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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
찰스 리드비터 지음, 이순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이책의 주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집단지성이다. 그러나 진짜 주제는 웹2.0이다.
웹2.0이란 말이 유행한지도 몇년이 지났지만 그 진짜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저자는 말한다. 보통 웹2.0이라 하면 블로그를 떠올리고 사이월드와 같은 커뮤니티를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는 웹2.0의 상징은 그런 것보다 위키페디아와 구글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웹2.0의 정신은 본질은 집단지성이라고 저자는 보기 때문이다.
리눅스와 위키페디아에 구현된 것은 컴퓨터 산업을 가능하게 했던 두가지 정신의 한축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 정신의 대립은 홈브류 커뮤니티에서 빌 게이츠가 시작한 논쟁으로 구체화되었다.
빌 게이츠가 처음 내놓은 상업적 소프트웨어는 아타리 컴퓨터를 위한 베이직 언어툴이었다. 70년대 아타리를 비롯한 PC의 출현은 메인프레임이나 미니컴퓨터와 같은 기업의 손에서 컴퓨터를 개인사용자의 손에 쥐어주었다.
기업의 IT문화와 달리 개인사용자들을 지배하던 문화는 히피로 대표되는 반문화였다. 반문화의 정서에서 프로그램은 마땅히 공유되어야 하는 것이었고 빌 게이츠가 만든 베이직 언어툴은 복제되어 퍼져나갔다.
빌 게이츠는 공개서한에서 논쟁을 시작한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래머는 자신의 노동을 들인다. 그러나 공짜로 복제한다면 어떻게 그 노동을 보상할 것이며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로그램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는 어떻게 이루어지겠는가? 노동에 대한 보상은 혁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타당한 논리이다. 그러나 홈브류 커뮤니티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다. 그러나 그후 산업을 지배한 것은 빌 게이츠의 논리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터넷의 시작이 학자들의 공동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저자는 말한다. 학자들은 이름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금전적인 보상보다 중요하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 수 있는 조건이라면 공짜로 자신의 작업을 공유한다. 학문의 발전은 그런 공유에 의해 가능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동료의 작업에 작은 개선을 하고 그런 개선이 쌓여 획기적인 업적이 이루어지는 방식. 그것이 학문의 세계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특허나 저작권과 같은 보호장치로 쪼개지고 가로막힌 상업적 혁신의 방식보다 우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그예로 증기기관의 예를 든다.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만들었을 때 그의 발명 자체부터가 그가 일하던 탄광지역에 이미 있던 것을 개량한 것이엇다. 그러나 제임스 와트는 자신의 발명(실제로는 개량)을 특허권으로 묶어놓고 자신의 상품에 어떤 개량도 할 수 없게 막았다. 그의 장치는 불완전했다. 사용자들은 개량을 요구했으나 독점권을 가진 와트는 그럴 동기가 없었다. 그러다 지역의 기술자들이 그의 장치를 개량했다. 그 개량자는 특허권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의 개량을 기초로 다른 기술자들이 개량을 더햇고 그런 개량들이 겹쳐져 증기기관이 실용화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증기기관 자체가 집단지성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공유의 정신을 구현한 것이 인터넷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의 공유정신이 본격적으로 구현한 것이 위키페디아이며 그것은 집단지성의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집단지성이 실현되기 위해 인터넷을 기다려야 했던 것은 능력의 문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집단지성은 증기기관과 같은 창조물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창조와 혁신의 수단은 공짜가 아니다. 그런 능력을 가지기 위해선 전문가가 되기 위한 훈련이 있어야 하고 자본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그런 수단을 만인에게 주었고 집단이 모여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모든 인터넷의 공간이 집단지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키페디아나 리눅스와 같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중심으로 핵심멤버가 형성되어야 한다. 위키페디아도 그렇고 리눅스도 그렇고 실제 참여자들 중에서 대부분의 작업은 핵심을 이루는 소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핵심멤버들이 전체 프로세스를 통제하는 중심을 이룬다. 그러나 나머지 대다수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들 다수가 조금씩 기여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이들의 기여를 조직하고 전체로 통합하며 그들의 기여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멤버의 중요한 일이다.
저자는 이러한 집단지성은 유토피아적인 이상주의라고 말한다. 그 선례로 영국의 왕정복고 이전의 수평파 운동을 예로 든다. 평등파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수평파 운동은 일종의 공산주의 공동체 운동이었다.
집단지성의 직접적인 선조로는 60-70년대의 히피 공동체들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히피 운동은 PC 문화와 인터넷 문화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저자는 수평파와 히피 공동체들처럼 집단지성 운동 역시 스스로 와해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집단의 재생산논리가 없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전의 공유주의적이고 평등주의적이엇던 이상주의 운동들은 사라졌다.
사람이 일을 계속하게 하려면 보상체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막연히 공동생산 공동분배라는 방식으로는 사회주의가 몰락한 것처럼 몰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집단지성을 이끄는 것은 명예이다. 참여자들은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명성을 위해 무료봉사를 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웹서버로 많이 쓰이는 아파치와 리눅스의 경우를 보자. IBM같은 거대조직도 흉내낼 수 없는 혁신속도와 품질이 나오고 있지만 그 기여자들은 이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며 기존 직업에서 생계를 해결한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작업은 남는 시간에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영속적인 조직논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집단지성은 히피 운동처럼 혁신을 쏟아낸 다음 사그러질 운명이라고 본다.
그러나 저자는 집단지성의 영향력은 경제와 사회에 강한 흔적을 남길 것으로 생각한다. 그예로 구글과 스트크래프트의 예를 든다(개인적으로는 아이폰의 앱스토어도 포함될 수 있을 것같다).
구글의 경쟁력은 사실 사용자들로부터 나온다. 구글의 기본논리인 페이지랭크를 보자. 랭크는 어디서 나오는가? 사용자들로부터 나온다. 구글은 단지 그것을 취합해 보여줄 뿐이다. 아마존의 추천상품도 마찬가지이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에도 사용자들의 기여로 게임의 경쟁력이 향상된다.
브라질의 셈코와 같이 기업의 조직구조 자체가 마치 집단지성처럼 운영되는 회사도 있다.
이처럼 집단지성의 혁신논리는 기업조직과 비즈니스모델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 저자는 본다.
경제만이 아니다. 저자는 집단지성의 상향식 커뮤니케이션이 무력화되고 형해화된 민주주의를 본래의 의미에 가깝게 살릴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이책은 인터넷에 관한 가벼운 책이 아니다. 저자는 위에서 요약한 것처럼 긴 역사적 전망에서 지금의 집단지성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이책을 썼다. 많은 인터넷 관련 서적들이 표피적이고 현상적인 분석(이라기 보다 보여주기)에 머물고 있는데 반해 이책은 현상 너머의 의미에 대해 묻는 책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드러내는데 이책은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