역사는 외침이 잦고 왕조의 교체가 잦았으며 가뭄과 홍수와 같은 재해가 잦았다. ‘산은 높고 황제는 멀다’는 말처럼 그럴 때 기댈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엇고 자신과 혈연적으로 이어진 가족, 친척뿐이었다.

왕조교체기의 혼란이 일어나거나 가뭄이 들고 홍수가 지면 양식을 찾아 (친척이기 마련인) 마을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떼를 지어 다른 마을을 습격하기 마련이었고 낮에는 농부 밤에는 도적이 되기 마련이었다. 그도 아니면 떼를 지어 다른 지방으로 이주를 했다. 그러나 이주를 해가는 곳이 빈땅인 경우는 없으니 결국 약탈이나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지주나 상인과 같은 부자들 역시 공권력을 믿을 수 없기에 스스로 무장하게 마련이었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10미터가 넘는 담을 쌓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며 집을 요새화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시대를 강호라 부르며 미화하고 과장한 것이 무협지의 세계이다.

생존이 당연하지 않은 무질서가 드물지 않았던 역사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만들었고 생존을 위해 혈연을 따라 지연을 따라 뭉치게 만들었다. 물론 사람들은 자신의 주위에 둘러친 담장에 갖쳐 살 수만은 없다. 새로운 사람과도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는 항상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고 상대의 의중을 따지고 말을 조심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그런 공을 들여 만들어지는 사람들의 관계를 관시라는 이익의 네트웤이었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물론 이책에는 이보다 더 많은 내용이 있다. 가령 천인합일, 무위자연을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만리장성을 쌓고 대운하를 파며 삼협댐을 만들고 기형 금붕어를 양산하며 假山을 만드는 중국인의 문명은 자연과 조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대결하고 입맛에 맞게 개조하는 문명이었다는 내용이나 한족이란 개념은 혈연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으로 melting pot으로서 중국문명의 성격을 나타낸다는 내용이나 중용이 도가 아니라 술로 실천되는 중국인의 처세술 등 다양한 내용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외유내법이란 말로 책의 중심내용을 요약하고 거기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내용만 요약햇다.

중국에 관한 책은 많고 많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외유내법(저자가 이말을 쓰고 있지는 않다. 저자는 外方內圓이란 말을 쓴다)이란 말로 요약되는 이책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인상기에 그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저자의 오랜 경험과 사색에서 나온 분명한 논리가 있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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