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에게 전화가 걸려오게 하는 법
앨리 오브라이언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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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책이 픽션인지 팩션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책의 내용은 주인공이 호흡하는 업계의 공기를 숨쉬고 살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책의 주인공은 런던에 사는 36세의 독신 에이전트이다. 그녀의 고객은 작가, 배우, 코치 등 문화산업의 종사자들이고 그녀는 그들을 대행해 계약을 대행해주고 그들의 커리어를 관리해주는 매니저 역할을 한다.

'미모는 자신감의 문제이며 자신감은 세상에 내가 보내는 메시지'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그녀는 런던의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유능한 프로이다. '고객의 돈을 위해서는 편집장 인안의 금니까지 훑어 벌거숭이로 만들 것'이란 그녀의 말처럼 프로인 그녀는 클라이언트를 위해서는 충분히 아니 넘치게 공격적이고 잔인해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프로인 그녀는 그녀가 몸담고 있는 업계 아니 그녀의 고객들만큼이나 어리석어지고 충동적이 되며 고집불통이 될 수 있다.

그녀가 처음부터 이 업계에 거주했던 것은 아니다. 더 타임즈의 정치부장인 아버지를 따라 정치부 기자로 경력을 시작한 그녀는 유부남인 정치가와의 불륜 스캔들로 아버지에게 해고당했다. 전직한 출판사에서 에이전트로 스카웃된 후에도 그녀는 절친한 친구의 약혼자와 놀아나 업계 최악의 적을 만들었으며 그녀 상사의 남편과 불륜을 즐기다 그녀의 파멸을 부를 덫에 기어들어갔다.

그녀 아버지의 말대로 아랫도리의 충동이라면 이성을 상실하는 그녀는 덕분에 자신의 적을 만들며 다니고 자신의 경력을 망가트린다.

그녀의 최악의 라이벌이 된 친구의 말마따나 자신의 최악의 적인 그녀 자신 때문에 그녀는 파멸로 나아간다. 인내심 없고 충동적인 성질 때문에 최대의 고객을 잃고 직장을 잃으며 경력까지 망가진다.

프로의 냉정한 계산과 이기심, 잔인함에 충동적이고 문란하며 고집불통이란 어울리지 않는 양면성을 보여주는 이책의 주인공은 화려하지만 그 광채의 이면엔 그 화려함의 덧없음과 무의미함이 먼지처럼 깔려있는 문화산업의 상징이다. 그리고 그 양면성의 논리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에이전트라는 냉혹한 돈의 논리를 쫓아가야 하는 프로를 중심으로 그 산업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다.

그러나 에이전트도 인간이다.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이지만 자신의 상품과 사랑에 빠져서는 안된다. 어느 업계나 그렇듯 성공과 재능은 비례하지 않는다. 더더군다나 문화산업은 더 그렇다. 문화산업의 종사자로서 주인공은 진짜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고 잇다. 그러나 좋은 물건이 팔리지는 않는다.

고객의 이익을 위하는 프로이지만 자신이 대변하는 고객이 진짜이기를 원하는 것은 사람의 인지상정이고 프로로서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쓰레기를 팔았는데 그것이 대박이 되는 경우를 그녀는 수도 없이 본다. 그러나 그녀가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하는 것은 11부가 팔릴 뿐이다.

그녀는 최소한 프로의 자부심을 위해 그 돈이 되지 않는 고객을 위해 뛴다. 그러나 가망은 없다.

이책의 결말은 그녀가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파멸했을 때 그녀가 프로로서 하지 말아야 했던 진짜에 대한 사랑이 그녀를 살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원서의 제목과 달리 번역서의 제목이 톰 크루즈에게 전화가 오게 하는 법이라 달린 이유이다. 그녀가 그렇게 사랑했던 돈이 안되는 작품이 톰 크루즈를 끌어당겨 영화계약으로 가는 것으로 이책은 끝난다.

그러나 현실은 소설의 해피엔딩과는 다르다. 이책이 보여주는 세계는 이책의 주인공처럼 이중적인 화려함에 덧없이 빛나는 곳이고 이책에서 그녀의 자멸은 해피엔딩을 압도하는 현실성이 있다.

마지막 몇 페이지의 있을 법하지 않은 해피엔딩의 반전은 저자들이 꿈꾸는 있을 법하지 않은 희망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 개연성 없는 반전은 이책의 가치를 떨어트리지는 않는다. 이책은 충분히 아니 넘치도록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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