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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VS 마케터 - 화성에서 온 경영자 금성에서 온 마케터, 그 시각차와 해법
알 리스 & 로라 리스 지음, 최기철.이장우 옮김 / 흐름출판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알 리스의 책이 또 나왔다. 알 리스의 책은 잘 팔린다.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책 역시 그의 다른 책들처럼 쉽고 재미있다. 그리고 그의 다른 책들이 그런 것처럼 두껍지 않은 책에 담긴 메시지는 간단하면서 명료하다. 브랜드는 포지셔닝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책의 번역 제목은 원서와 다르지만 책의 내용을 더 잘 포착하고 있다. 이책은 경영자와 마케터는 태생적으로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둘의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요즘 유행하는 뇌신경학까지 동원하여 설명한다. 여자와 남자가 다른 이유처럼 경영자와 마케터는 뇌의 쓰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수치를 중시하고 사실과 증거를 사랑한다. 그들은 그렇기 때문에 논리를 사랑하는 좌뇌를 쓰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마케터가 사는 세상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분명한 사실도 없고 무엇도 증명될 수 없는 곳이다. 그들이 다루는 것은 사람들이 브랜드에 갖는 이미지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쓰는 언어는 경영자들이 보기에 좋게 말해서 감성적이고 나쁘게 말해서 애매모호할 뿐이다.
경영자들은 상식을 사랑한다. 그러나 마케터들은 상식은 아무짝에도 쓸데없다고 생각한다. 두 종족간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마케팅의 문제는 사람들 머리 속에 어떻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심느냐일 뿐이라고 말한다. 경영자들이 생각하듯이 제품이 뛰어나고 가격이 합리적(또는 싸다고)이라고 물건이 팔리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머리 속에 브랜드의 이름이 자리를 잡게 하는 것(포지셔닝)이 마케팅의 전부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브랜드는 약속이다. 그 브랜드 제품을 사면 그 브랜드가 약속한 품질을 얻을 수 있다는 약속이다. 경영자들은 브랜드가 포지셔닝되려면 브랜드를 차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브랜드 약속의 실체가 있어야 되니까. 제품의 품질이 중요하고 가격이 중요하고 등등 경영자들의 생각은 당연한 것이고 상식적인 것이다.
그러나 마케터들은 상식이 항상 통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브랜드의 약속은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 약속이 반드시 실체를 가질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벤츠가 뛰어난 차라서 팔리는가? 아니라는 것이다. 벤츠가 팔리는 것은 벤츠란 브랜드가 지위라는 이미지를 갖기 때문이지 품질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벤츠는 품질과는 비례하지 않는 높은 가격을 가져야 한다.
자동차를 어떻게 구입하는가? 차 한대를 사기 위해 꼼꼼하게 전문잡지를 뒤져보고 이 브랜드의 차를 타보고 저 브랜드를 타보는가?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냥 대리점에 가서 좌석에 앉아보고 컵 홀더를 만져보고 할 뿐 몰아보기까지 하지 않는다.
펩시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코크보다 더 좋은 맛을 낸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코크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경영자들의 상식과 현실은 다른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사람들은 바쁘다. 정보의 홍수에서 허우적댄다. 신경쓸 것 천지이다. 그런 세상에서 수천이 넘는 브랜드를 모두 검증해보고 물건을 사야된다? 사는 것이 비참해질 것이다. 브랜드는 그들의 삶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꼼꼼하게 과학자처럼 따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머리 속에 브랜드에 관한 이미지를 심는 것이 마케팅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물론 이책에는 이외에도 많은 내용들이 있다. 그러나 그 많은 내용들은 위의 내용을 다른 시점에서 다른 상황에서 반복 적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알 리스의 책은 재미있고 쉽다. 그점이 그의 책의 가치이다. 이책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책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바로 그의 장점이 그의 단점이기 때문이다. 알 리스의 책이 재미있고 쉬운 것은 논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논점이 분명한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어보자. 죽어가던 브랜드였던 맥도널드가 2002년 이후 개혁에 들어가 2년 후 회생에 성공했다. 그 회생전략 중 핵심의 하나는 브랜드 저널리즘이었다. 신문이나 잡지의 모든 기사를 보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만드는 사람도 알고 보는 사람도 안다. 신문, 잡지가 그렇다면 왜 브랜드도 그렇게 할 수 없는가? 하나의 브랜드 아래 다양한 타깃을 만족할 수 있는 라인업을 만드는 것이 브랜드 저널리즘의 논리였다. 그러나 알 리스는 그것은 라인 확장일 뿐이며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이고 말한다. 그러나 맥도널드의 전략은 성공했다.
알 리스의 논점은 명쾌하기 때문에 재미있고 쉽다. 그러나 맥도널드의 예에서 보듯 논점이 명쾌하다고 그것이 현실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