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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11 - 제4부 듄의 신황제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레오 2세가 3500년 동안 인류에게 강요한 것은 평화가 평온이었다. 그는 지루함을 가르치기 위해 평온을 강요했다. 그의 뛰어난 행정관료들이 한때 그의 평온을 못견뎌 반항하던 반란자들이었던 것처럼 수천년의 권태를 강요해 활력을 내뿜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수천년의 시간을 견디면서 감정이 시간에 따라 풍화된 레오에게도 시간은 권태를 의미한다. 그에게 남은 것은 의무감. 인류의 운명을 생존에 대한 미래를 본 자로서 그 미래를 구현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수천년을 버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0권부터 11권까지의 분위기는 가라앉아있다. 마치 비발디의 사계의 여름 악장처럼 늘어진 안온함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 안온한 분위기에서 살아있는 것은 말들이다. 이해하기 힘든 레오의 철학들이다. 인간이란 존재가 아닌자가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이해하기 힘든 존재론들이며 그의 안에 같이 살아 있는 조상들의 기억들이 쏟아진다.
그를 향한 음모들이 간간히 나오지만 그런 음모들은 별 효과가 없는 그냥 소소한 가십거리로 마감될 뿐이다. 레오의 치세는 그가 의도한 대로 지루한 시간들일 뿐이다.
그리고 그 지루함의 언어들은 레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존재에 묶여 있기에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 주변의 사람들과의 오해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