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 고갈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지금은 금융위기의 후유증때문에 유가가 낮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넘치는 수요때문에 유가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기 바빴다. 그러나 그러나 몇년전의 유가는 지난 기록일 것이 뻔하다. 석유매장량이 감소하면서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를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이책은 석유공급이 줄면서 갤런당 4달러부터 2달러씩 올라 20달러가 될때까지 단계적으로 가격이 오를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추리해보는 책이다. 이책이 보여주는 석유의 경제학은 극적이다. 모든 상품이 그렇듯이 에너지시장 역시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가격이다. 석유가 고갈될 것은 상식이기 때문에 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대체에너지가 거론되었다. 그러나 대체에너지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풍력, 수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용되어온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연료로 휘발유를 대체할 것으로 생각되는 전기 역시 내연기관이 주류가 되기 전 자동차를 굴리는데 이용되었던 것이다. 이후에 나온 태양열, 원자력도 석유의 지위를 대체하지는 못했다. 그런 모든 에너지원을 대신해 석유가 왕좌를 차지한 이유는 낮은 가격과 고효율성, 편리성 때문이다. 어떤 에너지도 석유만큼 싸면서 이동이 편리하고 부피에 비해 편리한 이동성을 갖고 있지않다. 그러나 이제 낮은 가격은 더 이상 석유의 특징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책은 그 낮은 가격이 깨져나갈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추리한다. 이책이 보여주는 석유 이후의 세계는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세계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세계가 지금과 가장 다른 점은 교통시스템의 붕괴이다. 저렴한 유가 덕분에 대중화된 자동차가 거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갤런당 2달러였던 2008년에도 자동차의 운행거리는 대폭 줄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유가가 계속 오를 때 자동차의 연료비를 감당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지만 배터리의 가격이 대폭 저렴하게 되기는 힘들기 때문에 지금처럼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전기자동차를 굴리기 위해 지금의 전력그리드 시스템의 용량이 늘어야 하는데 이것은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결국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는 시절은 옛일이 될 것이라 저자는 전망한다. 자가용이 사라질 때 미국의 특징인 교외지역이 사라질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다시 도심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도시의 장점은 자원의 집약적 이용에 있기 때문에 에너지 부족 시대에 공동화를 겪고 있는 거대도시들은 부활할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결과는 그것만이 아니다. 세계화가 해체될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트럭의 운송비가 뛰면 비용이 치솟을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중국산 1회용 저가상품으로 번영하던 월마트의 네트웍이 해체될 것이라 저자는 본다. 트럭을 대체하기 위해 철도가 다시 르네상스를 맞을 것이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결국 트럭의 동력으로 전기가 선택되겠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그리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냐하면 해운운송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가가 10달러까지 오르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단가는 15%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이책은 말한다. 관세가 15% 오르는 효과이다. 14달러 이상이 되면 컨테이너선을 한번 움직이는데 수천만달러가 들어갈 것이다. 이런 비용을 감당하기는 힘들다. 물론 이런 과도기 이후 지금보다 10배는 큰 배가 주류가 되고 동력은 원자력이 될 것이라 저자는 보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세계화의 물류파이프가 오그라들 때 세계화의 동맥인 글로벌 공급 사슬이 해체될 것이고 그 결과 해외로 나갔던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저자는 본다. 결정타는 항공네트웍의 붕괴가 될 것이다. 지금 수십만원정도인 항공요금이 수백만원이 될 때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일반적일 수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해외관광이 줄어들고 해외출장이 힘들어진다면 물적교류의 축소와 함게 인적교류의 축소로 세계화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 저자는 본다. 육상운송이나 해상운송과 달리 항공은 석유 이외에 마땅한 대안도 없으니 유가가 아무리 높아도 석유를 쓸 수 밖에 없고 항공운임은 천문학적이 되어갈 것이다. 저자는 그외에도 여러가지를 언급한다. 플라스틱의 원료나 비료의 원료와 같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등이 있지만 이미 나와있는 기술이 비용대비 효과가 유가인상으로 실용화되는 것일 뿐이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이책은 지금의 세계경제가 얼마나 석유중독에 심하게 걸려있는지를 위에서 본 것처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석유가 더이상 싸지 않을 때 즉 시스템이 해체될 때 일어날 결과들을 지금의 시스템을 살펴보면서 설득력 있게 미래를 그려보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예측은 다소 일방적인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가격에 반응한 석유의 공급이 정점에 달하는 때 즉 피크 오일이 2015년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선 다소 그 시기에 대해 논란이 있다. 물론 시기가 어떻든 저자의 논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의 실용화의 문제라든가 항공에 대한 전망이라든가 다소 논란이 있을 만한 부분에서 저자는 일방적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우리의 경제시스템이 석유에 얼마나 의존적인지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이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