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그리고 그 이후
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이종한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이책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8년 말에 쓰여진 책이다.

해외 석학들이 이번 위기에 대해 쓴 책으로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이책과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쉴러의 '버블경제학'이 있다.

쉴러의 책처럼 이책 역시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쉴러는 그책에서 지금의 위기를 낳은 금융시스템의 발전을 더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처리 능력의 극대화로 지금의 위기를 낳은 금융시스템이 진화한 것이고 그 정보처리 능력은 정보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말이다. 아탈리 역시 이책에서 비슷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책의 핵심은 바로 그 대안이다.

저자는 지금의 위기의 원인이 시장과 민주주의 즉 효율성과 공정성의 두 원칙이 불균형을 이루었기 때문이라 전제한다. 시장과 민주주의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세계화 이후 시장은 민주주의의 제어를 받지 않으면서 독주해왔다. 여기서 문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화가 시작된 것은 금융시장에서부터이다. 1970년대 런던을 중심으로 유로달러 시장이 확대되면서 금융의 세계화가 이루어졌고 무역이 그 뒤를 따라 세계화되었다. 문제는 그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주로 미국에 사는) 정보를 선점한 소수라는 것이다.

금융이란 원래 정보를 바탕으로 한 중개업이다. 예금을 맡기면 그 예금을 어디에 빌려주면 될지 알고 있는 정보력 그 정보력이 금융업이 이윤을 얻는 근거이다. 저자는 이번 위기가 그 정보선점자의 탐욕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한다.

구조화 상품이니 CDS니 이번 사태를 일으킨 상품들을 생각해보자. 그 상품들의 일부는 과거에 만들어진 것도 있고 상당수는 이번 사태 얼마전에 만들어진 것도 있다. 그 상품들을 설계했거나 유통시킨 사람들은 지금같은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상품의 설계상 어디선가 문제가 터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 문제들이 쌓여 지금같은 세계적 위기로 커질줄은 몰랐다 해도 말이다.

그들이 그런 상품을 팔아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정보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보를 선점한 소수의 금융자본이 세계경제를 쥐고 흔들면서 돈을 긁어모았고 위기가 일어난 다음에도 계약에 따른 자기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저자는 여기서 세계적 수준의 민주주의 즉 공정성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의 독주를 제어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위기는 계속 재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난 이번 위기는 앞으로의 위기를 막을 시스템을 구축할 기회라는 것이다.

이상이 이책의 논지이다. 물론 이책에는 과거 자본주의 역사상의 금융위기들에 대한 간략한 요약이 있고 지금의 위기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에 대한 서술도 포함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앙ㅍ에서 요약한 대안의 부분일 것이다.

이책은 전체적으로 읽기 쉽게 쓰여지지는 않았다. 번역도 문맥이 통하지 않는 수준은 아니지만 금융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번역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책 자체가 금융의 역사와 금융에 대해 잘 안다는 전제에 쓰여져 있는데다 용어의 번역이 매끄럽지 않기 때문에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러나 대가만이 할 수 있는 분석의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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