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경제학 - 세계적 현상, 부동산 버블과 경제 시스템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다
로버트 J. 쉴러 지음, 정준희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경제위기는 분명 재앙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시스템을 개혁할 명분을 주고 그 명분에 저항할 수 없는 정치적 정당성을 준다는 점에서 미래를 위한 기회일 수 있다.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 한국경제의 시스템이 완전히 바뀐 것이나 대공황으로 미국의 금융산업이 완전히 바뀌었고 경제 역시 개혁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서브프라임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저자가 이책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제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서 서브프라임 위기도 이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대공황 이래 최대의 위기였던 이번 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이전과 같아질 수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방향이 달라질 것인가? 이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한창 부풀어오르던 재작년, 아직 부시가 집권하던 시절에 쓰여진 이책은 위기가 한창일 때 그 위기 이후를 말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의 원제는 위기의 원인을 설명하는 버블 경제학이 아니라 solution이다.

저자가 이책을 썼을 때도 위기가 왜 일어났는지는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불량 모기지를 증권화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것이었고 2000년대 초부터 The Economist가 사상 최대의 거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듯이 부동산 거품이 터진 것이 원인이엇다.

이책의 저자는 이미 언론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설명하지는 않는다. 증권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관한 설명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단지 90년대부터 부동산 버블이 어떻게 키워졌는지를 간단하게 보여주고 그 버블이 키워진 과정을 행동경제학적으로 설명한다. 이자율이나 건설비, 인플레 등의 변수로는 버블을 설명할 수 없고 대부분의 버블이 그렇듯이 부동산 불패와 같은 사람들의 기대로 설명된다는 식의 행동경제학적 논리를 보여준다.

책의 후반은 뉴딜정책으로 새로운 금융인프라가 구축되었듯이 이번 위기는 그런 인프라를 구축할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면서 저자는 이번 위기가 행동경제학적으로 설명되는 이유를 뿌리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었다면 버블이 그렇게 커지지 않았고 그 악영향도 지금같은 규모가 아니었을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80년대 이후 금융산업의 트렌드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이번 위기가 생겼다고 본다. IT기술로 정보를 빠르고 대량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엇고 리스크 관리가 더 세련되었지만 그것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지금까지의 발전방향을 더 심화하는데서 해법을 찾는다. 저자는 금융정보를 공공재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많은 정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정보의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리스크 관리를 일부 금융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만인을 위한 것으로 즉 민주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재작년에 쓰여진 책이지만 위기 이후를 말한다는 점에서 지금도 그 의미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위기 이후의 준비는 금융산업을 뒤로 후퇴시키지 않고 오히려 더 전진시켜서 금융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은 탄핵받는 금융산업의 모습에서 오히려 새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위기가 너무나 빨리 끝난 감이 있는 지금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잇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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