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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어둠 - 2조 엔의 이익에 희생되는 사람들...
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 창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이책의 원서는 도요타 리콜 사태 이전에 나왔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가 드러내는 도요타의 모습은 그 리콜 사태가 도요타의 탈선이 아니라 원래 모습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책은 도요타에 과한 서적은 많다. 국내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도요타 관련 경영서적은 쏟아지고 있고 수십년전부터 그래왔다. 그러나 이책과 그런 책에서 보여주는 도요타의 모습은 아주 다르다.
이책의 시작은 왜 그런 차이가 만들어지는가부터 시작한다. 한마디로 돈 앞에 장사없다는 것이다. 이책에 따르면 도요타가 한해에 광고비로 뿌리는 돈은 일본에서만 천억엔이 넘는다. 일본 최대의 광고주이다. 언론은 권력 앞에선 당당하고 의연하지만 광고주 앞에선 한 없이 약해진다.
일간지는 물론 잡지의 입을 돈으로 막으면 책의 입도 막힌다. 문화산업이 시스템화되어 일본에서 잡지를 내는 회사는 출판사도 겸한다. 언론을 틀어막으면 책도 틀어막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언론사는 광고로 운영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얼마든지 도요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이책의 내용은 저자가 자신의 언론에 게재했던 기사들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그러면 이책이 자유롭게 보여주는 도요타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효율지상주의이다. 도요타 시스템이란 말은 경영에서 상식이다. 도요타 시스템 덕분에 일본 제조업의 상징인 고품질이 보장된다고 알고 있다. 도요타 시스템은 품질만 아니라 비용도 낮춘다. 품질을 올리면서 비용도 낮춘다니 꿈의 시스템이다. 그러나 그 꿈이 어떻게 가능하게 된 것일까? 이책이 던지는 질문이다.
이책의 저자는 그 꿈은 직원을 기계처럼 몰아세워서 얻을 수 있었던 결과라고 말한다. 도요타 본사가 있는 도요타 시는 대도시가 아닌 시골도시이다. 이 도시를 먹여살리는 것은 도요타이다. 도요타가 지배하는 이 도시는 깡촌이다. 도쿄에서 온 신입사원들은 까무러친다고 한다. 회사일 이외에는 할 것이 없는 곳이니, 입사하자 마자 이직준비를 위해 자격증 준비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개인적인 여가나 취미에 한눈팔지 못하는 환경, 일만 생각하도록 하는 환경. 장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 사적으로 웹 서핑은 불가능하다. 이메일도 모두 상사가 체크한다.
근무시간만 회사에 온전히 바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회식이 그렇듯이 직원들의 친목을 위한 활동은 의무적으로 빠져서는 안된다. 비협조적인 인간으로 찍힌다.
도요타 시스템의 유명한 제도인 카이젠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공식적으로 카이젠 활동은 동호회활동과 마찬가지로 업무가 아니라고 분류된다. 어떤 수당도 없다. 그러나 반드시 참여해야만 하고 의무적으로 개선안을 생각해내야한다.
일만 하도록 몰아가는 회사에서 과로사가 끊이지 않는다. 자살하는 사람도 끊이지 않는다. 이책에선 32세에 과로사한 사람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가 과로사하게 된 것은 2교대제가 연속 2교대제로 바뀌면서 생체리듬이 엉망이 되고 월 144시간의 잔업시간, 퇴근 후에도 집에서 업무관련 일을 해야만 하는 생활을 몇년동안 지속하다 결국 과로사한 예이다.
그렇다고 직원복리가 좋은 것도 아니다. 자동차는20% 직원 할인을 해주지만(현대도 그정도이다) 신입사원이 거의 다 들어가는 기숙사는 지은지 50년된 쓰러지기 직전의 낡고 좁은 시설이고 작업장의 냉방온도는 절약을 위해 29도이다. 봉급이 아주 높은 것도 아니다. 외국계 금융사나 대형 언론사 신입의 절반에 불과하다.
직원복리에도 신경쓰지 않고 봉급이 높은 것도 아나고 사람이 기계인 것처럼 혹사시키는데도 직원들이 남는 것은 도요타가 전형적인 일본식 경영을 아직도 유지하기 때문이다. 종신고용이란 제도가 유지되고 처음에는 낮지만 33세, 10년차 정도되면 천만엔 이상으로 오르기 시작하는 연공서열제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책이 보여주는 도요타 시스템의 실상이 가능한 것은 종신고용, 연공서열과 함께 3보의 하나인 사내노조 때문이다.
이책은 직원착취에 가까운 도요타의 행태가 가능한 것은 완전히 회사의 인사부 처럼 행동하는 노조때문이라 지적한다. 이책에서 자세히 다룬 과로사의 경우 노조는 과로사로 인정받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외에도 위에서 지적한 여러가지 착취에 가까운 회사의 정책에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도 않았다.
사내노조의 위력을 알고 있는 도요타는 해외지사에서도 노조파괴를 일삼아 지탄을 받는 사례를 저자는 다루고 있다.
도요타의 착취는 회사 밖까지 뻗어간다고 저자는 고발한다. 이책의 뒤에는 하청업체를 압박해 단가를 계속 낮추도록 강요하고 하청업체는 기형적인 고용을 통해 노동자를 착취해 그 비용을 감당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저자는 도요타 시스템의 뿌리에는 인간경시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경시는 결국 최고의 품질이란 도요타의 명성을 잡아먹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이책에서 저자는 도요타의 불량률은 99.9%로 계산된다고 말한다. 판매량을 넘어서는 리콜율을 근거로 계산한 결과라고 저자는 말한다. 도요타의 입장에서 소비자는 무료 테스터인 것이다. 자기 목숨을 걸고 무료로 시험을 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도요타 시스템의 빠른 출하 사이클은 품질우선을 허명으로 돌려놓은 것같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이책이 보여주는 도요타의 모습은 왜 이번에 도요타 리콜 사태가 일어났는지를 설명해준다. 물론 이책은 제목처럼 도요타의 어둠만 보여주고 도요타가 왜 성공했는가는 보여주지 않는다. 일면적이다. 그러나 이책은 이미 많은 책에서 다루어진 도요타의 밝은 면을 또 다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그런 점을 생각하고 이책을 읽는다면 이책이 보여주는 도요타의 모습을 보면서 왜 도요타와 일본 기업들이 쓰러져가는가를 짐작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