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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의 기적 - 한 신경과학자가 안내하는 3D세계로의 특별한 여행
수전 배리 지음, 김미선 옮김 / 초록물고기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책의 저자는 학부시절 전공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이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세계를 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으로 이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보통 사팔뜨기라고도 부르는 사시이다. 솔직히 이책을 읽기 전에는 사팔뜨기가 뭔지 알지 못했다. 사르트르의 사진을 보면서 거 재수 없게 생겼네 눈이 저 모양이니 이상한 관념론이나 떠드는 거지, 하는 정도가 사팔뜨기에 대한 생각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책을 읽으면서 사시라는 것이 심각한 시각장애로 여겨져야 하며 이해해주어야 할 결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시의 가장 큰 문제는 깊이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깊이를 인식하는 것은 두눈이 있기 때문이다. 뇌는 두눈에서 들어온 이미지의 차이를 계산해 깊이를 인식하고 하나의 이미지로 재조합해낸다.
뇌에서 조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두눈에서 들어오는 이미지의 차이가 크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사시는 두눈이 협력할 수 없다. 두눈이 따로 놀기 때문에 두눈에서 들어오는 정보의 차이는 크고 뇌가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뇌는 결국 한 쪽 눈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무시하는 전략을 취하게 되고 깊이에 대한 정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데서 일어나는 문제는 여러가지이다. 공간상에서 사물의 위치를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굼뜬 아이로 여겨지게 된다. 위치 감각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위치도 잘 알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공간 상에서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운동감각도 결여된다.
저자의 경우는 운전을 기피하게 되었다. 공간감각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표지판을 제대로 읽을 수 없고 도로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나기 쉽다.
공간감각의 결여는 읽는 능력에도 영향을 준다. 두눈의 협동이 저해되기 때문에 글자가 종이 위에 고정되지 않고 멋대로 돌아다니게 된다. 특히 글씨가 작을 때 문제는 더 심하다. 결국 주의력 결핍이나 지능결여로 오해받게 된다.
저자와 같은 사시인 사람이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는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마치 저자가 대학에서 자신이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다른 세계를 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여러 유형의 사시인 사람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가 보여주는 세상을 보면서 정상으로 태어났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자세한 설명을 통해 정상인 사람은 상상할 수 없었던 비정상인 사람의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책은 단지 그런 세상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가 이책을 썼을 때는 저자는 정상인 사람들이 보는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저자는 선천적인 장애를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사시에 적응한 뇌의 습관을 조정해 깊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저자의 세계는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2차원의 세계가 아니었다.
이책의 전반은 저자와 저자와 비슷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세상을 보는가를 자세하게 그리고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책의 후반은 고정된 뇌의 습관을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뇌는 늙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어릴 때 또는 성장기에 뇌는 고정되지 않고 언제나 다시 프로그래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가 3차원을 시야를 갖게 된 것은 50살이 다 되어 가던 때이다.
이상이 이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책은 앞에서 요약했듯이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 그리고 운명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것조차 다시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 이 2가지를 현실감있게 보여주고 설득한다는 점은 이책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