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리더십 - 영국을 부활시킨 폭풍 속에 핀 꽃
구로이와 도루 지음, 정인봉 옮김 / 김영사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상당수 번역서들의 제목이 그 책의 내용과는 동떨어지게 붙여지는데 반해 이책의 번역 제목은 오히려 원제목보다 내용을 더 잘 반영하는 드문 경우이다.

이책에 붙은 대처 리더십이란 제목은 마거릿 힐더 대처라는 원제보다 책의 내용에 더 가깝다.

1989년에 출간된 이책의 저자는 후기에서 이책을 쓰게된 동기의 하나로 도대체 영국의 전통적 리더와는 이질적인 대처와 같은 인물이 어떻게 정상에 오르게 되었고 어떻게 영국을 바꿀 수 있었는가라는 의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대처의 어린 시절부터 추적해 저자가 런던 특파원을 끝내던 시기인 포클랜드 전쟁 후까지 대처의 행적을 기록한다.

대처의 전기라고 할 수 있는 이책은 그러나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정치가로서 대처라는 인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책의 질문은 첫째 대처리즘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의 정치적 주장을 강하게 가졌던 영국 정치가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러면 대처리즘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 대처의 정치적 신념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며 그 신념을 대처는 어떻게 정치적으로 실현할 수 있었는가?

둘째 영국의 정치가는 정치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영국의 정치는 아마추어리즘이 지배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논어의 '君子不器'라는 말에 따라 고전교양만 갖춘 선비들이 정치를 지배했던 동아시아의 정치와 마찬가지였다. 선비에게 기대되었던 것처럼 영국의 신사들에게 기대되었던 것은 인간적 폭과 깊이를 갖춘 교양인이었다. 그러나 대처는 정치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일 밖에 모르고 취미도 인간적 매력도 없는 프로였다. 더군다나 대처의 신념인 19세기식 자유주의는 보수당에서조차 소수파들의 이념일 뿐이었다. 그런 대처가 당수가 되고 수상이 된 배경은 무엇이었는가?

저자는 이런 질문을 이책의 주제로 삼아 이에 대한 답을 이책에서 하고 있다.

그러면 이책의 가치는 그 질문에 얼마나 충실한 답을 이책이 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점에서만 본다면 이책은 충분한 답을 하고 잇다고 할 수 있다.

대처의 의미는 그녀가 수상이 되어 영국을 개혁한 것으로 시작된 부수혁명이 신자유주의란 거대한 트렌드가 되어 30여년간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이책이 쓰인 1989년은 그런 흐름을 시야에 넣을 수 있는 시점은 아니었고 그 후에 전개된 세계의 흐름은 당연히 이책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성질의 내용이 아니다.

그러나 대처라는 한 정치가에만 관심을 좁힌다면 이책은 지금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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