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산책 1 - 신대륙 이주와 독립전쟁 미국사 산책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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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권으로 계획된 시리즈의 1권인 이책은 컬럼버스의 항해부터 미국의 독립까지 다루고 있다.

미국사를 다루는 책인데도 1권의 범위는 대항해시대 유럽의 역사를 모두 포함한다. 1권에 포함된 유럽사의 범위는 스페인 제국이 시작한 대항해 시대, 종교개혁, 계몽주의로 나눌 수 있다. 이 3가지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는 미국사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3가지 주제를 한 사람의 저자가 얇은 한권에 다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다룰 수야 있겠지만 그 주제들을 의미있게 제대로 다룬다는 것은 지금의 학계의 수준에서 불가능할 뿐더러 필요한지도 의심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책에서 한가지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의 선민의식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이다. 20세기의 패권국으로서 미국은 이전의 패권국들과는 달랐다. 자신들은 인류 보편의 원칙을 세계에 실현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원칙은 그들의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원칙, 자유와 평등의 원칙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역사를 그 원칙의 실천이었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원칙을 인류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타당한 원리로 생각했다.

특이한 생각이다. 미국은 패권국으로서 그 원리를 종교의 복음을 전파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더더욱 특이하다.

저자는 시리즈의 첫권을 그런 특이한 사고방식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데 촛점을 맞춘다.

저자는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종교개혁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알다시피 미국역사의 처음에는 청교도들의 이민이 있었다. 미국의 선민의식은 그 청교도들의 선민의식이다.

유럽에서 주도권을 쥘 수 없었던 낙오자들이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 정착하고 주도권을 쥔 땅이 미국이고 이후 미국사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그들이기에 그들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미국 청교도들, 또는 장로교, 감리교, 회중파들의 의식은 한마디로 편협함으로 정의된다고 말한다.

유럽의 종교개혁은 카톨릭의 야만과 광신에 대한 반란이었다. 물론 종교개혁은 종교적인 사건만은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종교개혁은 당시 등장 절대왕정이 성립되던 시기에 후의 국민국가 단위로 역사의 단위가 만들어지던 시기에 중세의 보편주의 원리를 대표하던 카톨릭의 시스템에 반기를 들었던 사건이었다고 저자는 본다.

그러나 사정이야 어땠든 종교개혁은 종교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종교적 사건의 특징은 광신에 대해 더 큰 광신의 싸움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그 예로 칼뱅이 지배한 제네바의 신정정치를 예로 든다. 칼뱅은 예정설로 유명하다. 기든스는 예정설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었다. '그런 설을 주장한 사람은 분명 자신은 선택되어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칼뱅은 인간은 그 존재 자체가 악이라 믿었다. 그러나 자신은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종교개혁 당시의 개신교도들을 규정한 것은 바로 그런 왜곡된 오만함이었다. 그리고 그런 오만한 자들이 오만한 자들과 싸운 것이 종교전쟁이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싶어한다.

미국으로 건너가 주류가 된 개신교도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주도권을 쥔 식민지에서 자신들 이외의 교파는 이단으로 배척했다. 독립 이전 수만명이 죽어간 마녀재판은 그런 사고방식의 결과였다. 그리고 인디언을 인간이 아니라 여긴 것 역시 별 다를 것이 없는 비슷한 사고방식이었다.

청교도들이 지배한 식민지는 칼뱅이 지배했던 제네바처럼 숨막히는 곳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의 편협함 때문에 미국독립의 아버지들은 기를 쓰고 종교국가가 되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저자는 청교도의 역사에 대한 신화 깨기에 나선 다음 독립전쟁에 대해서도 신화 깨기에 나선다.

미국독립전쟁이 일어나기 까지 과정의 저류에 깔려 있었던 것은 식민지인들의 이해관계와 본국정부의 정책이 충돌한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신민지인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한 작은 정책들이 쌓이고 쌓여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대표 없이 세금도 없다'는 독립전쟁의 구호는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독립전쟁은 혁명이라 부를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독립전쟁의 리더들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생각으로 반란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힘의 균형을 원한 것뿐이다. 당시 투쟁파는 인구의 1/3이었고 1/3은 왕당파였다.

그러나 영국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분위기는 극단으로 바뀌어갔다.

독립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은 독립 이후 통치체제가 엉망으로 준비부족이었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리고 그후의 정치 시스템은 전쟁에서 총을 잡고 싸웠던 가지지 못한 자들이 아니라 가진 자를 위한 정부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독립 직후 미국의 정치는 프랑스혁명처럼 공포정치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1/3에 달하던 왕당파는 영국군과 함께 떠나거나 캐나다로 도피해 캐나다가 성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남은 사람들은 재산이 몰수당하고 폭행을 당해 린치란 말이 이때 생기게 되었다.

이상이 1권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중심으로 살펴본 것이다. 이책에 대한 평을 하자면 쉽고 가볍게 읽을 책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알다시피 미국사 전공이 아니다. 전공이 아닌 사람이 이런 기획의 통사를 깊이있게 쓸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책에서 미국사에 대한 권위있는 통찰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이책은 가볍게 미국사의 전체 흐름을 읽는 목적이라면 충분한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듯이 미국사에 대한 각론은 많지만 총론은 없는 상황에서 좌우파에 얽매이지 않고 균형을 맞춘 책은 더더군다나 없기 때문에 미국사를 개괄해 보려는 목적으로는 알맞은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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