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책을 쓸 수도 있구나'였다. 한 직업에서 반평생을 살다 은퇴를 하고 나면 할말이 많을 것같다. 그러나 막상 그 이야기를 책으로 묶는다는 생각을 하면 막막해질 것이다. 삶이라는 이야기의 플롯과 책으로 묶일 수 있는 플롯은 라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삶의 이야기는 비선형이지만 책으로 묶이는 이야기의 라인은 선형이다. 책은 하나의 줄거리로 로직 라인이 짜일 때 깔끔하게 떨어지는 책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사는게 어디 그런가? 더군다나 저자와 같이 편집기자로 반생을 보내고 은퇴했더라도 실무에서 익힌 감각을 선형으로 만들만한 이론적 무장을 갖추는 것은 경험과 다른 문제이다. 그런 일을 하는 것이 경험이 없더라도 논리로 먹고사는 교수들의 일이고 비평가들의 일이다. 은퇴 후 대학에 강의도 나가는 저자이지만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같다. 그런데 어쩌랴 책은 써야겠고. 그래서 나온 것이 이책의 글쓰기 방식이다. 이책의 글쓰기 방식은 다양한 인용으로 채워진다. 그것도 일부 인용이 아니라 통짜 인용이다. 저자가 좋다고 느낀 글을 통채로 인용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인용문들 사이의 공간은 자신이 체험한 경험들의 일화들과 직업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원칙들, 나름의 직업상의 지혜들로 채워진다. 나름 재미있는 구성이다. 인용문들로 글을 채울 때 문제는 그 인용문들이 말을 하게 하는게 아니라 그 인용문들을 사용해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저자는 아예 남의 글을 어떨 때는 10여 페이지가 넘게 그냥 통짜로 인용하면서 편집의 원칙들이나 기사쓰기의 원칙을 말하고 있고 실제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감각을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면서 메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책의 구성이 느슨하고 긴장감이 없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인용문들이 나름 저자가 고르고 고른 쓸모있는 것들이라 재미있고 유용하다. 그리고 현장에서 겪은 사람만 말할 수 잇는 신문사 내부의 풍경을 들을 수 있으니 그 또한 재미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아주 잘 된 책이라 말할 수 없는 책이지만 제목과는 동떨어지지 않은 내용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