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위에서 천하를 정복할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습니다” 쿠빌라이 칸의 재상이 한 말이다. 그의 말은 쿠빌라이 칸이 대칸이 되던 때 몽골제국의 과제이기도 했다. 제국을 창업한 칭기스칸의 사후 몽골제국은 칭기스칸의 그림자에 갇혀 정체되어 무너져 가고 잇었다. 칭기스칸이 만든 제국을 물려받은 그의 후손들(황금씨족)은 칭기스칸의 흉내를 내며 거기서 한치도 벋어나지 않았고 형제와 사촌들이 칭기스칸이 물려준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내전을 반복할 뿐이었다. 후계자들은 칭기스칸이 하던대로 흉내만 낼 뿐이고 물려받은 것에 만족할 뿐 물려받은 것을 어떻게 더 다듬을 것인가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책의 저자는 쿠빌라이 칸이 문제삼은 것은 바로 그런 정체상태였다고 말한다. 쿠빌라이 칸은 이대로 가면 몽골제국은 다른 유목제국들이 그러했듯이 안으로부터 썩어 무너질 것이라고 보았다는 것이다. 쿠빌라이 칸은 제국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칭기스칸의 흉내에서 벗어나 칭기스칸의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보았다. 칭기스칸의 정신을 저자는 유목정신이라 말한다. 상황에 맞게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이라는 것이다. 당시의 상황은 유목제국의 약탈경제에서 벗어나 제국을 경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그러면 어떻게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시스템은 어떠해야 하는가? 쿠빌라이 칸의 답은 대원제국의 건국으로 나타난다. 몽골초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칭기스칸 원리주의자들에 맞서 정권을 잡은 쿠빌라이 칸은 제국의 중심을 황량한 몽골초원에서 제국의 물류기지인 중국으로 옮기고 중국의 제국과 같은 행정시스템을 채택한다. 쿠빌라이 칸은 몽골인의 군사력만으로는 제국을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을 제국이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 것이다. 그는 중국인들을 등용해 행정력을 얻어 제국의 안정성을 확보한다. 제국의 뼈가 군사력이라면 행정력은 살이다. 그러나 뼈와 살만으로 제국이 살아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는 색목인들(중앙아시아인, 이슬람인, 유럽인)을 활용해 상업 네트웍을 제국전역에 조직해 제국에 피가 돌게 했다. 쿠빌라이 칸이 세운 대원제국의 시스템은 군사력과 행정력, 상업력 3가지가 합쳐진 다원성을 가진 말그대로 세계제국이 되었고 아시아인이 만든 최초이자 최후의 세계제국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상이 이책의 요점을 간추려 본 것이다. 이책의 저자가 말하듯이 대원제국은 최초의 세계제국이었고 그 세계제국은 지구 최초의 세계화 위에 번영했다. 근래 몽골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세계화의 시대에 지구 최초의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책의 저자는 쿠빌라이 칸이 왜 그리고 어떻게 세계제국을 만들었는가를 설명하는데 책의 전반부를 할애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에서는 그가 기획한 세계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그러면 이책의 가치는 무엇인가?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이책은 그리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니다. 전문학자도 아닌 저자가 대원제국에 대해 깊이 있는 책을 쓰기는 힘들다. 당시 몽골제국의 진면목을 알려면 전문학자가 쓴 두꺼운 책을 보는 것이 낳다. 그러나 그런 책을 보기 전 쿠빌라이 칸과 대원제국에 대한 맛보기로서 가볍게 대략을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이책의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