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권으로 기획된 미국통사의 2권은 건국에서 남북전쟁 이전까지를 다룬다. 2권의 시작은 연방파와 공화파의 대립에서 시작한다. 두 정파의 대립은 새로 건국된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이었고 개인과 국가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었다. 공화파의 주장은 국가보다 개인의 권리가 우선한다는 논리였다. 그들의 주장은 권리장전이란 형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수정헌법에 실린다. 그러나 공화파의 정치적 기반은 개인의 집합인 유권자가 아니라 더 강한 주정부를 주장하는 지역주의일 수 밖에 없었다. 연방파는 더 큰 시장과 그 시장을 보장하는 (지역주의를 넘어선) 연방정부를 주장하는 것으로 자본가들의 이해와 맞아떨어졌다. 논쟁의 결론은 자연스럽게 연방파의 승리로 예정될 수 밖에 없었다. 연방파와 공화파의 논쟁과 함께 이 시대를 규정한 논쟁의 다른 축은 노예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였다. 저자는 미국의 건국 초기를 규정한 정치적 지형을 두가지 논쟁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잭슨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의 정치지형에 지진이 일어났다고 저자는 말한다. 연방파/공화파, 그리고 노예제 찬성/반대의 두가지 논쟁은 동부 중심의 귀족정치의 어젠다였다. 그러나 무식하고 가진 것 없이 맨손으로 자수성가한 잭슨의 당선은 그런 사람이 당선된다는 것 자체가 사건이었고 그가 대변하는 계층들이 정치판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자체로서 지진을 일으켰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그의 등장은 소수 가진자들의 것이었던 정치에도 다수 못 가진자들이 끼어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시작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잭슨 민주주의가 등장하던 시기는 언론의 팽창이 있었다. 1센트 신문이 등장하던 당시 그런 가격에 신문이 팔리려면 독자가 많아야 했다. 독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글을 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소비층이 두텁다는 말이다. 잭슨 민주주의는 바로 그 신문을 소비하던 사람들에 의해 가능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그 잭슨 민주주의는 잭슨의 정치는 객관적으로 볼 때 실패작이엇다. 그의 정치는 무식했고 기껏해야 포퓰리즘에 불과했다. 그 정치적 기반인 대중의 수준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분위기였던 경박함, 가벼움, 탐욕, 근거없는 낙관주의, 오만함은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란 말로 요약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명백한 운명이란 말이 처음 쓰인 것은 1845년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우리 수백만 미구긴들이 자유롭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할당해주신 대륙을 온통 뒤덮기 위한 명백한 운명을 이행하자. 우리는 인류의 진보를 추구하는 민족이다. 누가 그리고 무엇이 우리의 전진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란 언론인의 글에서 처음 쓰였다. 마치 종교적 사명처럼 들리는"명백한 운명을 말한 가장 큰 동기는 역시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전대륙을 지배하고자 하는 미국인들의 망상에 가까운 욕심, 즉 탐욕이었다. 미국인들이 세대를 이어오렴 문명의 저변을 점차 넓혀왔듯이, 이 욕심도 겉으로는 열렬한 종교적 구도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Davis 2000) 인디언의 학살하고 그들의 땅을 뺐고 멕시코의 땅을 절반을 뺐으러 전쟁을 벌이면서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탐욕을 마치 신이 내린 사명처럼 정당화하고 그렇게 믿었던 것이다. 저자는 "독일 사람으로서 오늘날 이 말을 들으면 동유럽으로 진출하는 것이야말로 독일민족의 사명이며 '섭리'라고 외치던 히틀러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독일인 겔페르트(2003)을 인용하면서 미국의 명백한 운명이란 말은 당시 제국주의 시대에 유별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영국은 '백인의 의무' 프랑스는 '문명인의 의무' 독일은 '생활공간을 위한 욕구'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땅 따먹기를 정당화하던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말들을 내세운 미국은 당시 서구열강과 다를 것없는 '제국'이엇다는 것이다. 단지 미국은 바다를 건너지 않은 것뿐이다. 그런 말들을 내세우며 신이 세상을 자신에게 주었다고 믿을 수 있던 근거는 자신감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미국은 더더욱 그랬다는 것이다. 경쟁자라고는 미개한 인디언 뿐이었던 북미대륙은 빈땅에 불과했고 그 빈땅을 차지하면서 농토를 얻고 산업을 일으키며 부를 쌓았고 금을 얻어 노다지를 캐냈다. 승승장구하는 그들은 신이 그들에게 승리할 운명을 주었다고 믿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명백한 운명이란 말은 미국은 특별하다는 예외주의와 미국 선민의식의 뿌리가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상이 2권의 내용이다. 위에서는 요약을 하기 위해 저자의 논점을 분명하게 단정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실제 이책의 서술방식은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를 주저한다. 아마도 미국사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자신감의 결여때문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사료를 요약하고 다른 권위자의 말을 빌려 자신의 논점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읽기에는 좀 피곤한 방식이다. 그러나 저자의 그런 심리를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그리 혼란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