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
조지 프리드먼 지음, 손민중 옮김, 이수혁 감수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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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가 영국의 세기였다면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였다. 세계의 바다를 누비던 영국 해군이 세계에 질서를 만들었다면 20세기는 미국의 해군이 세계질서를 만들었다. 세계의 질서는 3차원이다. 3차원에는 다국적기업들이 세계시장이란 무대를 누비고 2차원에선 여러나라들이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3차원과 2차원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1차원이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차원은 군사적 차원이며 지정학의 차원이다. 1차원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의 패권을 쥐는 것이 세계질서이다. 경제가 다른 모든 것에 우선권을 휘두르는 것같지만 경제가 돌아가려면 2차원과 1차원의 질서가 있어야 하며 아래 차원의 지배자가 세계를 지배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21세기의 패권은 누가 쥐게 될까? 아직까지는 미국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미국의 경제력이 패권을 지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는 21세기도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 용감하게 말한다. 물론 미국이 저물어간다고 보는 사람들도 앞으로 수십년은 미국이 리드할 것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그러나 100년을 더 간다고? 저자의 주장은 엉뚱하게 들린다.

그러면 그 근거가 무엇인가? 저자의 근거는 3가지이다. 첫째 미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어느 국가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모두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둘째 그러한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해 대서양과 태평양의 두 바다를 지배하는 국가가 패권을 쥐게 되는데 현재 미국은 막강한 해군력으로 두 대양을 지배하고 있고 미국은 바다의 패권을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을 유지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생각한다. 셋째 물론 그 지배력을 유지할 능력이 없다면 패권은 유지하기 힘들다. 그러나 미국은 앞으로도 패권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앞의 두 논거에 대해서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세번째이다. 미국이 앞으로도 패권을 유지할 능력이 있는가? 저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저자가 그렇게 말하는 논거는 미국은 아직 젊은 사회라는 것이다.

지난 500년동안 유럽의 문화를 보자. 500년전 대항해시대가 시작될 무렵 유럽의 문화는 야만성을 보였다. 특히 대항해시대를 연 스페인이 그랬다. 스페인제국을 산산조각 낸 종교적 광신은 그런 야만성을 더 없이 잘 보여주는 예이다. 사회가 야만적일 때의 특징은 자신의 문화와 사고방식이 자연의 법칙과 같이 자명하다는 오만과 자신감이다. 그러나 사람이 나이가 들어 성숙해 가듯이 사회 역시 그렇다. 사회가 야만의 상태를 벗어나 문명화되면 오만과 근거없는 자신감은 줄어든다. 세상이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만할 정도로 경험이 쌓이고 세상을 알아가게 되면서 자신과 세계의 모순을 알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 자신감에 찬 시기에는 그러한 모순을 조화롭게 받아들이고 균형을 잡을 여유가 있다. 19세기까지 유럽이 그러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유럽은 퇴폐의 시대로 들어섰다. 냉소적인 태도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어떤 것에 비해 더 나은 그 무엇은 없다’고 믿는다. 상대주의에 빠져 아무 것도 믿지 못하는 상대주의자가 된 것이다. 그들은 무언가를 믿으려는 사람을 경멸하며 특별히 싸워 지켜야 할 가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아직 야만의 미성숙 단계라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저자의 진단에 반대하기 힘들다. 저자는 문명화의 성숙단계에도 들어서지 않은 미국은 충분히 힘을 쏟아낼 능력이 있다고 본다. 지금 당장 미국이 경제적으로 쇠퇴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저자는 가정하는 것같다.

저자는 미국이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잠재력이 있다는 가정에서 21세기 패권의 방향을 예상한다. 저자가 이책에서 그리는 21세기는 20세기와 그리 다를 것이 없다.

저자는 미국이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해온 전략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첫째 바다를 지배한다. 해로의 통제권을 갖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된다. 둘째 그 통제권에 도전할 수 있는 어떤 국가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저자는 9.11 이후 아프칸과 이라크를 공격한 것을 그러한 전략으로 본다. 알카에다와 같은 급진세력이 이슬람권을 통합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아프칸과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실패한 전쟁이다. 그러나 그 전쟁에서 이길 필요는 없다. 그 전쟁으로 이슬람권의 혼란은 이전보다 더 심해졋고 그 지역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사라졌다. 그걸로 된 것이다.

저자는 21세기에 미국에 도전할 국가가 어떤 곳이 될지 예상해본다. 이슬람권은 그렇게 무력화되었다. 중국은 어떤가? 저자는 중국은 내부의 불안정성 때문에 미국에 도전할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아편전쟁 이후 중국은 분열되었다. 그 분열은 중앙과 연안지역의 갈등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외국과의 교역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는 연안지역은 외국과 연합하여 중앙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했고 중앙으로부터 사실상 독립한 군벌을 형성했다. 마오는 내륙의 가난한 농민들의 힘을 동원해 연안지역을 누르고 통일을 이룬 것이다. 마오는 이후 중국의 문을 닫는 자폐적인 정책을 폈다. 덩 샤오핑 이후 개방은 100년전 중앙과 연안지역의 갈등을 다시 표면화시켰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중국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한다면 그러한 갈등은 표면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경제가 지금까지와 같은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제성장이 둔화될 때 중국의 불안정은 표면화되고 중국은 분열되거나 적어도 중앙의 통제력이 무력화되면서 실질적인 분열상태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본다. 소련 붕괴 이후 경제와 인구구조의 모순은 앞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모순의 무게에 눌려 러시아는 붕괴될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본다.

그러므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주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본다. 20세기부터 퇴폐기를 겪고 있고 인구학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유럽은 계속 몰락의 길을 갈 것이다. 미국의 눈길을 끄는 나라는 터키와 폴란드, 그리고 일본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본다.

터키는 안정적인 경제와 정치구조, 사회를 가진 터키는 젊은 인구와 경제성장에 힘입어 이슬람권의 맹주로 등극할 것이라고 저자는 본다. 그리고 러시아의 몰락을 등에 엎고 폴란드가 중유럽의 맹주가 될 것이다.

일본은 좀 다르다. 일본은 유럽처럼 인구학적 몰락의 길을 걷고 잇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가만히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불안정을 이용해 20세기초에 그랬던 것처럼 팽창주의 노선을 채택해 몰락의 길을 벗어나려 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세계의 중심인 유라시아의 어디에서도 자신의 패권에 지역적으로라도 도전할, 자신의 해로 통제권에 도전할 세력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다. 미국은 터키와 일본의 팽창을 저지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전쟁으로 발전할 것이라 본다. 독일과 일본이 20세기초 영국의 패권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받으려 한것과 마찬가지로 21세기에 터키와 일본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전쟁에서 미국은 또 이길 것이라 저자는 본다.

이때의 전쟁은 과거와는 다른 전쟁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쟁은 누가 우주를 장악하는가가 될 것이라 저자는 본다. 우주에서 지구를 감시하고 통제하며 지상으로 무기를 발사하는 통제센터가 우주에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

물론 여전히 바다를 지배하는자가 패권을 쥐겠지만 그 바다를 지배하려면 우주를 지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무기체계는 인구감소에 대응해 로봇공학에 의존할 것이며 기술변화에 따라 석유대신 전기가 무기운용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 본다.

군용으로 쓰이는 전기는 막대할 것이다. 그러므로 전기를 얻기 위한 방법에도 혁명이 일어나 우주에서 태양열을 받아 전기를 만들고 전기를 마이크로웨이브로 변형 지구로 전송하는 방식이 군용으로 개척될 것이라 저자는 본다.

결국 군용으로 개발된 로봇공학과 발전기술은 20세기에 그랬듯이 경제를 바꿀 것이라 저자는 본다.

미국의 주간 고속도로는 군용으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와 사회의 지도를 바꾸었다. 인터넷 역시 군의 데이터 전송을 위해 개발되었다. 그러나 경제와 사회를 뿌리채 바꾸었다.

21세기에도 마찬가지로 군의 필요에 의해 개발된 로봇공학은 인구감소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마이크로웨이브 기술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저자는 전망한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물론 이책에는 이보다 더 많은 내용이 있고 위의 요약에서 빠진 디테일들이 있다. 그러나 핵심은 위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전망이 맞을 지는 알 수 아무도 알 수 없다. 특히 미국의 패권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대담한 주장이 맞을 지 더더욱 알 수 없다. 그러나 저자의 예상이 맞고 안 맞고는 이책의 가치와는 큰 상관이 없다고 본다. 이책의 가치는 위에서 요약한 것과 같은 지정학적 관점으로 세계를 보는 방법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책은 그런 관점을 배우는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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