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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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저자 신영복은 학자로서보다는 장기수로 더 유명하다. 박 대통령 시절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20년 가까이 복역한 이력이 있다. 출소한 이후에는 성공회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책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전문적으로 중국고전을 연구한 학자도 아닌 사람이 쓴 책이 도움이 될까란 의문이다. 이책이 다루는 범위는 시경부터 시작해 유가, 도가, 묵가, 법가를 섭렵하고 있다. 전문학자도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을 감옥에서 거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 그것도 경제학자가 쓴 책이 무슨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이다. 충분히 타당한 의문이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의문을 불식시킬 만큼 잘 쓰여져 있다.

저자가 감옥에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자가 감옥에서 주로 읽은 책은 중국고전들이었다. 독서 밖에 할 것이 없는 사람이 그 오랜 시간을 읽어 온 것에 대해 쓴 것이라면 그 분야의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신뢰할만하다.

그렇다하더라도 감옥에서 혼자 공부한 것과 학계의 흐름을 따라 자신의 의견을 조율한 사람과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감옥에서 나온 후에도 중국고전에 대한 학계의 연구를 읽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이책에서 제자백가와 고전을 해석하는 틀은 중국학 분야의 컨센서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컨센서스에 따라 해석하면서도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고 있어 충분히 일가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이책을 읽을 이유가 있는가? 이책처럼 제자백가에 대한 입문서로 쓰인 책은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저자는 고전을 왜 읽어야 되는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어떤 책이든 마찬가지이지만 고전을 읽는 것은 얻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2천년도 더 전에 쓰인 중국고전을 읽어야 되는 이유를 지금의 시대를 읽는 관점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익숙한 서양의 관점이 이 시대를 읽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잇다고 생각한다. 그 대안으로서 수천년전에 쓰여진 고전의 사고방식이 더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도움이 되는가는 이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둘째는 이책은 쉽게 쓰여졌다는 것이다. 이책은 전공자나 학자를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다. 이책은 대학교양과목의 교과서로 쓰여진 책이고 그렇게 사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해석틀을 근간으로 쓰여져 있고 읽기 쉽다.

그러나 이책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저자가 지금의 시대를 해석하는 틀이 낡았다. 저자는 맑스주의자이다. 그것도 상당히 낡은 맑스주의자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상당히 거슬리는 관점이다. 그러나 그의 관점이 이책에서 고전을 해석하는 데는 그리 큰 작용을 하지 않는다. 문화혁명을 전후해 중국에서 나왔던 우끼지도 않는 맑스주의적 해석과는 거리를 두고 잇다. 저자는 그 시대의 사상은 우선 그 시대의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읽어낸 후에 그것을 지금을 읽는데 도움이 되도록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책은 전체적으로 잘 쓰인 입문서이다. 그러나 깊이가 없는 가벼운 책은 아니다. 이책은 강독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전체적인 해석을 소개하고 원문을 발췌해 그 원문을 읽고 해석하면서 그 책의 의미를 밝히는 식으로 구성된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소개되는 고전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도록 쓰여있다. 고전을 직접 읽기 전에 큰 그림을 그려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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