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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왜 무너졌는가
나카타니 이와오 지음, 이남규 옮김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고도성장기였던 80년대까지 일본은 자신감에 차있었다. 일본의 성공은 일본의 독특한 시스템 때문이라고 자랑했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그말에 수긍하던 시절이었다. 토요타 시스템을 연구하는 붐이 일었고 21세기는 일본이 지배할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나 버블이 터지고 헤이세이 불황이 시작되면서 일본의 엘리트들은 자신감을 잃어버렸고 일본의 시스템이 문제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개혁의 방향으로 신자유주의가 채택된다. 이책의 저자는 일본에서 신자유주의 개혁을 주도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개혁을 한 결과 남은 것은 무엇인가? 경제는 몰락해가고 경쟁력은 나날이 떨어져간다. 그리고 남은 것은 80%가 중하류로 바뀐 빈곤대국일 뿐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책은 그 질문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이다. 그리고 그 답은 저자 자신이 부르짖었던 신자유주의 개혁이 원흉이라는 자기고백이다.
저자는 자신이 신자유주의를 외치게 된 이유부터 시작한다. 닛산에 다니다 60년대 하버드 대에 유학하게 된 시절부터 시작하여 자신이 왜 시장지상주의자 되었는지를 말하는 것부터 이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미국의 사상에 세뇌되어 일본의 현실은 물론 자본주의의 본질도 잘못보게 되었는다고 말한다.
저자의 지적 자아비판이랄 수 있는 이책에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경제학의 일면성과 미국경제학에 반영된 미국식 사고방식의 문제점, 미국의 종교적 근본주의 사고방식 등의 여러가지가 이야기된다.
그러나 이책의 핵심주장은 칼 폴라니의 ‘악마의 맷돌’이란 명제로 요약된다.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이란 책에서 시장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폴라니는 영국경제사를 서술하면서 시장은 자족적인 닫힌 시스템이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그책의 요점은 이렇다. 시장이 존재하는 것은 사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이 폭주하면 사회가 붕괴하게 되고 사회가 붕괴하면서 시장 역시 무너진다는 것이다.
폴라니의 관심사는 나치의 광기를 목격한 당시 지식인들과 마찬가지로 왜 두번의 세계대전이란 미친 일이 일어났는가란 질문이엇고 폴라니는 그에 대한 답으로 사회가 무너지고 시장이 무너진 결과가 두번의 세계대전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같다.
저자는 폴라니의 주장을 세계화에 적용한다.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지목되는 것으로는 경제의 불안정성이 증폭된 것(이번 금융위기에서 보듯이)과 양극화이다. 이 두가지 모두 폴라니가 질문을 던졌던 양차대전의 원인이 되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주장대로 시장을 폭주하게 놔두면 반드시 불안정성과 양극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부작용은 일본의 몰락을 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일본이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사회의 안정성을 말한다. 사회적 안정성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신뢰를 제공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개혁으로 안정성이 무너져간다는 것이다.
일본은 섬나라이다. 좁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침략을 당하지도 않았고 침략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급 또는 신분과 같은 차별성에 근거한 사회가 되지 않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유럽의 사회는 끊임없는 침략과 정복 때문에 계급성이 높은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정복자가 더 노ㅠ은 지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동질적인 사회가 되었고 안정성있는 사회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안정적인 사회였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장기적일 수 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신뢰를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으며 신뢰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이 일본의 경쟁력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보는 사람 또 봐야 하는 관계이니 미국이나 중국과 같이 단기적 이익을 위해 속이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관계 위에서 신뢰에 기반한 케이레쓰나 종신고용, 회사노조, 연공서열과 같은 장기적 관계에 기반한 경제관계가 성립했고 일본의 고품질 신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 관계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이후 도요타 리콜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쟁력이 무너지고 잇으며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대다수가 빈곤화되는 사회붕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책의 내용은 위와 같이 요약될 수 잇다. 이책에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의 예로 쿠바와 부탄의 사례를 다루고 있고 앞에서도 말한 일본사회의 안정성을 말하기 위해 조몽시대까지 올라가면서 일본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으며 미국경제학에 대해 말하기 위해 메이플라워호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상당히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렇기 때문에 읽기에도 재미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저자가 하려는 요점은 위와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별스런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문맥에서 그러한 주장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미가 잇고 읽어볼 가치가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