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저자가 문화일보 기자생활을 하면서 10년가까이 작성했던 인터뷰 기사들을 모아 출판한 것이다. 물론 저자가 작성한 모든 인터뷰 기사를 모아놓을 수는 없고 그 중 일부를 재수록한 것이지만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인터뷰였다고 한다. 이책의 내용은 이책에 인쇄되어 있는 선전문구와 달리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취미가 무엇인가 같은 내용 정도는 나오지만) 그들이 성공한 비결과 같은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러한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세계정치와 경제에 대한 감각이 있는 기자가 듣고 싶어할 내용은 그들이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이다. 사실 그러한 명사들이 유명해진 것은 그들의 식견 때문이고 그러한 식견을 들는다는 것이 이책의 가치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책에는 그런 그들의 식견을 아는 것으로는 어느정도 가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책은 몇가지 문제가 있다. 인터뷰도 기사이기 때문에 그 인터뷰를 할 시점의 관심사가 인터뷰의 포커스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수의 기사는 인터뷰가 행해졌던 시점의 국제정치적 사안이나 피 인터뷰어가 그 시점에서 출판한 책에 관한 것이라든가 하는 이벤트들이 기사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지금 와서 읽으면 사료로서 가치는 있을 지 몰라도 흘러간 옛날 이야기가 되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저자도 그런 문제를 알기 때문에 게재되었던 기사 이외에 지면상 빠졌던 인터뷰 내용을 동원한다든가 그 후 변한 사정을 기술한다든가 인터뷰 기사에선 다루지 않은 배경적 설명들을 보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도 몇가지 거슬리는 점들이 있다. 이책의 원고가 되는 기사들은 국내 일간지에 실리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독자를 의식해 한국문제 전문가도 아닌 사람에게 한국에 관한 견해를 물을 수 밖에 없고 세계에선 한국보다 더 인기가 있는(물론 악명때문이지만) 북한에 대한 견해를 물을 수 밖에 없다. 이 정도는 사소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매체가 한국언론이라는 것을 알면 어느 정도 그에 대한 준비를 하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그런 사소한 문제를 넘어 이책을 읽는 목적인 세계화 구체적으로는 지금도 진행형으로 세계의 가장 큰 아젠다라 할 수 있는 세계화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을 듣는다는 점에서 이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가? 솔직히 책을 덮고 나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상으로 무엇을 얻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로 글로벌주의의 대표적 매체인 The Economist를 읽어왔기 때문에 이책에서 언급되는 아이디어들이 낯선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있을 것이지만 인터뷰 형식의 한계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신문의 지면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인터뷰 시간이라는게 한 시간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등 제약 조건에서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오기 힘들다. 인터뷰에서 제시되는 이야기는 논문의 앱스랙트만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즉 결론만 있고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추론은 제거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인터뷰의 한계를, 이책의 한계를 알고 이책을 본다면 이책은 나름의 가치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앞에서 다루는 세계화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견해보다는 뒤에서 다루어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가령 미국 68세대 리더, 쿠바에서 스페인으로 망명한 저널리스트, 유니세프 사무총장 등과 같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더 재미있었다. 그들의 삶을 들으면서 68세대의 좌절과 쿠북한보다는 나은 쿠바 그러나 역시 암울한 쿠바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외에도 네오콘의 대부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왜 리버럴에서 네오콘이 되었는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도 성과였다. 다시말해 이책의 편집의도와는 달리 세계화에 대한 시각이 넓어졌다기 보다는 인터뷰한 사람들의 삶의 과정을 엿보면서 사람이 사는 모습의 다양성을 느꼈다는 것이 더 성과였다. 그리고 이책이 인터뷰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저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읽어볼만한 책 리스트를 갖게 되었다는 것도 성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