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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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the wisdom 'let it be'"

비틀즈의 'Let it be'에 나오는 말이다. '그대로 놔둬라'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노래의 제목은 당시 베트남 전에 반대하는 말이었다. 힘으로 이치를 거스르지 말라는 말이다.

그러나 성모 마리아가 말해주었다는 그 지혜의 말은 노자가 출전이다. 노자가 말한 自然이란 말을 번역한 것이다.

Nature를 번역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가져다 쓴 자연이란 말은 출전이 노자였다. 노자에서 그 의미는 nature가 아니라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다' 즉 있는 그대로의 이치란 말이며 노자의 근본개념인 道의 상태를 말한다.

'도에 관심있으십니까?'란 말을 길거리에서 너무 많이 들어 그런지 '도'란 말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노자가 말하는 도란 그렇게 거창한 것도 더더군다나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가 말하는 도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주자학의 용어로는 理)일 뿐이다. 이치를 거스르면 망하고 이치를 따르면 흥한다.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따르는 것을 노자는 無爲라 했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란 누구나 아는 것같으면서 모르는 것이다. 이치를 아는 것을 지혜라 한다. 지혜는 세상을 겪으면서 배우고 느끼고 행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혜는 노력으로 얻어지며 시간과 함게 얻어지는 것이다. 공자가 말하는 배움(學)의 대상은 특별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을 보내면서 알게 되는 세상의 이치, 지혜를 말한다.

노자를 지혜의 책이라 한다. 그 지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이지만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노력과 시간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자의 지혜를 풀어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책의 저자는 노자를 강의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책의 구성은 특이하다. 이책은 노자에 대한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이책에는 식생활, 건강, 성공, 연애, 결혼생활, 인간관계 등 자기계발서에 흔히 나오는 주제들이 다루어질 뿐이다. 실제 이책은 노자의 이름을 빌린 자기계발서라고도 할 수 있다. 이책의 서술방식도 노자의 문구를 해석한 다음 생활주변의 예나 중국의 역사에서 빌려온 고사들을 들어 그 문구의 뜻을 밝히는 형식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노자를 빌린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책은 노자에 대한 책이 맞다. 단지 저자는 사람이면 누구나 관심이 있는 주제들을 빌려 노자를 해설하는 것이다.

저자는 노자에 관한 권위자라 한다. 그러나 일반인을 대상으로한 방송강의 원고인 이책은 저자의 동료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자는 다른 세상사는 이치에 대해 평범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저자의 말은 쉽다. 누구나 궁금해하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있는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기 때문에 아무나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단에서 하듯이 노자를 전문용어를 구사하면서 학자들만 알아듣게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년 학위과정을 밟고 평균의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노자가 원래 말하려고 한 것처럼 세상사는 이치를 누구나 알아듣게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노자를 오래동안 읽으면서 노자가 말한 의미를 삶의 시간에서 찾아내고 느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연륜의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이책에서 말하는 세상사는 이치는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왠만한 자기계발서면 다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저자가 삶의 구체적인 의미로 노자의 구절을 재해석하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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