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장 가는 길 - 그림감정사 박정민의 행복한 뉴욕 경매일기
박정민 지음 / 아트북스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이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수다'이다. 이책의 내용이 수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저자가 2004년 한해 동안 썼던 일기를 정리해 책으로 엮었기 때문이다.

일기의 형식대로 날자순으로 배열한 책의 내용에 어떤 체계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살아가는 것이 누구나 비슷하게 맥락이 통하지 않는 여러가지 잡다한 사건들이 두서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들의 나열에서 어떤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지나고 나서 가지를 치고 어떤 의미를 부여했을 때 만들어지는 사후적인 성격일 뿐이다.

그러면 어지러운 다른 사람의 수다에서 건질 것이 있는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있다'

CJ에서 5년을 근무하다 이거다라는 필이 꽂혀서 뉴욕으로 날아간 저자는 소더비가 운영하는 경매학교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경매학교를 나와 견습과정을 거치면서 경매라는 사업을 몸으로 익혀간다. 그러다 보석에 강한 크리스티로 옮겨가 견습과정을 계속 거친다.

이책의 내용은 이런 타임라인을 따라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영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몸으로 겪어내는 뉴욕의 사람들과 생활문화가 묘사되며 세계 양대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업무를 직원의 눈으로 관찰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이책의 키워드는 뉴욕과 경매회사이다. 물론 이책의 두서없는 형식때문에 그 두가지 키워드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이책에서 기대할 수는 없다. 물론 1년동안 저자가 몸으로 겪은 기록만 존재하는 이책에서 어떤 체계를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하다. 저자는 그런 능력이 없으니까.

그러나 이책의 두서없음으로 인해 체계를 거쳐 정보가 걸러졌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다양하고 잡다한 그렇기에 구체적인 정보들이 이책에는 수록될 수 있었고 그 정보들은 다른 체계적인 책들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것이라는 데서 이책의 가치가 있다.

요약하자면 이책의 가치는 이책만으로 얻어지지는 않는다. 세계미술의 수도인 뉴욕의 미술시장에 대해 다른 책을 보았다면 그런 책들에서 얻을 수없는 디테일을 보기 위해 이책을 볼 때 이책의 가치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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