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매혹 - 내 안의 잠재력을 불러내는 창조성의 열쇠
조앤 에릭슨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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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라는 것에 대해 에릭 에릭슨의 마누라가 썼다고? 이책을 선택한 이유이다.

번역제목인 '감각의 매혹'은 이책의 주제와 아무 관련이 없다. 이책의 원제는 '지혜와 감각'이다. 실제 이책은 유아기에 오감을 동원해 세상을 배워나가는 시기부터 노년의 지혜가 어떻게 이어지는 가를 에릭 에릭슨의 라이프 사이클 이론에 따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책의 앞 두 챕터에서 감각의 경이에 대해 말한다. 그 예로 드는 것은 이런 것이다.
놀란 표정으로 아이가 묻는다.
'엄마 저 소리가 뭐야?'
'종이 울리는 소리란다'
'아 그게 어디있는데?'
흥분한 아이가 묻는다. 난감해진 엄마는 이렇게 얼버무린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거란다.'
'그럼 '멀리'를 보여줘 '멀리'가 어디 있는데?'
'............'
아이는 타협안을 내놓는다.
'그럼 엄마 종 만들 수 있어?'

아이들이 세상을 배워가는 것은 이런 경이에서부터이다. 이책에서 저자는 아인슈타인이 세기의 천재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러한 감각의 경이를 기억하고 그 경이감을 잊지 않으면서 감각에 따라 구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최초의 감각이 주었던 경이를 잊어버리고 '어 종소리'네 하고 무심해지고 무감각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감각의 구체성을 잃어가면서 세상과의 접촉에 무감각해지고 무심해지면서 창조력을 잃게 된다.

저자는 그 반증으로 아인슈타인의 예를 든다. 아인슈타인은 지진아였다. 말문이 늦게 트이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느렸다. 그러나 감각을 통한 관찰을 강조하는 페스탈로치 학교에 들어간 후 그의 재능이 꽃피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일곱살까지 어떤 단어를 가르쳐주면 그 단어를 반복해서  소리내어 읽고 다른 사람이 그 단어를 발음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배웠다. 그러니 말을 늦게 배울 수 밖에 없었다.

기하학이나 대수학, 연산법도 종이 위에 기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구체적인 물체나 형태, 비율로 접근했다.

취학연령 전까지 아이들은 자신의 감각을 사용해 세상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그리고 놀이를 통해 세상을 조작하는 법을 배우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운다.

저자는 남편의 생애주기설을 따라 각 연령마다 배우게 되는 지혜를 설명한다. 유아기에는 희망을 , 아동기에는 의지, 놀이기에는 목적성, 취학기에는 능력, 청소년기에는 충실, 청년기에는 사랑, 성인기에는 돌봄 그리고 노년에는 지혜가 완성되는 시기이다.

각 단계마다 반드시 그런 지혜를 배우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시기를 적절하게 넘기지 못하면 그런 지혜를 배우지 못하게 되고 노년에는 그냥 나이가 많은 것에 지나지 않게 될 뿐이다.

이상이 이책의 로직 프레임을 요약해 본 것이다. 저자는 생애주기설에 감각의 중요성과 그 감각과 연결되는 예술, 그리고 예술의 창조성을 연결하고 창조성에서 지혜를 연결하려고 한다. 거대한  계획이다.

사실 직관적으로 이런 프레임은 옳게 들린다. 공자는 시에서 시작하고 예에서 서며 음악에서 완성된다고 배움의 과정을 말했다. 시는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이다. 구체적인 감각에서 시작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연마되고 사람과 세계와의 조화를 말하는 음악에서 지혜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직관적 명제를 저자는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유년기의 감각과 놀이의 단계에서 창조성과 연결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창조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예술적 상상력을 아이들에게 배우게 해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유년기를 넘어 청소년기가 된 이후부터는 이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이후의 단계에서 배우게 되는 지혜와 노년에 지혜가 완성되는 것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책에서 명료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책이 제목에서 던지고 있는 질문 즉 지혜와 감각 더 구체적으로는 예술적 상상력과 지혜의 관계를 묻는다는 자체로 이책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완으로 끝났지만 재미있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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