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명문 오닐 가 1500년 지속성장의 비밀
전진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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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고르게 된 것은 어떻게 한 가문이 1500년이나 이어질 수 있는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책이 주제로 삼고 있는 아일랜드의 오닐가는 그 가문의 주장에 따르면 기원전 10세기까지 올라가는 가문이고 저자가 실제로 유효하다고 추정하는 역사로는 최소 1500년 동안 가문으로서 존재해왔다.

한 가문이 그것도 보통 가문이 아닌 힘이 있는 귀족가문으로서 1500년을 이어졌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옛날에 읽었던 마르크 블로크의 '봉건사회'를 보면 중세사회는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계층이동성이 큰 사회였다. 왕이 있고 귀족이 있는데 계층이동성이 크다니? 그 이유는 귀족이 되는 것이 지금 생각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귀족이 된 다음 그 가문이 귀족으로서 지속되는 것이 3대를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적 이동성이 컸다는 것이다. 그런데 1500년이 지속된 가문은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책을 집어들고 읽으면서 궁금증을 접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알고 싶은 것은 가문의 역사다. 역사를 자세히 알아야 그 가문이 어떻게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을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책은 실제 역사에 대해선 아주 조금만 말을 할 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내용은 자기계발서들과 경영서적 여기저기서 빼낀 내용들로 페이지 메우기가 되어 있다. 물론 그런 내용이 쓰잘데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저자가 그런 식으로 내용을 메웠을 이유를 짐작해보자. 그 가문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할 말이 별로 없는데 책은 써야 하니 여기저기서 공자님 말씀을 가져다 메우는 식으로 책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 이책을 쓰려면 그 가문의 역사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는 물론 켈트족의 역사는 물론 아일랜드의 역사를 모두 깊이 있게 파고 들어야 쓸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저자는 그런 소양이 없다는 것이다. 잘못 선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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