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cracy Now! 이책의 마지막 장에 소개되는 라디오 프로의 제목이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소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그 라디오 프로그램의 주장이며 뉴욕의 현재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뉴욕은 어떤 곳인가? 저자는 이책을 우리가 알고 있는 시크한 뉴욕이 정말 시크한 곳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뉴욕의 시크함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으로 시작한다. 뉴욕이란 이름은 세계의 변방에 사는 우리에게 세계의 중심을 말하며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하는 곳이다. 뉴욕 스타일, 뉴요커가 즐기는 것이란 말은 최고의 것을 말하고 창조적인 삶을 말하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말하는 뉴욕 스타일이란 실체가 있는 것인가? 실체란 말이 지나치다면 그 실상은 무엇인가? 저자는 묻는다. 우리에게 뉴욕 스타일의 상징은 스타벅스라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타벅스가 최고의 커피는 아니다. 물론 질 좋은 원두를 쓰기 때문에 고품질의 맛을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맛이 최고이기 때문에 우리가 스타벅스에 가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갖는 호소력은 미국식 소비문화의 호소력이며 미국의 아이콘인 뉴욕의 호소력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바로 그 소비문화가 우리가 열광하는 뉴욕의 실체라는 것이다. 뉴욕 스타일이란 말이 상징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60-70년대 반문화와 반전운동을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의 개성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며 ‘뉴욕’이란 잡지에 소개되었던 그들의 감수성이 상업화된 문화이다. 그 문화는 살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의 문화이다. 그러나 그 문화가 가능하게 된 기반은 뉴욕의 특성인 다양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싶어한다. 힙합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저자는 본다. 힙합이 태어난 것은 흑인들의 게토였다. 흑인들은 자신의 삶의 고단함과 울분, 절망을 거리에 모여 몸으로 표현했고 재즈가 그렇게 태어났듯이 힙합은 그들의 거리 문화에서 태어났다. 뉴욕의 힘은 바로 그런 소수의 약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며 그 힘이 가능했던 것은 다양성을 관용하고 포용하는 여유에서 나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류 백인은 1/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의 소수인종들이 모여사는 곳, 미국에서 가장 다양성이 넘치는 곳인 뉴욕의 매력은 그 다양성이 뿜어내는 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다양성에 대한 불관용이 뉴욕을 지배하게 되면서 뉴욕은 갈수록 다른 글로벌 시티들과 다를 바 없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예를 들어 소호 지역을 보자. 소호지역은 원래 공업지역이었다. 거주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임대료가 싼 곳일 수 밖에 없었고 뉴욕의 살인적인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작업실과 거주지를 겸하는 곳을 찾아 소호 지역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이곳은 예술가들의 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파리의 몽마르트 거리가 그렇게 되었듯이 예술적 분위기라는 것이 상품화가 되면서 소호 거리는 돈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정작 예술가들은 다른 곳으로 쫓겨가게 되었다. 소호 거리의 변화는 돈의 논리가 뉴욕을 어떻게 획일적인 장소로 바꾸고 있고 다양성이란 뉴욕의 힘이 어떻게 자본화하면서 파괴되는 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소호거리의 역사는 부동산 시장의 논리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미국의 보수화는 뉴욕의 다양성을 확실하게 파괴해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빈민층에 대한 복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그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사라져 가면서 시장에서 실패한 자는 무능한 쓰레기일 뿐이며 위험한 범죄자 후보일 뿐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갔다는 것이다. 줄리아니 시장이 벌인 범죄와의 전쟁은 그런 분위기를 대표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9.11 사태로 그런 분위기는 더욱 강해지기만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불관용의 시선이 어떻게 뉴욕의 다양성을 죽이는지, 다양성이 넘치는 리버럴의 도시로 불리던 뉴욕이 어떻게 다른 미국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바뀌고 있는지 이책에서 보여주려 한다. ‘시크한 신자유주의 도시 뉴욕에 관한 편파적 보고서’란 이책의 부제는 이상에서 요약한 내용을 짧게 요약하고 있다. 이책은 뉴욕의 매력에 대해 말하는 책이 아니다. 더더군다나 지금이 뉴욕의 멋진 곳을 탐험하는 책도 아니다. 이책은 미국의 보수화가 뉴욕에선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그 결과를 왼쪽에서 바라본 음울한 보고서이다. 그렇다면 이책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책의 가치는 위에서 말한 저자의 목적이 얼마나 이루어져 있는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400페이지에 가깝고 그 페이지의 상당지면을 컬러 사진으로 채우고 있고 가능한 뉴욕의 다양한 거리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이책은 어느 정도 저자의 의도를 실현하고 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책은 데이비드 하비의 ‘파리 모더니티’와 같은 체계적인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 뉴욕이 어떻게 바뀌고 있다는 현상은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그 현상들 너머에 저자가 신자유주의라고 요약하고 있는 본질적인 흐름은 애매모호하게 암시하는 수준에서 넘어간다. 결국 이책은 현상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뉴욕을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역사적 흐름 위에서 살펴보는 장기적 시선과 뉴욕 구석구석의 다른 책들은 다루지 않는 어두움을 훑고 잇다는 점에서 이책의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