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미래 - 총.달러 그 이후... 제국은 무엇으로 세계를 지배하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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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주제는 미국의 헤게모니가 세계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이다. 그 의미를 밝히기 위해 저자는 세계사에서 제국이라 불릴 수 있었던 국가들이 어떻게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었는가를 추적해 올라간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말하는 요점은 제국의 헤게모니는 관용 위에 이루어졌다는 이다. 다시 말해 헤게모니는 관용 위에서 만들어지고 관용을 잃을 때 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헤게모니는 두가지 힘으로 얻어진다고 말한다. 군사력과 경제력이다.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동기는 경제적 이득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과거에는 경제적 부를 얻는 수단이 권력이었다. 양반들이 기를 쓰고 관직을 얻으려 한 이유가 그것이다. 국가라면 그 권력은 군사력이 된다. 그러나 모든 권력이 그렇듯이 권력은 피지배자의 동의를 얻어야 지속된다. 그리고 그 동의를 얻는 핵심은 관용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관용의 가장 좋은 모델은 로마제국일 것이다. 패배한 자를 공동의 운명으로 묶어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힘. 로마제국은 알다시피 패배한 자들에게도 원로원 의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나중에는 패배한 자들의 후손이 황제까지 될 수 있었다. 로마제국의 일부가 된 패배한 자들은 스스로 제국의 일원이라 생각했고 스스로의 힘으로 제국을 지키려 했다. 로마제국은 이상적인 제국의 모델이었다.

저자는 이책을 페르시아 제국에서부터 시작한다. 역사적으로 알려진 세계를 모두 포괄하는 헤게모니를 행사한 첫 제국이기 때문이다. 페르시아 제국이 성공한 것은 기존의 지배층과 기존 사회를 건드리지 않고 용인하면서 그들에게서 엘리트를 끌어안는 관용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운명공동체로 묶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였다. 저자는 페르시아 제국이 망한 것은 그냥 용인하는 정도 이상의 그 무엇, 로마제국과 같이 문화적인 매력 같은 하나의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할 ‘접착제’가 없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저자는 그 이후에 등장한 당 제국과 몽골제국이 무너진 것 역시 마찬가지라 말한다. 고대와 중세를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로마였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로마제국이 망한 것은 그 관용이 사라졌을 때라고 역시 저자는 지적한다. 특히 기독교와 같은 배타성이 강한 종교를 택하면서 멸망으로 가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제국이 망할 때면 언제나 불관용이 지배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근대에 들어와 헤게모니의 원리가 바뀌면서 관용의 원리도 바뀐다고 지적한다. 대항해시대 이후 군사력과 경제력의 연관성이 느슨해지면서 헤게모니의 원리가 바뀐다는 것이다. 그예로 네델란드를 말한다. 중세이전의 제국들에게 부를 얻는 수단은 군사적 정복 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항해시대 이후 무역을 통해 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군사력의 의미는 정복이 아니라 교역권을 얻고 지키기 위한 수단의 의미가 강해졋다.

군사력과 경제력의 연관성이 약해지면서 관용의 의미도 달라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네델란드가 패권국이 된 것이 그예라는 것이다.

중세까지 관용이란 지배에 동의하도록 하면서 지배를 위한 인재를 얻는 수단이었고 그러한 의미에서 관용은 인권 같은 개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지배의 전술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관용은 외부용이었다.

그러나 네델란드의 관용은 내부용으로서 관용이 성공의 비결이 된 경우라 저자는 말한다. 종교전쟁에서 탄생한 네델란드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게 되엇다. 그리고 그것이 대박이 되엇다는 것이다. 종교박해를 피해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영국에서 인재와 부가 빠져나오고 이들의 기술과 자본으로 네델란드는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으며 경제력에 기반한 헤게모니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그후 영국의 왕권을 네델란드의 오렌지공이 차지한 이후 네델란드의 관용 원칙이 종교적 다툼으로 사분오열된 불관용의 나라 영국에 도입되엇고 네델란드의 기술과 자본이 도입되었다. 그후 영국이 패권을 차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저자는 영국이 패권국이 된 것은 유대인, 프랑스 위그노, 스코틀랜드인을 종교적 관용으로 포용하면서 그들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네델란드 노선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영국은 네델란드 노선에 로마 노선을 결합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대영제국을 만들면서 로마제국처럼 현지의 엘리트들을 제국에 포용했기에 대영제국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관용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신교도에 대해선 관용을 배풀었지만 아일랜드의 구교도에게는 관용을 베풀지 않아 적으로 만들었고 인권이란 계몽주의 원칙의 시대에 유색인들에게 베푸는 관용에 한계를 두어 그들을 분노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예로 간디는 처음에 대영제국의 신민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제국은 인도인을 진정한 신민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데 분노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헤게모니는 네델란드 노선이었다고 말한다. 이민의 나라인 미국에선 건국 당시부터 종교적 자유를 원칙으로 했고 우리가 알듯이 이민이 사회의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관용이 Brain drain이라 말하는 인재 확보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최근의 예로 90년대 이후 미국의 헤게모니를 가능하게 한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사람의 과반수는 이민자들이었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이책에는 이외에도 다른 내용들이 많다. 저자가 이책을 쓴 이유는 사실 미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말하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미국이 제국이 되어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세계를 로마제국처럼 미국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확장해나가야 하는데 그런 것은 불가능하고 다른 방법은 세계정부와 같은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대안은 그냥 지금처럼 G20과 같은 느슨한 협의체에 의한 합의에 기초한 세계질서가 유일한 대안일 것이고 다른 방법은 현실적이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운을 띄우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책의 내용은 위에서 요약한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책의 그정도 내용에서도 저자는 그리 성공적이라 볼 수는 없다. 한가지 문제를 지적하면 저자는 관용이 왜 불관용으로 바뀌는가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책은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들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잇고 충분한 설득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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