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카와 고지로의 공자와 논어
요시카와 고지로 지음, 조영렬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이책의 저자 요시카와 고지로는 20세기 초 일본 중국학의 대가이다. 그가 쓴 책은 그렇게 많이 번역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은 모두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갖는 책이다. 이책을 낸 출판사에서 나온 두보에 관한 책은 개인적으로 국내에 나온 두보 관련 서적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무제에 관한 저자의 책은 여러번 번역되었는데 그 주제에 관해 국내에 나와 있는 서적으로는 최고이다.

그러면 이책은 공자 또는 논어에 관한 책으로 역시 최고인가? 그점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책의 성격 때문이다. 저자는 이책 외에도 논어에 관한 서적을 냈는데 논어 전체를 번역하고 주해한 것이 있다. 그러나 이책은 잡지에 가볍게 연재한 에세이와 NHK에 한달 동안 라디오로 강연한 원고를 묶어 출간한 것이다. 전문적인 학술서도 아니고 공자와 논어에 대해 어떤 권위있는 해석을 하기 위해 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게 쓰여졌다는 것이 이책의 가치를 만들고 있다.

저자는 논어나 공자라는 이름만 들어본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했다. 그런 사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쉽게 써야 한다. 쉽게 쓰다보면 깊이가 없어질 수 있다. 그냥 표면적인 것만 건드리는 잡담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책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책은 공자에 대한 평전이면서 공자가 평생 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책이다. 저자가 활동하던 시절 이후로 공자의 생애에 대해선 많은 연구가 있었고 사실 공자에 대한 전기로서 이책은 그리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자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에 관해선 이책은 그 이후에 나온 어떤 책들보다 뛰어나다.

이책이 요약하는 공자의 사상은 仁이다. 당연하다. 그 단어 빼고 논어에서 공자에게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리고 저자가 그 인을 설명하는 것 역시 간단하다. 사람에 대한 사랑. 식상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 식상한 설명을 통해 공자의 내면을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저자의 힘이다.

저자의 설명을 재현해보자면 이렇다. 공자는 자신을 주공의 계승자로 생각했다. 즉 자신이 주 문화의 정신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주 문화의 정신은 禮에 표현되어 있다. 예의 근본정신은 세계 어디를 가나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공자는 그것을 仁이라 말했다. 그리고 인을 인간의 天命 즉 인간이 살아가는 한 그의 존재양식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는 후에 맹자의 성선설로 이어진다.

주 문화의 예는 인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고 그 궁극적 표현은 정치적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의 실천의 궁극은 정치였다. 그리고 인을 얻는 방법론은 공자는 知라고 말했다. 세세하게 인간사를 알지 못하면서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배워야 알 수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공자사상의 틀은 이렇게 간단하다.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저자는 그 새로울 것이 없는 논의를 대가만의 능력으로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바로 그것이 이책의 힘이다.

물론 이책 한권으로 공자를 알고 논어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책에선 알 수 없는 살아있는 공자를 느끼는 것은 이책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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